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아이의 교육 목표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인생 목표
를 정하는 것은
어느 부모에게나 힘든 일이겠지만,
느린 아이를 키우는 나는 안갯속을 헤치며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잡는 기분이다.
더 어렸을 때는 도통 말하지 않고, 비언어적 표현도 적으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추측하는 게 힘들었고, 표현이나 지시수행이 좀 늘어난 지금은 들쭉날쭉 결과에 외워서 아는 건지 이해하는 건지 헷갈리고, 그러다 보니 측정이 어렵고 다음 목표를 잡는 것이 무척 까다롭다.
우리 아이의 경우 중증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지만, 아직 만 5세라 완전히 판단하기 쉽지 않다. 보는 선생님에 따라 자폐성향이 너무 옅다는 분도 있고, adhd를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도감도 들었다가 이내 더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자폐에 adhd까지 있단 말인가? 엎친데 덮친 거 같은 기분. 아직 어린아이들의 경우 증상이 비슷하다 보니 진단이 뒤바뀌기도 하고 아주 경증으로 예후가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진단명보다는 느린 아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로 정의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이런저런 진단과 검진, 의견들을 모아 현재 나는 우리 아이를 감각통합장애와 adhd 그리고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고 치료와 교육을 하고 있다.
처음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게 아닐까 생각했을 때 한 고민 중에 하나가 영재성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더 나을까 아닐까였다.
어차피 평범하기 어렵다면 가지고 태어난 재능이 있어 그것에라도 몰두할 수 있다면 다행이 아닐까? 감각의 문제, 의사소통의 문제도 힘든데 영재성까지 있으면 인생이 더 괴로울까? 타고난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고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하지 어렴풋이라도 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현재까지 우리 아이가 보여주는 영재성은 없다. 다만 반짝반짝한 눈빛과 회피를 위한 눈치는 구백단이다. 이리하여 고민은 인지냐 사회성이냐로 좀 좁혀졌고, 나는 인지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일반아이들은 사회적 관심이 인지와 언어능력운 향상시키지만, 그것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는 인지 향상을 통해 사회성을 학습처럼 익히는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인지수업에 많은 공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