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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여행 4

2020년에 되돌아보는 2004년 여행

by Blue Bird

샌프란시스코 여행 둘째 날 사이언스 박물관에 이어 들른 곳은 현대미술 박물관(Modern Art Museum), 건물이 이름에 걸맞게 생겼다. 1층에서 잠시 둘러보다가 마침 정오부터 박물관 가이드 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합류하기로 했다. 정오가 되어 투어 시작 장소에 가보니 열댓 명 정도가 모였다. 박물관 가이드는 먼저 한 사람씩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미서부나 동부지역에서 왔다고 하는데 우리가 하와이에서 왔다고 하니 조금 놀라는 듯했다. 하와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다지 먼 곳은 아닌데 왜 놀라지? 하와이라는 지명이 주는 느낌이 부러운 건가.


가이드는 아래층부터 올라가며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했는데 조금 듣다 보니 지루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성격이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제일 싫어하는 터, 슬며시 빠졌다. 중간에 빠지는 사람이 우리말고도 있는 듯했다. 내가 자유의지대로 다니면서 눈에 띄는 것 있으면 더 오래 보고 아니면 건너뛰면 되는 것 아닌가. 하긴 우리 식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일단 입구에서는 같이 들어가서도 안에서는 따로 다니는 게 보통이다. 혼자 내키는 대로 실컷 구경하고 다니다가 중간에 가끔 스치면서 마주치기도 하고. 결국 끝 지점쯤에서 만나 같이 나온다.


시내의 예르바(Yerba)라는 곳에서 돈부리와 차오펀으로 점심을 먹고 파월(Powell) 스트릿에서 케이블카를 탔다. 예르바라는 곳은 샤핑몰과 광장이 어우러진 곳으로 삼삼오오 잔디밭에서 또는 야외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풍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먹는 거라야 샐러드, 샌드위치, 버거, 칩 같은 거로 별거 없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야외용 테이블에 앉아 파란 잔디를 호흡하며 먹는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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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 가기 전에는 그곳 명물인 케이블카가 정말 남산에서처럼 공중에 떠다니는 그런 케이블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상에 놓인 철로와 공중에 전깃줄처럼 설치해놓은 케이블에 의해서 다니는 케이블카였다. 왠지 속았다는 느낌. 누가 속인 게 아니고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데도. 그 케이블카를 타고 휘셔 맨스 워프(Fisherman's Wharf)가 있는 39번 부두 (Pier 39)로 가려고 40분을 기다렸다. 땡볕에 줄 서서. 40분 기다려서 마침내 도착한 케이블카를 타고 간 시간은 불과 20분. 게다가 케이블카가 가는 속도는 사람이 천천히 뛰는 정도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걸어갔을까? 아니다. 그래도 케이블카를 탔을 거다. 땡땡땡땡~ 케이블카 출발 시 나는 맹랑 쾌활한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내 추억 속의 샌프란시스코는 땡땡땡땡~ 과 끼룩끼룩~이다. 끼룩끼룩~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자.


우리의 계획은 피어 39에서 금문교 밑을 지나는 관광선박, 블루&골드 크루즈를 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피어 입구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늦장을 부리다 부두에 도착해보니 막배 떠나는 시간을 놓쳤다. 시간을 알고 갔으면 탔을 텐데... 그럼 내일 타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표만 바꿔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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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피어 39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피어 앞에 넓은 나무 뗏목을 서너 개 띄워놓았는데 그곳에 물개가 무더기로 올라가 잠을 자고 (그냥 쉬는 건지도 모른다)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수십 마리 물개가 조그만 틈도 없을 정도로 몰려서 잠을 자고 있는지 햇볕을 쬐고 있는지. 조금만 틈이 나면 서로 안쪽으로 파고들려 한다. 자리를 못 잡은 몇몇 물개들은 이쪽 뗏목에서 저쪽 뗏목으로 옮겨 다닌다. 마치 한 직장에 자리를 잡지 않고 다른 자리를 찾아 옮겨 다니는 인간의 모습인 듯, 마치 한 나라에서 정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찾아 터전을 옮겨 다니는 이민자의 모습인가. 그런데 이 야생 물개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데도 잠이 올까? 가끔 끼룩끼룩~(이 소리가 아까 말했던 그 소리)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모여있던 물개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피어에서 세라는 3-D 영화를 보고, 소피는 사무실 동료들 준다고 키체인을 사고, 나는 금문교가 그려진 조그만 그림을 네 장 샀다. 저녁이 되면서 출출해 시푸드 마켓(해산물 시장이 아니라 음식점 이름이 그랬던 것 같다)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잊을 수 없는 클램 차우더와 시푸드 믹스, 맥주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클램 차우더를 사우더 도라는 빵을 파내고 그 안에 담고 잘라낸 빵으로 뚜껑까지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차우더 맛이 정말 좋았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세라는 몇 년 후 LA에 갔을 때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먹었던 그 클램 차우더를 잊지 못하고 다시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였다.

세라와 둘이서 LA공항에 도착했을 때 세라는 짐짓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는 듯 샌프란시스코 클램 차우더 얘기를 꺼내면서 지금 먹으러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순진하게 물었다.

"세라야 여기서 차로 샌프란시스코 가려면 하와이에서 비행기 타고 온 시간보다 훨씬 더 걸릴 걸...."

"Really? Foget it then..."

***

샌프란시스코 피어 39에서 먹은 클램 차우더는 정말 맛있었다. 아마 클램 차우더란 것을 그때 처음 먹어보는 것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그곳의 해산물이 아주 싱싱해서 맛이 특별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이후에 하와이와 LA 등 다른 곳에서도 클램 차우더를 먹어봤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하와이의 홀푸드에도 클램 차우더가 있긴 하지만 역시 그 맛 하고는 다르다.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기면 꼭 피어 39에 가서 클램 차우더를 먹어봐야겠다. 아직도 그 해산물 식당 '씨푸드 마켓'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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