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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ul 30. 2021

코로나 확진, 그리고 두 달 후

코로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살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거늘, 이 두 달 동안은 이런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주변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고, 사람 많은 곳은 가지 않기에 지금도 대체 어느 루트로 내가 코로나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두 달, 아니 여유 있게 세 달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한동안은 집콕하고 밖으로 안 나오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두 달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코로나에 공격받고 있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지만 또 어떤 날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증상은 그날그날 다르다. 가장 많이 겪고 있든 건 가슴 통증, 호흡의 갑갑함, 근육통, 관절통이고 짧게는 인후통과 코막힘도 느꼈었다. 근육통이 조금 심한 날에는 진통제를 먹는데, 지금까지 진통제를 먹은 날이 아마 안 먹은 날보다 좀 더 많은 것 같다


후유증, 특히 호흡에 문제가 있는 날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그런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겨우 잠에 들었다가도 악몽에 시달리며 몇 번이나 깬다. 그래도 회복을 위해 억지로 더 잠을 청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몸은 엄청나게 챙기고 있는 요즘. 원래도 건강하게 식사하고 몸을 챙기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한 술… 아니, 세 술은 더 떠서 챙기고 있다


평생 습관들이 못했던 영양제를 챙겨 먹고, 술을 마시지 않고, 저녁은 거의 먹지 않는 정도로 정말 가볍게 먹는다. 아침에는 30분가량 호흡과 스트레칭을 하고, 밤에는 풍선불기(폐에 좋다고 함), 그리고 하루 틈틈이 횡격막 호흡을 한다


잠시 2박 3일 근교 여행을 다녀왔을 때 이런 건강한 루틴을 챙기지 않고 ‘평범한 일상’으로 지내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 다시 일주일 정도 아팠다. 저녁을 보통 양만큼 챙겨 먹거나 맥주 한 잔을 하면 다음 날은 꼭 컨디션이 별로다


그래서 요즈음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언제까지 후유증이 계속될까’, ‘언제까지 이렇게 깐깐하게 건강을 챙겨야 하는 걸까’라는 것이다. (원래도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음식이었지만) 피자, 치킨에 맥주나 콜라 한 캔! 같은 음식을 ‘다음 날 몸상태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게 언제쯤일까 하는 거다


비록 나는 무사히 자가격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내 일상은 종종 빨간불이 켜진다



저어어멀리 떨어져 찍은 쑤리올라 해변



그래서 그들을 보면 부럽고, 종종 화가 난다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그저 ‘여름’이 왔을 뿐. 그들은 친구들을 만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해변에 간다. 날이 좋을 때는 해변이 정말 해운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다. 아무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떠들고 노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참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 난다. 늘 조심하고 위생을 지키는 나는 코로나에 걸렸는데 그냥 해맑게 웃는 그들을 보면 화가 나고 못된 생각이 든다


인구는 한국보다 적지만 매일 2-3만 명씩 신규 확진자가 터지고 있는 스페인. 마치 그들에게 코로나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듯하다. 나는 걸리기 전보다 지금, 코로나에 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는데 말이다


사실 검사를 해서 몸에 항체가 생긴 걸 확인했기 때문에 델타 변이 문제만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긴장도 좀 풀고, 스트레스도 덜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고 생긴 항체는 델타 변이를 이기지 못한다는 기사를 본 뒤로 나는 슈퍼에사 사 온 모든 물건을 알코올로 닦고, 7층 집을 계단으로 올라가고, 하루에 이십 번은 족히 손을 씻는다





후유증을 겪는 경우, 적어도 3개월은 간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이제 2/3를 채운 나는 그저 ‘아아, 제발 한 달 뒤에는 후유증이 없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할 뿐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생긴 폐렴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다른 후유증만이라도 말이다


여전히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도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만 말했다. 반면 어학원에서는 두어 번, 다들 조금 더 코로나에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후유증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서양인들은 역시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듯하다



나는 그저 말하고 싶다


아무도 코로나를 100%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확진자와 식사를 해도 걸리지 않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도 걸린다. 누군가는 무증상으로 그냥 지나가지만, 누군가는 무척이나 아플 수도 있다. 누군가는 후유증이 없지만, 누군가는 후유증을 겪는다


그래서 우리는 애초에 이 빌어먹을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델타 변이는 치명률이나 통증이 비교적 적다는 뉴스 제목을   봤던  같다. 하지만 운이 나쁜 케이스에 내가 해당될 수도 있는  아닌가. 건너 건너 코로나에 걸렸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별로 아프지 않았고 후유증도 남지 않았다. 나만 이렇게 후유증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거다. 그냥 복불복이다. 그러니 조심하자.  글을 읽는 당신은 끝까지 코로나의 덫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기를 바라며, 확진되어 글들을 찾아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탈히 곧 다 지나가기를 바라며


포스트잍에 써 책상 앞에 붙여 놓은 한 달 전 다짐 글귀로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강하다

나는 다 이겨낼 것이다

나는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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