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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May 14. 2021

스페인3년 차,백수의 속마음

해외생활 딱 3년, SNS 에는 쓸 수 없었던 이야기



"나 스페인으로 갈 거야"


해외에서 살아보는 건 내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주변 상황은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3년 전 내가 이 말을 뱉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나의 오랜 열망을 알고 있던 소수의 지인들은 격하게 축하해주었고, 누군가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괜찮겠냐고 물었고, 누군가는 말로 뱉지는 못했지만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 나이가 일반적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는 나이 때는 아니었으니깐


사실 그들의 의견이 어떻든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굳이 걱정되던 대상을 꼽아보자면 첫 번째로 부모님의 반응이었고, 두 번째로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노심초사하는 부모님께 "오래 가있을 거예요"라고 지를 자신은 없어서 "쉬면서 건강 회복할 겸 1년 나갔다 올게요~"라고 말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마음껏 즐긴 1년 차


사실 스페인에서의 첫 1년은 그저 즐거웠고,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며 보냈다.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스페인어 때문에 종종 받는 스트레스 정도가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작고 귀여운 수준의 스트레스였다-


나는 마음껏 햇빛을 쬐었고, 마음껏 파아란 하늘을 봤고, 뛰고, 웃고, 이야기하고, 먹고, 마시고, 그리고 여행도 참 많이 했다. 처음 6개월은 진짜 아무 걱정 없이 즐기고 놀았던 것 같고 그 뒤로는 종종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실컷 쉬어보는 게 처음이라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내가 뒤쳐지고 있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었다. 두 번인가 그 불안감을 가까운 지인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야, 너는 1년 그냥 쉬어도 돼. 아니 더 쉬어도 돼"라고 말해주었다. 빈 말을 할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크게 마음이 놓였다






'스페인 라이프'에 대한 이미지


사람들이 '스페인'하면 떠올리는 건 '태양', '열정', '축제' 등 화려하고 활기찬 이미지일 것이다. 아마 첫 1년, 발렌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내 일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스페인의 이미지와 부합할 것이다. 발렌시아는 1년 내내 날씨가 좋았고 여름에는 거진 매주 크고 작은 축제가 있을 정도로 마시고 떠들고 즐길 기회가 많았다.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면 공원에 가 잔디에 털퍽 누워서 햇빛을 쬐기도 하고, 책을 들고 가서 읽기도, 친구들과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냥 하하 호호하는 것만은 아니다. 말이 통하고 멘털적으로 공감이 가는 모국에 사는 것보다 외국에 사는 건 따져보자면 쉬운 것보다는 어려운 게 더 많다. 아 물론 돈이 많으면 모국이나 해외나 그의 삶은 좀 더 안락하고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

스페인에서 특히 외국인을 빡치게 하는 건 부로크라씨아(burocracia). 사전에는 '관료제도'라고 나오지만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보자면 '해외에서 거주하기 위해 공기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스페인 공기관의 업무 처리는 정말 느리다. 지역마다 차이가 크지만 이민청에서 비자 수속을 밟아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느리다'라는 것이다. 어느 도시에 살고 있던 말이다. 심지어 몇 번을 해도 적응이 되기보다는 그때마다 깊게 빡이 친다


2

현지 취업을 원한다면 사실 스페인은 그다지 좋은 목적지는 아니다. 코로나 전에도 청년실업률이 30%에 육박했으니 지금은 아마....(말잇못) 실업률도 높을뿐더러 정책은 마치 '외국인이 취업하기 최대한 어렵게' 만든 듯한 느낌도 든다. 더불어 취업한 후 받을 연봉도 높지 않다. 해외취업을 생각하고 있고 유럽살이를 하고 싶은 것이라면, 꼭 스페인이 아니어도 된다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도 스페인이 너무 좋아서 여기로 왔지만, 평균 연봉 테이블을 볼 때마다 조금 슬퍼진다-


3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여기 사람들이 '자유'라는 말을 변명으로 얼마나 무책임하게 행동했는지 나는 스페인에 계속 머물면서 봐왔다. 이 얘기만으로도 포스트 3개는 쓰고도 남을 듯 하니 이 얘기는 여기까지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스페인에 있다. 이곳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고 이곳에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장담할 수도 없다. 그저 부딪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것뿐이다. 브런치에서 스페인 소식-특히 스페인 회사생활을 쓸 수 있었으면-을 계속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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