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프라하로 가는 날이다. 런던에서 이틀만 숙박하고 프라하로 가는 이유는 런던을 이번 여행의 관문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시작해 바르셀로나를 끝으로 삼는다면 바르셀로나에서 바로 보스턴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시작과 끝을 같은 곳으로 해 항공권을 구입하면 항공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정은 처음 도착한 날부터 런던에서 2박 하고 나중에 돌아갈 때 다시 3박 하는 것으로 됐다.
유럽 내 국가 간 이동은 전부 라이언에어(Ryanair)로 예약했다. 저가항공으로 노선이 많기로 유명한 항공사다. 나는 오전 비행시간을 선호하지만 시간을 맞추다 보니 런던 출발시간이 오후 6시 10분, 도착시간은 프라하 시간으로 밤 9시 5분이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지만 시차 때문에 1시간이 늘어난다.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한다. 오후 6시 10분 항공기를 탑승하려면 공항에 2시간 먼저 도착하기 위해 4시 10분까지 가야 한다. 라이언에어는 스탠스태드 공항 (Stansted Airport)을 사용한다. 스탠스태드 공항까지 가려면 리버풀 스트릿 역까지 간 후, 거기서 스탠스태드 익스프레스를 타고 가는 게 좋다. 힐튼 런던 메드로 폴에서 리버풀 스트릿까지는 택시로 20분, 또 거기서 공항까지는 익스프레스 레일로 50분이다. 4시 10분까지 공항에 도착하려면 늦어도 호텔에서 3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 가는 길이니 1시간 정도는 여유를 두어야 한다. 그럼 호텔에서 2시에 출발해야 한다. 오전 중에 어디 갔다 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오전 8시 반쯤 호텔 조식을 먹고 타워브리지 (Tower Bridge)로 출발했다.
오늘도 비가 간간이 내려서 우비와 우산을 챙겨 들고 나섰다.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 역에 내려서 탬즈강변을 따라 타워브리지 쪽으로 쭉 걸었다. 런던 브릿지와 타워브리지는 가깝게 있지만 서로 다른 다리다. 다리에 두 개의 탑이 있는 것이 타워브리지다. 타워브리지에 간다고 하면서 런던 브리지 역에 내린 이유는 멀리서 봐야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스카이가든에서 봤던 동그란 밥 통처럼 생긴 유리 건물이 뭘까 궁금했는데 가다가 보니 다름 아니라 런던시청이다. 타워브리지를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왔다. 그리고 어디 갈까 하는데 세라가 가까운 곳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보로우 마켓 (Borough Market)이다. 보로우 마켓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데 먹거리가 많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위치는 런던 브리지 건너자마자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내려가면 된다.
먹어볼 만한 것들이 꽤 있는 재래시장이다. 여러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소피와 나는 해물이 들어간 버섯 볶음밥을 픽업해 남들처럼 서서 먹었다. 세라는 유명한 빵 파는 데가 있다며 찾아다니다가 빵집은 못 찾고 그와 비슷한 뭔가를 사 먹었다. 세라는 또 유명한 커피집 (Monmouth Coffee)이 있다며 우리를 안내했고, 거기서 엄청난 사람들 속에서 줄 서서 커피를 픽업한 후 운 좋게 한자리 차지하고 커피까지 마셨다. 밥도 서서 먹었는데 커피까지 서서 마신다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 다시 튜브로 호텔까지 가려면 한 시간 정도 잡아야 하니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한다. 가자고 하니 소피는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하더니 한참만에 왔다. 화장실 찾는데 한참 걸렸다고 한다. 그 와중에 또 생과일주스 한잔 사 먹고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한 건 2시쯤이니 예정보다 늦지 않았다. 그리 먼 것 같지 않아 택시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엄청난 트래픽이다. 구글맵에서는 거의 다 온 것으로 표시되는데 가는 길마다 막히니 돌고 돌고를 반복한다. 안 되겠다 싶어 걸어가려고 내렸다. 구글맵을 보고 골목을 돌고 돌아 겨우 리버풀 스트릿 (Liverpool Street)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한 번 또 헤맬 뻔한 게 리버풀 스트릿 튜브 역이 있고 스탠스태드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역이 건너편에 따로 있는 것이다. 미리 예매해둔 표를 개찰구에 스캔하고 스탠스태드 익스프레스 타는 곳으로 들어갔다. 예정보다는 좀 늦었지만 다행히 제대로 기는 기차를 탔다.
창밖의 경치를 보며 '런던도 시내만 벗어나니 한산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데 벌써 스탠 스탠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다 라이언에어라 더 헷갈렸다. 비행시간이 2시간이라 탑승절차가 간소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항공기는 예상대로 크지 않았는데 탑승객은 꽉 찼다. 라이언에어가 가격경쟁력이 있다고는 하나 그건 아주 작은 손가방 하나만 들고 탔을 때의 얘기다. 우리처럼 캐리어가 있으면 캐리어 하나 부치는 값이나 사람 한 명 타는 값이나 비슷하다. 캐리어 부치는 값이 더 비쌀 경우도 많다. 유럽여행 중 항공편을 여러 번 이용할 것이라면 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짐이 돈이다.
두 시간 후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 도착했다. 밤 9시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한 시간 늦게 출발하더니 결국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프라하에서는 승용차 서비스로 호텔까지 가려고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뒀다. 출구를 빠져나오니 승용차들이 여러 대 대기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예약한 승용차는 이제 막 도착했다. 프라하 올드타운 호텔을 잡고 싶었으나 방이 없어서 세라만 하루를 힐튼 프라하에 숙박하고 소피와 내가 묵는 힐튼 프라하 올드타운으로 합류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먼저 힐튼 프라하에 들렀다가 힐튼 프라하 올드타운으로 가자고 했더니 운전기사가 잘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영어를 하긴 하는데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힐튼 프라하에서 세라를 체크인해주고 바로 5분 거리에 있는 힐튼 프라하 올드타운으로 갈 생각이라 5분만 기다리라고 했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하는데 호텔 직원이 힐튼 프라하 올드타운에 오늘 방이 없다고 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방 하나를 더 체크인하도록 해주겠다고 한다. 예약했는데 왜 방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같은 호텔 체인이고 지금 세라를 놔두고 가느니 오히려 더 잘됐다 싶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밖에서 기다리던 기사에게 올드타운에는 안 가도 된다고 보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만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올드타운으로 호텔을 옮기면 된다. 호텔이 꽤 크고 생각보다 넓고 쾌적하다. 힐튼 프라하 올드타운은 어떨까? 가만, 오늘 저녁은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