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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Aug 04. 2016

진정 객관적인 인사평가 방법을 찾아서

현실과 새로운 가능성

 더위에 지친 어느 날. 마트로 수박을 사러 간 당신. 큼직한 수박이 산처럼 쌓여있는 매대 앞에서 선택의 고민에 빠진 당신. 요모조모 수박을 살펴보기도 하고 통통 두드려도 보다가 결국 수박 한 덩이를 고른다. 마침 당신 옆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한 명 역시 수박 한 덩이를 고른다. 이때 당신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저 수박 맛없을 텐데. 왜 저걸 골랐지? 수박 볼 줄 모르는 사람이네.’


 하지만 당신과 마주친 수박 볼 줄 모르는 사람의 머릿속에도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저 수박 맛없을 텐데. 왜 저걸 골랐지? 수박 볼 줄 모르는 사람이네.’


 인사평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에 대한 모든 평가가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많은 오류와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특정한 지식을 측정하는 경우는 평가 기준이나 방식과 관련해 사람들끼리의 합의가 존재하면 그러한 오류와 한계점을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사평가는 사람이 사람에 대해 ‘우열’을 판단하는 것이기에 사람들 사이의 합의된 평가기준이나 방식이 존재하기 어렵다.


 왜냐 하면 앞서 수박을 고르는 사례처럼 A에게 잘 한다고 여겨지는 B가 C에게 평가를 받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평가를 하는 입장이 된다면 자신들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큰 오류는 인사평가 자체가 이미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인사평가에서 평가기준은 사실상 평가자 자신이다.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그것이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기준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해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한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기업들에서는 인사평가에 재무적인 수치를 도입하려고 하고 도입하고 있다. 개인별로 달성한 성과나 지출한 비용 등을 평가 요소로 활용해서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도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조직에서 특정한 개인 혼자서 어떤 일을 해서 성과를 달성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물론 영업 직무를 중심으로 금융 관련 일부 업종에서는 개인별로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제한적이며 그러한 업종조차 영업을 지원하는 조직이 있다. 그렇다면 지원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원 관련 부서의 재무적 결과에 대해서 해당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개개인별로 배분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조직 내의 대부분 업무가 개인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재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개인별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팀별 과제의 평가 결과가 A이면 팀원들의 평가 결과는 A를 기준으로 가감이 발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무작정 특정한 팀원의 평가 결과가 C라고 한다면 다들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인사평가에 재무적인 요소를 가져오는 것은 특정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 단위의 평가를 위해서 활용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인사평가는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구조적으로 ‘객관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인사평가다. 객관적이지도 않은 인사평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인사평가는 승진이나 급여 인상과 같은 보상을 위해 이루어진다. 잘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상을 주고 못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극을 주거나 벌을 주기 위한 근거로써 인사평가가 실시된다. 여기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질문을 해 보겠다. 그런데 왜 조직에서는 이러한 신상필벌을 하려는 것일까? 그냥 그런 것 없이 조직이 운영되면 안 되는 것일까? 지극히 극단적인 상황으로 신상필벌이 없으면 조직이 운영되지 않을까? 흔하게 이야기되는 것으로 잘 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지 않고 못 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지 않으면 조직은 망하게 되는 것일까? 


 일본에 미라이 공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많은 분들이 익히 들어보았을 사례일 것이다. 이 회사는 1965년 창립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내 본 적이 없고 가장 놀라운 것은 연평균 경상이익률이 동종업계 대비 5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에 대한 처우나 복지뿐만 아니라 인사와 관련해서는 더욱 재밌는 사실이 있다. 과장 승진자를 뽑을 때 선풍기로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날려서 멀리 날아간 25명을 승진시켰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사장의 이야기는 더 대단하다. 


 “고교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회사 간부를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누가 해도 비슷하다면 굳이  골치 아프게 뽑을 필요가 없지 않나.”

 (출처 : TTimes - 야마다 아키오 미라이공업 창업주 이야기)


 한국의 조직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리고 저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필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직에 신상필벌은 없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인사평가라는 것은 그저 신상필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시로 들었던 미라이 공업에서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미라이 공업에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일을 잘 하지 못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이 누구라는 사실을 관리자는 모를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관리자는 한국 대부분의 조직과는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 비정규직 없이 정규직으로만 채용하는 미라이 공업에서 그 관리자는 일 못 하는 사람을 도와줄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라이 공업에서 관리자는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더 해주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여기서 이미 인사평가는 이루어졌고 활용되었다. 관리자의 기준에서 일을 잘 못한다는 판단이 인사평가이며 그에 대한 결과로 해당 직원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평가 결과의 활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신상필벌이 일어났는가? 그저 관리자는 회사에서 구성원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사실 인사평가는 신상필벌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맞게 행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신상필벌은 그러한 유도의 방법 중에 하나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사평가는 결국 단순히 누가 잘 한다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어떠하므로 그러한 방향으로 사람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사평가의 항목이나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신상필벌을 위해서는 상대평가를 해서 서열을 구하는 것이 핵심이겠지만, 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맞게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려면 평가의 내용과 방식이 중요하다. 단순한 상대평가나 적합하지도 않은 재무지표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은 인사평가의 본래 이유를 망각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부분 인사평가는 상대평가이다. 그것도 동질적이지 않은 대상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서열을 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조직의 장(長)이 혼자 서열을 결정하기 때문에 평가받는 구성원들은 조직의 장과 관계 맺음을 잘 해야 한다. 일을 잘 하는 것만큼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생활의 가장 큰 부분은 상사와의 관계이다. 게다가 서열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중요하므로 개별 평가항목은 큰 의미가 없다. 큰 예산을 들였을 유명 컨설팅 회사의 결과물이나 글로벌 회사에서 쓴다는 항목들이 평가항목들로 나열되어 있기 일쑤다.


 이러한 방식의 인사평가가 조직원들을 진정으로 조직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도록 하는 것에 적합한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개인별 재무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 투자은행과 글로벌 기업들이 평가제도에 메스를 가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글로벌 기업들 인사평가 점수제’ 없앤다, 2016-05-27)


 그렇다면 인사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종합적인 점수로 등위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항목별로 절대평가 방식의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순위를 내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강점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 동료 등 이른바 다면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기업들 중에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사실상 없다. 


 어차피 인사평가라는 것이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급자가 획일적인 방식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해봐야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결과와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시도들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인사평가가 상대화되지 않는다면 승진과 같은 보상은 무엇을 근거로 결정하냐는 질문을 할 것이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다음 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겠지만 한 마디만 덧붙이며 글을 정리하겠다.


 그래서 지금이 최적의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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