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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l 25. 2021

일상으로의 복귀, 행복 뒤의 두려움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코로나 일지 (완)


숨이 자꾸 막히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던 자가격리 초반 때와 달리 응급실에 다녀온 뒤에는 비교적 컨디션이 좋았고, 덕분에 방에서 갇혀 보내야 하는 시간도 버틸만했다. 열도 없었고, 어쩌다 한 번 기침이 나오는 게 전부였다


"오늘은 상태가 좀 어때요?"

여지없이 보건소 담당 의사의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나의 소소한 증상을 보고했다. 열이 다 떨어지고 특별히 증상도 없으니 자가격리 10일을 채운 목요일부터는 집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의사의 허락이 떨어졌다. 앗싸




이제 열을 다 떨어졌고, 의사도 밖에 나가도 된다고 했지만 가끔 새어 나오는 기침 때문에 목요일에 바로 집 밖을 나서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3분 정도 집 밖을 나가긴 했다. 열흘간 방 안에 쌓아두고 있던 쓰레기는 당장이라도 버리고 싶었으니깐





그리고 (제대로) 처음 외출해서 간 곳은 내가 사랑하는 아이에떼 공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위치에 있고, 나무와 수풀이 많아 초록 내음을 잔뜩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이지만,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이 더 없었다. 한 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5명 채 보이지 않았으니깐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공원을 걷고,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조금 걷다 보면 꼭 오래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옆구리가 쿡쿡 쑤셨지만 ‘달리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달리다, 쉬다를 반복했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밖에 나올 수 있고

조금씩 나의 일상을 되찾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물론 미묘한 불편감이나 통증이 있을 때에는 내가 정상이 아님에, 코로나 확진자였음에, 그래서 폐렴이 생긴 것에 끝없이 우울해지도 했지만 말이다





6월 초 내내 집에 갇혀 있다가 중반이 되어서 밖으로 나오니, 산세바스티안에는 여름이 도착해 있었다


나는 그 전보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졌는데, 사람들은 마치 2년 전 여름처럼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7월인 지금은 이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해변에 사람들이 득실댄다.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살짝 적은데도 하루에 확진자가 몇 만 명씩 터지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사람이 많은 해변에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 해변 풍경은 멀리서 훑어만 보고 언덕길을 올랐다. 멀리서 보는 라꼰차 해변의 푸른 바닷물을 보니… 다들 못 참고 해변으로 뛰쳐나온 게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의 목적지는 여기. 수국이 가득 피어 있는 미라마르 궁전(Palacio Miramar). 작년 이맘때 발목을 접질려서 수국을 보러 가지 못해서 ‘내년엔 꼭 가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올해도 못 보고 지나가는 줄 알고 좀 걱정이 됐었다


그래도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음 글에서 얘기하겠지만 후유증을 겪고 있기에 '온전한 일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건강해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건강한 나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착실히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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