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멋진 인생을 훔쳐보는 밤,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by 알깨는 아줌마

제대로 살고 있는 거 맞냐?


분명 침대에 누울 때는 졸렸는데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 다 잠들고 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책을 좀 더 읽으면 잠이 올 텐데 밀리의 서재를 끄고 핸드폰을 집어 든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사나 인스타그램도 보고 블로그도 기웃거린다. 그렇게 남의 인생을 구경하느라 2시간이 지나갔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오늘은 저녁을 먹고 1시간쯤 지나 달리기를 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보조키가 잠겨 있었다. 저녁 먹고 집 밖에 처음 나갔다는 소리다. 한국에 갔다가 집에 돌아온 지 4주 차가 됐으니까 애들이랑만 지낸 시간이 그만큼이라는 뜻이다. 어른인 사람과의 대화는 남편뿐이었다. 그러니 잠들기 전 이 시간에 타인의 SNS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나를 제외한 세상 속 모든 사람들의 멋진 인생을 들여다보는 셈이 된다.


와, 이 사람은 못 보던 사이에 큰 시험을 준비했었구나.

이 사람 글은 또 왜 이렇게 잘 써?

나도 비슷한 걸 느끼는데 이런 생각, 감정을 이리도 멋지게 표현하다니…

내가 어딘가에 글을 써서 남긴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애들 셋 잘 키우고 있지 않냐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북도치고 장구도 치고 있는 건가?

심심함에 항복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기쁨을 아냐고 헛소리를 한 건가?

곧 여행을 가는데, 유유자적 돈 써가면서 나는 이렇게 산다 만족하려고 떠나는 건 아닌가?


내 마음이, 생각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알아채면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데 알아챘음에도 어딘가, 배꼽 근처에 아주 깊이 있는 지점에서 올라오는 듯한 이 답답함은 사라지지를 않는데?

나는 왜 이런 글 밖에 쓰지 못하는 거지? 이런 생각들로 나를 잡아먹고 있는 순간이 또 왔다.

놀랄 일도 아니다. 대체로 매달 찾아오니까.


나는 이제 이 상황을 되짚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그래, 나는 지금 아이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끼 밥을 한다. 해가 진 후에도 처음으로 문 밖에 나간다. 38도를 육박하지만 달린다. 무릎이 아프지만 어떻게든 달린다. 배에 힘을 퐉 준 뒤에 달려보기도 하고 팔다리에는 힘을 쭉 빼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본 달리기 전 꼭 해야 하는 동작이란 것도 시도해 본다. 더워도 무릎이 아파도 어떻게든 달려보려고 애쓴다.


지난겨울방학에도 나는 애들이랑 집에 있었다. 그때도 이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서 한 달 가까이 우리끼리 지냈다. 아이들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게 그때였다. 비교적 짧은 소설을 쓴 둘째와 셋째는 아마존에서 셀프 출간으로 이미 책을 만들어봤고 장편을 쓰고 있는 첫째와 새로운 시리즈로 책을 쓰기 시작한 둘째는 이번 여름방학에 완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 과정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겸사겸사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긴 시간 동안 해온 이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축하를 하고 돌아오는 여행.


여행 마지막 날에는 첫째 둘째가 직접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에이전시에 쿼리레터라는 걸 써서 보내기로 했다. 자신의 소설을 소개하고 본인이 어떤 작가인지 설명하는 레터와 샘플원고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은 출판사가 직접 원고를 받지 않는다. 작가들은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고 에이전시가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아이들 원고에 어울릴 법한 에이전시 담당자들은 리스팅 해 두었다. 물론 이게 맞는지는 모른다. 이런 걸 들고 에이전시에 메일을 써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이불 킥할 그런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이 과정을 해왔고 어찌 보면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그냥 끝까지 가보는 거, 그게 전부다.


이걸 쓰면서 불과 몇 십분 전에 ‘나는 뭔가, 대체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자괴감에서 조금은 빠져나오고 있다. 그런 생각도 든다. 이건 나의 일이 아니다. 주인공은 아이들이고 나는 조연일 뿐이다.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하지만 나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적이 있던가?


오늘은 특히나 내 글이 날 것 같아서 맘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새벽이고 이게 나인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현장 생중계 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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