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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여행 2

2020년에 되돌아보는 2004년 여행

by Blue Bird

일요일 아침 UC 버클리 앞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가게 안은 복잡하지도 한가롭지도 않았다. 중국어를 쓰는 아시안 부부와 그들의 아들인 듯한, 그리고 버클리 학생인 듯한 학생 가족, 스패니쉬를 쓰는 몇 명, 홈리스인 듯한 흑인 한 명, 그 밖에도 서너 명이 보인다. 우리는 음료를 대신해 커피를 시키고 허쉬 브라운이 포함된 아침메뉴에서 두 가지를 시키고 집에서부터 싸온 무수비를 하나 먹었다. (무수비는 하와이에서 잘 먹는 것 - 조미된 네모난 밥에 스팸을 얹고 김을 말은 것)


여행 중에 새로운 것을 보거나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나는 일상생활 속의 한 부분을 만나는 것을 즐긴다. 내가 만약 지금 여행 오지 않았더라면 일요일 아침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일어나서 산에 갔을 수도, 샤워를 하고 소피가 준비할 아침을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같은 시각, 공간을 샌프란시스코, UC 버클리 앞 맥도널드로 이동하면 이런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 살고 있구나. 내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남의 일상을 구경하는 재미, 이것이 바로 내가 즐기는 여행의 재미 가운데 하나다.


아침을 먹은 후 소노마와 나파밸리로 향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사이에서 다리를 잘못 건너면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가 버렸다. 오클랜드로 가서 와이너리에 먼저 가고, 그 후에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와야 차를 반납할 수 있는데... 게다가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건널 때 통행로로 5달러까지 내야 했다. 우 씨~ 잘못 온 것도 서러운데 통행료까지. 다시 건너갈 생각으로 통행료를 내면서 물어보니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만 통행료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괜히 10달러 날릴 뻔했다.


일단 다시 다리를 건너가기 전에 물도 사고, 다시 건너가는 길을 보려고 주유소에 들렀다. 다리를 건너서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시내에 보이는 집들이 재미있다. 업다운 언덕길에 하얀 집들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2층 또는 3층 하얀 집들, 아주 예쁘장하다. 영화에서 많이 보던 샌프란시스코 풍경이다.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다시 건너가는 길을 찾아 건너가 보니 경치가 멋진 곳이 나타나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었다. 길 잘못 들어선 김에 뷰포인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금문교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상하고, 강 건너 샌프란시스코 풍경도 천천히 감상하고. 햇볕이 따스하면서 바람이 약간 쌀쌀하게 부는 샌프란시스코 경치, 멋있다.

다리를 건너서 한참 달려 소노마에 도착했다. 이때가 와이너리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와이너리는 실제로 포도밭에서 사람들이 포도를 따고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 포도밭도 있고 여기 어딘가에서 와인을 만들기는 하겠지만 볼 수는 없었다.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기념품점 같은 테스팅 룸에서 와인을 맛보고, 사고 싶으면 몇 병 사는 것뿐. 와이너리가 이런 거구나. 너무 비즈니스화 되어 있구나. 네 잔(바닥에 깔아서)까지 무료로 맛을 볼 수 있어서 나는 네 잔을 다 맛보았고, 소피는 두 잔만 맛봤다.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사지는 않았다. 아직 와인을 마실 나이가 한참 안 되는 세라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과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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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는 소노마에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있다. 유명한 몬다비 와이너리를 찾았다. 몬다비는 아까 들렀던 소노마의 와이너리에 비해 규모가 아주 컸다. 몇 개를 테스팅한 후 괜찮은 것이 있어서 1/3 글라스를 샀다. 와인잔까지 주는 거지만 가격은 10달러, 너무 비쌌다. 한 병 가격은 45달러! 몬다비 로고가 새겨진 와인잔을 주긴 하지만 별로 좋은 잔도 아닐 텐데. 로고 값 너무 비싸군. 와인은 맛있었다. 소피 한 모금, 나 세 모금, 세라는 냄새와 폼만.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갈 차례다. 오클랜드 쪽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갈 때는 어느 다리로 들어갈지 선택할 수가 있다. 워낙 다리가 많으니. 우리는 아까 건너갔던 금문교가 아나라 상공에서 봤던 베이브리지로 건너갔다. 도심에 있는 힐튼호텔을 예약해놓은 상태라 찾아가야 하는데 도시가 무진장 복잡하다. 일단 호텔 근방까지는 온 것 같은데 호텔이 안 나타나고, 호텔에 가기 전에 차를 반납해야 하는데 달러 랜트카 사인이 보이지 않는다. 시내를 돌고, 돌고, 돌고.... 해는 지고 어두워지는데.


시청, 유니온스퀘어 근방을 수없이 돌다가 드디어 대학노트만 한 크기(약간의 과장을 보태서)의 달러 랜트카 사인을 찾았다. 그때가 오후 7시 20분 전. 차 반납 예약시간을 불과 20분 남겨둔 상태다. 만약 20분이 지난 후 차를 반납했더라면 하루치 빌리는 값을 더 내야 했다. 한 가지 문제는 차를 반납하려는데 개스를 채워오지 않았으니 개스비로 40달러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개스를 채워서 오긴 했는데 오클랜드에서 채웠고, 시내에 들어와서도 한참 헤맸으니 개스눈금이 내려갔을 것. 그래도 40달러는 너무하다. 그때 당시 40달러면 앵꼬에서 만땅, (왜 개스 채울 때는 이 일본말(?)이 가장 먼저 생각날까) 아니 참, 바닥에서 가득까지 채울 수 있는데 내가 운전한 차 개스눈금은 절반도 안 내려갔다. 당연히 항의했다. 사무실로 올라가서 말하라고 해서 올라갔고, 결국 17달러만 내고 나왔다.


차를 반납했으니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 호텔로 가야 하는 것이 걱정됐는데 다행히 힐튼호텔은 랜트카 반납한 곳의 바로 건너편에 짠하고 버티고 있었다. 원래는 호텔에 가방을 내려놓고 차를 반납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차를 먼저 반납했던 것. 어쨌든 7시쯤 힐튼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


벌써 18년이나 흘렀지만 그때 보았던 나파밸리와 소노마벨리, UC 버클리의 풍경, 처음 아침을 먹었던 UC 버클리 앞의 맥도널도 집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와이너리를 돌고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잘못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엉겁결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던 일도 생각난다. 나중에 시내로 들어와서는 너무 복잡해 차를 반납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던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 땀이 난다.

참, 금문교는 여전히 그대로 있지만, 그때 우리가 타고 갔던 항공사 ATA는 이미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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