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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Aug 19. 2021

망하는 조직과 성공하는 조직을 가르는 능력에 대해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은 조직에서 생활한다. 혼자서 일하는 사람조차도 혼자 힘만으로 생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은 모두 조직에 속해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세상에는 많은 조직이 있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활동하는 기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조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망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성공하는 조직도 있다. 그리고 아직 망하지 않았지만 망할 것처럼 보이는, 반대로 성공하지 않았지만 장차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생존한 상태의 조직들도 있다. 수십 년 넘게 이어오던 조직이 하루아침에 망하기도 하고, 언제 없어지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조직이 갑작스레 대박이 나기도 한다. 


이러한 조직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조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능력이란 표현은 좀 추상적이다. 구체적인 것들을 짚어보자. 조직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는 자본, 네트워크, 명성 그리고 운을 꼽을 수 있다. 돈이 많고 네트워크가 넓고 탄탄하며 대외적으로 명성도 가지고 있는 조직이 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조직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조직이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 이른바 '운'이라는 요소도 존재하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조직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자본, 네트워크, 명성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능력이 있다면 자본, 네트워크, 명성이 부족해도 해당 조직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조직의 능력이란 무엇일까?

 


이 추상적인 질문의 답은 사실 각자가 속해 있는 조직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능력은 

조직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해내는) 힘이다. 


동어반복 같은 지극히 단순한 말에 실망했는가? 그렇다면 위의 말을 기준으로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자답해보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답을 제대로 못하거나 우리 조직이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답이 많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뚜렷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에서 일하지만 조직이 원하는 바 정확히는 조직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뚜렷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 


사실 현실에서는 그것을 뚜렷하게 인식할 이유가 없다. 주어진 과업과 해야 되는 일들의 처리만으로도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의 과업은 조직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러한 것으로 알고들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의 목표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기여하기 위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가? 혹시 기존에 해왔던 일의 경로를 다시 밟아가면서 조금씩 변형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한 식의 일처리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지가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지금 이 일은 내가 속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것인가?


위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인쇄되어 있는 조직의 목표와 비전에 해당하는 문구를 기억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납득이 가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여야 명확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인식하고 있어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 부합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종종 어려움이 발생한다.


조직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이해했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발생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실 조직의 목표는 대부분 심플하게 정리된 문구이다. 해당 문구가 실제로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 지를 명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손에 잡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표다. 


통상 KPI와 같은 형식으로 상당수의 조직에서 사용되는 지표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일의 적절성, 효율성 등을 판단할 때 활용한다. 예를 들어 쉽게 풀어보면 이런 것이다.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에서 목표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리해야 할 지표로 회사에서 핵심적으로 밀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온라인 언급량이나 주요 자전거 동호회의 브랜드 선호 순위와 같은 것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목표는 심플하지만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활동을 구체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일의 기준점으로 삼기 위한 지표로 정리하는 작업은 조직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의 활동들이 기획되고 실행되며 평가된다. 바꿔 말하면 해당 지표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잘못 정리되어 있을 경우 조직의 활동이 조직의 목표와 맞지 않는 것이 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우 그러한 지표들을 가급적 명료한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은근히 많지만). 그리고 활동도 지표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표와 활동 모두 상황에 따라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가이다. 위에 언급한 자전거 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브랜드의 온라인 언급량이라는 지표를 늘리기 위해 기획한 활동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지 그리고 지표를 계속 이것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한 것이 현실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필자는 회의적이다. 현실 조직에서 이러한 일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조직의 목표와 비전이 충분하게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표는 조직의 목표 관리를 위해 산출된 것이므로 계속해서 변할 수밖에 없다. 당장 조직의 활동을 기획하기 위해 지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지표든 활동이든 모두 조직에 속한 사람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 사람이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체화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지표와 활동을 바꿀 수 있다. 목표는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상황이 변했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이 바뀌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런데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았다면 지표가 목표의 자리를 차지하기 쉬워진다. 그러면 지표는 변하지 않게 되고 활동은 잘못된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조직은 점점 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결국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그런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누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앞서 이야기했던 조직의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조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달성하고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조직에 있어야 그 조직은 능력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것이 된다는 말이다. 특정한 사람이 얼마나 능력이 있고 없고는 그다음 문제이다. 그리고 특정한 사람이 능력이 있다 없다는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을 능력이 있는 것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지, 특정한 개인이 어떤 경험과 자격이 있다고 해서 '능력 있음'이라는 도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조직이 생겨나고 있고 망하고 있으며, 드물게 매우 적은 수의 조직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사람이라는 이 단순한 결론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능력 있음'이라는 도장을 받은 인재라 불리는 누군가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능력 있는 조직의 탄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누군가는 더 효율적이거나 좋은 결과를 내는 활동을 기획하거나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는 당연히 '능력 있음'이라는 도장을 찍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또한 선행 단계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그에 부합하지 않은 활동은 조직에서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조직에서 하고 있는 모든 일이 그러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상당수는 관행적, 관성적으로 행해지는 것들이다. 물론 그런 일들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 무조건 방해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최적의 것이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스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능력 있는 조직은 그곳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체화하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으로 가능할까? 처음부터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일까? CEO나 리더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그 부분을 지적하고 알려줘야 하는 것일까? 


그러한 의문과 질문들에 대해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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