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목표와 지표가 잘 정리되었다면 이제 진짜 중요한 일이 남았다. 바로 함께 일할 사람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어떤 사람과 일을 하느냐가 조직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조직은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어렵다. 능력도 있고 조직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채용한 사람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떠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혹은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해 채용했는데 업무 능력이 예상보다 엄청 떨어지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사실 채용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채용 기법들이 도입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일은 솔직히 많지 않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단시간에 파악하기 어렵고 잘 파악했다 하더라도, 특정한 조직에 일하면서는 그 모습이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용에 있어 가장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채용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가?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어떤 것을 기대하는가? 많은 조직들은 기존의 일에 사람이 필요해지거나(퇴직 혹은 확장으로 인한 인원 충원),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채용을 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A라는 일을 하는 사람이 퇴직했으니 그 일을 할 사람을 뽑는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업무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채용을 한다고 하지만, 채용의 결과는 업무의 빈틈을 채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채용하려는 대상이 말단 직원인지 중간관리자인지 아니면 CEO인지에 따라 그러한 변화의 폭은 다를 수 있지만, 변화의 폭이 작을 것이라고 만만히 보았다가는 의외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조직이 채용의 목적을 업무상의 필요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채용의 원칙이 있다. 흔히 '핏'이라고 표현되는 조직에 잘 맞는 사람을 뽑고자 하는 원칙이 그것이다. 같은 업무능력이라면 기존의 조직문화에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뽑으려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보통 면접 과정에서 확인된다. 사람이 사람을 느끼고 판단하는 데 면접만 한 것이 없다고 많이들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채용의 목적을 업무상의 필요로 단순하게 한정한다면, 채용하려는 사람도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 중에 조직에 핏이 잘 맞을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한정하게 된다. 그런 과정으로 채용된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경우 조직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물론 채용과정이 충분히 숙련된 조직일 경우에만). 그런데 그게 조직에 좋은 것일까?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재생산 구조 즉 생존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조직문화는 사실상 세팅이 완료되어 있다. 대부분 창업자의 의지가 반영된 초기의 조직문화는 통상 열정적이지만, 창업자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권위주의적일 수도 있고 민주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직문화가 적합한가이다.
생각보다 많은 조직이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바꾸고 싶어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채용은 그런 점에서 조직문화를 바꿔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직문화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조직에 들어온다는 것은 문화가 변화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무엇인가 사무실에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결국 업무상의 필요에 의해 채용을 시작하게 되더라도 조직이나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채용을 하게 되면 채용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이 일을 해야 할 사람을 뽑기 위한 채용은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결과를 낳지 못한다. 채용 시 업무를 잘할 수 있는지와 함께 새로운 사람과 어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조직의 규모가 작고 창업 초기일수록 이런 고민은 꽤나 깊이 있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고민만큼 실천이 잘 되지는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제일 기본적인 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이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작업? 무엇이 기본적인 작업일까? 조직이 앞으로 되었으면 하는 모습 그리고 지향하는 모습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조직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작업이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조금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첫 번째 채용을 알고 있는가? 3명의 창업자로 시작된 에어비앤비는 첫 번째 채용을 하는 데 5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수천 명의 지원자들을 서류로 검토했고 수백 명에 대해 면접을 실시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그만큼 새로운 사람이 조직에 합류한다는 것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당시 창업자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에어비엔비의 문화, 그리고 팀 구성' by Brunch Lost in Translation))
쉽지 않았겠지만 채용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능력 외에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이미 채용과 관련된 방법론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어찌 보면 채용에 필수적인 것이라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을까?
자기소개서는 일종의 제품 설명서와도 같다.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특정한 조직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새롭게 출시된 제품을 개략적으로라도 이해하기 위해서 제품과 같이 보내지는 설명서를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듯, 새로운 사람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읽어 보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런 점에서 자기소개서는 필수적이지만 자기소개서를 그냥 제출하라는 식으로 채용을 진행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채용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자기소개서를 통해 알고자 하는 바도 분명해진다. 남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항목으로 자기소개서를 구성하기보다는 조직이 알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자기소개서의 문항과 형식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만으로도 채용 과정에서 조직이 겪는 어려움을 많이 해소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어떤 항목을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채용의 목적과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가 정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간혹 자유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라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왜 자유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형식을 없애서 지원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거기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화려한 포장 기술과 한 장의 자기소개서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화려해 보이는 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가 조직에 도움이 되는 채용으로 이어질지는 마음을 뺏기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첫인상'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그 '첫인상'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첫인상에 반대되는 강렬한 결과를 얻기 전까지 그러한 첫인상이 수정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기소개서는 첫인상을 만드는 기초 정도의 역할만 한다. 그럼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그렇다. 면접이다.
사실 사람을 파악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일을 해보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일을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해 같이 일을 해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판단이 된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일을 같이 하는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면접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사람인지 판단을 하게 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좋은 '첫인상'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솔직히 말해 첫인상을 뛰어넘는 혹은 그에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준 사례를 별로 찾지는 못했다. 필자가 경험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면접이라는 채용 방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면접은 부실한 준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 면접을 준비도 해보고 실제 면접관도 했었지만, 상당수의 면접은 투철한 목적의식 하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통상 채용을 담당하지 않는 실무 부서의 관리자급 직원과 채용 담당 직원 정도가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데, 사전에 준비된 질문지 정도 외에는 특별한 준비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 면접관조차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덕분에 많은 면접 결과는 조직과 '핏'이 잘 맞는 혹은 '핏'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선택되는 것으로 정리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면접 결과를 디테일하게 알게 되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받고 싶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은 거의 없다. 그냥 핏이 안 맞은 것일 뿐이다. 그 누구도 명확하게 문서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조직에 형성되어 있는 조직문화는 해당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면접은 그런 핏을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면접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일단 면접에 참여하는 면접관이 면접 전에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가 왜 뽑으려고 하는가 등등 조직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현재 필요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논의되어야 면접에서 면접관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된다.
관련해 새로운 면접에 대한 필자의 아이디어는 면접관이 일방적으로 질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원자와 면접관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과업을 수행하는 면접 방식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함께 일을 해보는 경험인 셈이다. 반드시 좋은 결과나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에 대한 판단은 단순히 묻고 답하는 것보다 정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갑'의 위치에 놓인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 바쁠 면접관이 이러한 방식을 원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조직에 따라 충분히 해볼 만한 면접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성격의 면접으로 여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조별 과제를 진행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필자도 그런 면접을 보기도 했었고 면접관으로 평가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은 지원자들 사이의 비교를 유발하는 형태이기에 그러한 것에 취약한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경쟁 압력을 잘 이겨내는 사람 중에도 인재가 있지만 그런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 중에도 인재는 존재한다. 물론 채용이라는 과정에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이런 방법마저도 시행을 어렵게 생각하는 조직들도 많다.
길었던 글의 정리다.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법은
문제는 결국 실천이다. 실제 많은 채용은 쫓기듯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채용이 무조건 나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직은 그렇게 점점 성장의 가능성을 스스로 버려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