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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Sep 22. 2016

누가 승진을 해야 하는가?

현실과 새로운 가능성

한국의 조직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바로


                 승진


승진 인사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 되면 누구나 기대를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한다. 그리고 승진에 대한 뒷말은 그 결과가 무엇이든 심지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라 해도 언제나 무성하다. 사실 이러한 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대부분의 승진이 많은 대상들 중에 일부만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사실 명확하다. 승진을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조직에서 일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승진은 조직이, 경영진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자신들의 의도와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더욱 정확하게는 조직 내의 사람들을 그렇게 이끌어낼 사람을 원한다. 원론적으로만 이야기하면 그러한 사람이 조직의 논리에 따라 승진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도 그럴까? 현재 한국의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승진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인사평가나 성과 등을 통한 소위 말하는 평가를 통해 우위에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CEO나 경영진의 의도 혹은 의지로 특정한 누군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인사평가라는 것이 그리고 성과라는 것이 얼마나 객관적일까? 앞서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사평가라는 것 자체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리고 한국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그러한 주관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과는 어떨까? 업무가 조직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특출난 성과를 내는 특출난 개인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그러한 개인을 찾으려는 노력도 굳이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업무의 책임을 맡고 즉각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저 무능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그러면 경영진의 탁월한 식견으로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섣불리 잘못됐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맞다고 말하지도 못하겠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경영진의 탁월한 식견이 작동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굳이 실례를 들지 않아도 한국의 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정말 위로 갈수록 윗사람한테 잘해야 하는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문장이 생존원리가 되어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조직의 경영진이 승진에서 범하는 흔한 오류는 자신의 판단이 다른 사람들의 판단보다 낫다는 것이다. 경영진 역시 오류가 가득한 사람이라면 조직의 목표와 목적을 위한 판단이 언제나 맞을 수 없다. 정확하게는 매우 많은 경우 경영진은 조직의 발전을 방해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익히 알려진 사례지만  관습처럼 받아들이는 승진의 방식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기업도 있다.(대표를 직원의 투표로 뽑는다면 어떨까?)


승진의 본질에 대해 진정으로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것도 진정으로 성취를 이루고 싶은 조직이라면 말이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개인 단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업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조직의 발전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한 리더는 당연히 팀을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경우는 쉽지 않다. 물론 그러한 사람들 중에서 앞서의 승진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성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실에서 '리더'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상사와 일한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현실적으로 조직 운영의 입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을 승진시켜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뛰어난 성취를 거둔 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고 조직의 입장에서 개인에게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뛰어난 성과를 거둔 개인이 리더가 된다고 해서 해당 조직의 성과가 뛰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뛰어난 개인이 반드시 뛰어난 리더가 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은 꼭 승진이 아니어도 괜찮다. 금전적인 형태이든 혹은 다른 형태이든 승진이 아닌 형태의 보상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승진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상급자가 되는 순간 하급자의 일상까지 지배하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퇴근과 휴가에 상급자의 눈치를 보는 정도를 넘어 함께 하는 시간 내내 하급자는 상급자가 신경 쓰인다. 한국 사회의 수많은 하급자들이 상급자를 꿈꿀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러한 힘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거꾸로는 그러한 힘에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승진을 한다는 것이 더 이상 일상을 통제하는 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높은 노동시간과 낮은 생산성을 명찰처럼 달고 다니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노력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본은 개인의 일상이 조직에 통제되지 않는 것이다. 창조를 외치면서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사람이 발휘할 창의력이라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기대되지 않는다.



결국 승진은 리더를 뽑는 것이고, 리더는 업무를 지휘할 권한보다 사람들을 잘 이끌어야 할 책임이 큰 자리이다. 리더가 더 이상 하급자의 일상을 지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권한보다 책임의 부담이 크다고 느낀다면, 승진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조직에 필요한 승진은 진정한 '리더'를 뽑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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