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매출 등과 같은 결과 지표가 안정적으로 산출되는 조직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조직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건 사실 일상이다. 따라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하는 조직이 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혁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혁신. 굉장히 멋있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혁신은 사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것이 아니다.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혁신이라 불릴 수 있다. 일단 새로운 조직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해당 조직의 사업모델이 예전의 것과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이 보이든 혹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든 상관없이 그 조직은 혁신을 달성한 것이라고 봐도 좋다. 그것이 되지 않아서 수많은 조직이 없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혁신을 통해 성공한 조직에서 더 이상의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혁신으로 조직이 작은 규모에서 중간 규모를 넘어 많은 사람이 이름을 알게 되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많지 않다. 왜 그럴까?
혁신과 그로 인한 성공은 기본적으로 '다른 것'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방식과는 어떤 점에서든 '다른 것'이 있어야 혁신이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다. 기존에 이미 성공을 해서 업계에 자리 잡고 있는 조직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들과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다른 포인트가 없다면 새로운 조직은 경쟁에서 당연히 승리할 수 없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조직과 똑같은 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하는 새로운 조직이 사람들을 열광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성공한 조직에서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에 있다. 성공이란 것 자체는 사실 매우 어려운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과 다르게 사업을 해서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성공이라는 단계에 이르는 것은 혁신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 갖은 고난과 여러 제약사항을 뚫고 성공을 한 조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생존할 것이라 예측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다른 것'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흔히 말하는 새로운 먹거리 말이다. 그런데 이 '다른 것'이 진짜 새로운 먹거리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새로운 '다른 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놀라울만한 혁신들도 사실 초기에는 어마어마한 혹평을 받은 것도 많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혁신을 통해 대단한 성공을 만들어냈지만. 사실 정말 '다른 것'을 해보는 것의 진짜 장애물은 따로 존재한다. 바로 리더 혹은 창업자의 관점이다.
성공한 조직에서 새로운 '다른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는 기존의 사업모델에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을 줄이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것' 때문에 기존의 사업모델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존의 사업모델에 아무런 영향 없이 할 수 있는 '다른 것'에 대한 시도는 없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혁신을 통해 성공한 조직을 일구어낸 창업자 혹은 리더가 기존 모델을 뒤엎을 가능성이 있는 시도를 하고 싶을까? 현실에서 모든 '다른 것'이 기존 사업모델과 상충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사업모델의 운용에 들어갈 수도 있는 자원이 '다른 것'을 하기 위해 투입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자원의 투입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는 창업자도 존재한다. 그래 뭐 이 정도야 감당할 수 있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어느 순간 이야기를 듣는다. 시도했던 '다른 것' 덕분에 손해가 이만큼이라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아! 그냥 처음부터 마음에 썩 들지 않았는데 그냥 접자고 할걸. 실패를 걸러내지 못했고 예측하지 못한 탓을 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쏟아내며 또 하나의 '다른 것'을 해보는 시도는 폐기 처분되어 버린다.
의욕적으로 시도했던 '다른 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새로운 '다른 것'에 대한 시도는 점점 신중해진다. 어느새 기존 사업모델에서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 환경의 변화 등. 그렇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라는 특명과 엄명이 쏟아지지만 이미 '다른 것'을 할만한 사람도 의욕도 문화도 온데간데없다.
사실 처음부터 대박인 '다른 것'을 만들어내거나 찾아내는 경우는 잘 없다. 생각보다 운이 많이 작동하는 것이 사업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존재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간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것'을 찾는 활동은 무수한 실패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무엇이 대박이고 무엇이 쪽박 일지 단언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실패에 대한 창업자나 리더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혁신을 위한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은 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성공한 조직에서 실패를 당연시하는 것 그것도 창업자나 리더가 그럴 수 있을까? 이미 성공을 경험한 상태에서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관대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창업자나 리더가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른 것'을 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 그리고 성공한 사람의 관점에서 느끼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다른 것'에 대한 기획은, 실패를 위한 시도라고 판단되는 것을 용납할 것 같지 않다.
관련해서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는 왜 아마존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는가를 알게 해 준다.
경영자로서 나의 일은 실패를 끌어안는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아예 실패할 작정을 하고 실험을 해야 한다.
성공을 목표로 하면 거기서 멈춰버린다.
그러나 실패를 목표로 하면 실패할 때까지 끊임없는 혁신과 변혁이 일어난다.
오히려 지루하게 성공한 직원들이 회사에 불편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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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혁신은 쌍둥이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1000억 달러의 매출을 내면서도 끊임없이 실패에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보다도 가장 편하게 실패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실패를 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할까? 성공한 조직 또한 처음에는 숱한 실패를 딛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성공의 경험은 또 다른 실패를 허용할 수 있을까? 숱한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없어지지만 그중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조직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 아마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법한 외식 브랜드의 해외 진출 사업을 담당했던 지인이,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필자에게 해준 이야기도 비슷했다. 창업자가 기존의 모델만을 고집할 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화가 다른 곳에 와서 시도한 '다른 것'이 잘 안 먹혀들어가는 기색을 보이니 바로 접어버리고 본인이 성공시켰던 사업모델을 적용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티격태격하다가 퇴사한 지인의 말을 들으니 씁쓸했다.
얼마나 많은 조직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사업모델을 포장하고 있을지. 새로운 먹거리를 구해오라고 하면서 '다른 것'은 못하게 조직원들을 얼마나 닦달하고 있을지. 성공한 조직에서 더 이상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사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