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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Sep 01. 2021

능력 있는 조직을 위한 목표와 지표

세상 모든 조직에는 목표가 있다. 함께하는 사람이 몇 명 없는 창업 초창기에는 대부분이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이 확장되고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며 일이 세분화되고 복잡해지면 조직의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창업 멤버들은 명확한 문장으로 정의된 목표가 제시되지 않아도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이것이다'라고 제시해주지 않으면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직은 이미 커졌고 일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일의 상당수는 관행적으로 진행되며 결과는 새로울 것이 없다. 조직의 성장세는 이미 꺾였고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하지만 누구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는 간단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하는 것인지 쓸모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의 목적이 불분명한데 일의 결과가 좋을 수 있을까? 잠깐. 결과는 둘째치고 일을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 물론 흔히 그렇듯 일이 진행되기는 한다. 


상당수의 조직에서 리더나 팀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하급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지시를 받은 하급자는 기존에 이루어졌던 똑같거나 유사한 일을 참고해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업무 수행 방식은 기본적으로 효율적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에 이전에 있었던 일을 참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일을 하는 담당자가 그러한 일을 하는 이유를 알고 있느냐이다. 특정한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즉 일의 목적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예전에 이루어졌던 업무를 참고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의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일들은 예전의 것을 복붙해 현황만 업데이트하는 수준의 것이 되기 쉽다. 우리가 흔하게 겪고 오늘도 수행했던 일처럼 말이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 같지만 가장 바람직하며 너무나 당연한 업무 방식은,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리더가 지시를 하면서 해당 일이 어떤 점에서 필요하며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하급자에게 세밀히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리더는 바쁘거나 자체적으로 바쁠 예정이다. 오히려 그러한 설명을 요구하는 직원에게(현실에서 얼마나 많이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모르냐며 화를 내거나 쯧쯧하며 혀를 차기도 하는 리더들도 있다. 맞다. 모든 일에 대해 그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리더에게는 말이다(그렇지 않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나 많지만). 


그래서 필요한 것이 명확한 목표다. 조직의 목표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조직 구성원의 머릿속에 박혀 있다면 일은 간단해진다. 조직의 모든 활동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도 수행하는 사람도 항상 목표를 기준으로 업무의 가치를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목표를 명확한 의미의 말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00 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3위에서 2위가 되겠다 혹은 앞으로 3년 이내에 매출액 십억 원을 돌파하겠다'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조직 전체의 목표가 명확해졌다면 일의 성격에 따라 부서의 목표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령 회사 전체 목표로 매출액이 정해졌다면 지원 부서의 목표는 매출액이 아니라 해당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활동으로 목표를 재정의해야 한다. 그러한 목표 또한 추상적이기보다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단순히 우리는 숫자로 이루어진 정량 목표를 세울 수 없는 곳이니까 잘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통상의 사업 주기인 1년 단위로 변화할 수도 있고 더 긴 주기나 혹은 더 짧은 주기로 변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과 사람의 특성에 따라 목표 설정 주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목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들의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면 짧은 주기의 목표 설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결과이지만 너무 달성이 오래 걸릴 목표라면 구성원들에게는 그 목표는 꿈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한 목표는 조직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는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목표를 달성해 이루고 싶은 모습 즉 비전의 형태로 정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목표가 만들어졌다면 그다음에 할 일은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목표가 굉장히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졌다면 목표 그 자체가 지표가 될 것이다. 지표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자료이다. 그래서 목표를 굉장히 세밀하게 만든다면 그 자체가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목표라면 해당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만큼 판매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경쟁사 대비 어떤 점에서 우위를 보여야 하는지가 제시될 수 있다. 이때 '어떤 점'이 지표가 될 수 있다. 때로는 그 부분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기에 목표 자체가 지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와 지표가 구별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목표는 약간은 넓은 수준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매출액이라는 목표는 명확하기는 하지만 실제 일은 세분화되어 진행되기에 각 분야의 일을 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추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분야에 맞게 목표를 재정의하거나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지표로 삼아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지표.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핵심 성과지표를 지칭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떠올릴 것이다. KPI라는 단어만 봐도 이 글을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을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KPI 자체는 잘못이 없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살펴보고 업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지표는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다만 그러한 지표가 제대로 정해진 것인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목표는 명확하게 정의된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업무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지표는 명확하면서도 업무에 따라 세부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매출액이라는 목표는 조직의 모든 사람들에게 명확할 수 있지만 총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총무 부서에서 해야 할 목표를 재정의하고 그에 맞는 지표를 만들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지표도 목표가 변하면 변해야 하고 목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바뀌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지표는 결과이지 과정이 아니다. 일을 통한 결과가 지표로 확인될 뿐이지 일 자체의 과정은 지표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그런 점에서 지표는 조직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고민을 시작하는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 새롭게 기획하는 일은 이 지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것인가? 지금 이 지표는 우리 조직의 목표 달성에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KPI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혹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리더가 조직원을 갈구기 위해 지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목표 달성에 더 가깝게 갈 수 있는 업무방식을 찾고 기존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KPI 즉 지표의 존재 이유이다. 


목표도 명확하고 지표도 어떤 것을 사용할지 뚜렷한데 문제가 있다. 우리 조직 혹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숫자로 된 지표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경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업무의 성과와 효율성을 측정하기에 숫자로 된 정량적인 지표만 한 것이 없기는 하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숫자로 표현되기란 쉽지 않다. 사실 지표는 가급적 정량적인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낫긴 하다. 여럿이 일하는 조직에서 결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기에는 숫자만 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다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마저 수량화해 측정하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최대한 지표를 계량화해서 사용하되,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은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지표를 정해야 한다. 


많은 경우 주관적, 정성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지표를 억지로 정량적으로 만든 다음 업무에 활용하는 실수를 범한다. 지표를 수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야겠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지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아야 할 기준점과도 같은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할 지표에 대해 조직 구성원이 충분하게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표와 지표를 명확하게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만들어진 목표와 지표를 조직 구성원이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리더다. 많은 리더들이 목표나 지표 특히 지표를 가지고 조직원들을 독려하거나 질책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러한 방식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결과만을 가지고 지표의 달성 여부만을 확인하는 방식은 성과를 내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목표와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현재의 업무가 무엇이 문제인지 등을 목표와 지표라는 기준에 의거해 리더를 비롯한 조직 구성원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질책과 독려가 아닌 그러한 피드백이 리더에 의해 이루어질 때 조직 구성원들이 목표와 지표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지금 조직이 관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 질문이 필수적이다.


조직의 목표는 무엇인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지표를 활용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목표와 지표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모르고 있는가?


지시를 받고 조직에서 일을 하는 입장이 되면 어느 순간 일을 하는 이유와 맥락이 사라져 버린다. 많은 리더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 상황을 방치한다. 그렇게 조직원들이 하는 일들은 조직의 일이 아니라 각자의 일이 되어버리고 시너지가 나는 협업은 출현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망하는 조직은 그렇게 서서히 만들어진다.  


지금 조직이 정체되어 있다면 조직의 목표와 지표를 점검해보기를 바란다. 단순히 문장과 숫자로 정의된 목표와 지표가 아니라 제대로 그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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