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날, 어깨 담과 대환장 꿈
2년 전,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2박 3일 두바이 여행을 떠났을 때도 그랬다. 출발 전날 밤새 악몽을 꾸다 ‘괜히 가는 건가…’ 싶은 마음으로 떠났었다.
이번에는 남편만 두고 우리 넷이서 떠나는 여행길. 전날 왼쪽 어깨 날개죽지에 담이 심하게 들어 하루 종일 온찜질을 하고, 결국 밤새 또 악몽을 꿨다.
압박감을 느낄 때면 주로 꿈 배경이 학교가 된다.
교실에 친구가 찾아와 돈을 갚으라 하고, 하교하려는데 차를 찾을 수가 없다. 캠핑 장비를 길에 잔뜩 늘어놓은 친구가 태워달라 하고, 종국에는 시어머니와 전화로 울고불고 싸우는 스펙타클 대환장 꿈…
잠에서 깼는데도 어깨는 여전히 아프고, 머릿속에서는 걱정 릴레이가 시작된다.
노트북 3개, 아이패드들, 책이 가득 든 캐리어를 기내 수납에 어떻게 올리지?
우버는 잘 잡힐까? 4인승이면 내가 조수석에 앉아야 하나? 조수석 앉기 싫은데… 왜 두바이는 에어비앤비가 셀프 체크인이 아닐까? 직원 만나기 싫은데…
그 때 떠올랐다. 여행 전이나 여행 중엔 대체로 뚱한 표정이거나 멍한 표정이고 여행 후에 표정이 가장 밝았던 남편 얼굴
신발 하나를 사면서도 “하나 더 큰 사이즈 있나 물어봐봐.” 하고 남편을 시켰으니, 무지랭이 넷을 자기 책임 하에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압박감이
지금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 같은 거였겠구나.
남편은 원래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자잘한 일들을 다 떠맡아 짐이 산더미 같은 여행을 즐기기 어려웠을 거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우리끼리 간다고 했을 때
남편이 내심 기대하는 눈치를 보였구나.
뭘 먹을지,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설레는 듯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은 “너도 좀 나눠 짊어져 보라”는
연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의미를 둔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결과는?
우리는 무사히 집을 나섰다.
군기가 잔뜩 들어서 기내 수화물을 번쩍 들어 올렸고,
우버는 금세 잡혀 5분 만에 택시가 도착했다.
조수석에 앉아 동영상도 찍었고, 에어비앤비도 문제없이 들어갔다.
도착하자마자 수영장에서 놀고,
한국 음식점에서 배달시켜 저녁을 먹고,
물·토마토·빵·사과 등 아침거리도 온라인 장보기로 40분만에 문 앞에 배달됐다.
역시…
미래의 일을 미리 가져와 시뮬레이션 돌리며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는 어떤 짐이든 더 적극적으로 나눠 짊어져야 겠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잘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