당신이 나오지 않았던 두 번의 꿈.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내 미움을 끝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 나는 당신을 보냈다. 죽은 사람 붙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워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그리워하는 일 임을… 결국 당신을 보낸 내 몫의 후회는 평생을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미움도,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 이더라.
마음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일 평생 당신이 미웠던 것 이더라.
미움을 끝내지 못한 채, 보내주지도 못한 채 이렇게 또 당신을 잃은 나는…
이제 나는 당신이 그저 그립다. 살아서 부르지 못한 그 이름도, 살아서 마주 잡지 못한 손의 온기도, 아니 당신의 그 존재 자체가 나는 너무 그립기만 하다.
당신 죽고, 그렇게 우리 엄마 꿈에 나타났다 하더라. 하물며 얼굴도 모르는 우리 이모 꿈에까지 당신 살아 있는 모습으로, 아주 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던데.
왜 내 꿈에는 한 번도 나와주지 않는 것인지,
당신 내 꿈에서라도 살아 있으라고 그렇게 빌고 또 빌었건만….
나는 당신이 나오지 않는 당신의 꿈을 두 번 꾸었다.
한 번은,
당신이 차비가 없다고 누군가를 나한테 보냈었다. ‘아버님이 차비가 없어서 지금 못 가고 계세요…’ 돈을 챙겨 주고 꿈에서 깼다. 당신 나한테 노잣돈 받아 갔나 보다.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는데, 그 꿈에서도 당신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젯밤 나는 또 당신 꿈을 꿨다.
길고 깊은 숲 한가운데 당신 돌무덤 앞에 나는 서 있었다.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라도 왔으니 된 거 아니냐고 당신한테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무덤 옆 어지럽게 낙서된 노트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살아생전 글을 쓴다던 당신이 남긴 글인가 보다 하고 펼쳐 보았다.
아이들에 대한 애끓는 당신의 마음이었다. 그래.. 나에 대한 마음은 아니겠지 싶어 실망하면서도 나는 또 읽고 또 읽었다. 그립고 미안하고 사무친다는 그 글을…
그리고 눈을 돌려 당신 돌무덤에 가니, 무덤에도 새까맣게 당신의 편지가 새겨져 있었다.
‘미안하고 고맙다.
나는 너에게 해준 것이 없다.
나는 죽어서도 너한테 미안하다.’
노트의 글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또 실망했다. 당신, 나한테는 정말 그 어떤 마음도 없이 떠난 건가 싶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아픈 마음 다독이며 읽어간 글 끝 무렵.
‘H야, 네가 엄마와 S동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나는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이건 당신이 내게 남긴 편지였다.
다른 아이들이 아닌, 새 가정에서 당신이 입히고 먹이고 재웠던 그 아이들이 아닌, 나에게 남긴 애끓는 마음이었다.
목 놓아 엉엉, 아이처럼 나는 울어 버리고 말았다.
당신이 내게 남긴 편지였다.
당신은 미안하고 그립다고 했다.
내가 못내 사무친다고도 했다.
나는 그 밤, 꿈에서 당신 편지와 돌무덤을 붙잡고 목이 아플 만큼 소리 내어 울었다. 눈을 뜨니 푸르스름한 새벽이 눈앞에 와 있었다. 그 새벽 나는 또 울었다. 너무 가슴이 아파 울었고, 당신을 꿈에서 또 못 봐 울었다.
내가 당신한테 듣고 싶은 말이 너무 간절해서 꾼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정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꿈을 빌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나는 어쩌면 조금은 내 가슴에 맺힌 이 미련함과 후회를, 아주 조금이나마 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신. 제발 내 꿈에서라도 살아라.
살아있는 모습으로 내 꿈에 한 번만이라도 나타나라.
당신은 편지를 빌어 내게 말했을지 모르지만, 난 당신한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제발, 내 꿈에서라도 살아라 당신.
당신의 눈을 마주하고, 당신 손을 잡고, ‘아빠’라고 한 번만 부르게 해 줘라.
나한테 정말 그렇게 미안한 거면, 제발 나타나 줘라. 꿈에서라도 살아있는 당신 좀 만져보자.
당신 좀 불러보자. 그리고 제발… 내 얘기 좀 들어줘라.
미안했다고, 사실은 사는 동안 나 당신 너무 그리웠다고,
더는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편히 쉬라고…
나 그 말 당신한테, 꼭 해야 한다.
그러니.
당신, 제발 내 꿈에서라도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