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찾아온다.
갈 곳 없고, 만날 사람 없는 상태로 지낸 지 꽉 찬 3주가 되었다.
심심해서 몸부림칠 때도 있지만 그조차 차분하다.
어차피 선택할 것이 없어서 체념하게 되고, 그 체념 끝에 조용히 항복한다.
항복하고, 투항하고, 우리를 그냥 이 상태에 내던져진다.
외부에서 끌어다 나를 채워오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면 결국 내 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게 된다.
세월아 네월아 음식을 준비하고 딱히 맛있지 않은 쿠키를 만들고 축구를 하고 덥지만 산책을 나가고 자전거를 타고 갑자기 춤을 추고 스트레칭을 하고 종일 무언가를 만들고 낮잠을 자고 글을 쓰고 음악을 켜고 좋아하는 책을 필사한다.
그게 전부다.
갈 곳이 넘쳐나니 어딘가를 가야 하고 먹을 게 천지라 입에 뭐라도 넣고 눈에 들어오는 게 너무 많아 시선을 뺏기지도 않는다.
우리는, 심심함에 항복한 자들. 그렇게 채워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었다.
“그 자유 안에서 뭘 얻을 수 있어? 뭘 느껴?”라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힌다.
처음엔 너무 조용해서 세상이 멀어진 것 같고, 나만 혼자 멈춘 것 같고, 쓸모없어 보이고, 쓸쓸하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버티다 보면, 그러니까 정말 이 상황에 항복하고 나를 내던지면 그 자유 안에서 ‘분명한 나’를 느낀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