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여행그램 009. From Barcelona, Spain
한장여행그램 009. 끔찍함과 낭만의 한 끗 차이
당신의 끔찍한 퇴근길이
여행객인 나에겐 아름다워 보여요.
당신의 지루한 귀갓길이
여행객인 나에겐 낭만적으로 보여요.
야경은 정말 예쁜 것 같아.
한강 다리를 건너는 조수석에 앉아 내가 말했다.
그는 조용히 창 밖 야경을 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거 알아? 야경이 예쁘다는 건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뜻한대."
어두운 도시를 반짝반짝 빛을 내며 수놓은 불빛들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으흠, 듣고 보니 그러네."
"어두운 도시를 환하게 밝혀주는 불빛당 일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쳐도 아직 몇 백명의 사람들이 귀가하지 못한 셈이지."
나는 다시 한번 빌딩 숲을 훑어봤다.
"아마 몇 백, 몇 천일 지도?"
"그런 의미로 야경을 너무 좋아하지 마. 서울의 반짝거림은 직장인의 눈물 같은 거라고"
"또 다른 의미로 지금 너와 나는 퇴근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행운아네."
"하지만 내일은 나도 누군가의 야경이 되어 빛을 내줄지도 모르지."
"그거 정말 구려."
야경을 바라보며 입을 삐쭉 내미니 그가 웃으며 말한다.
"원래 직장인이 좀 구려."
오늘은 야경을 보고 서 있지만 내일은 누군가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줄지 모르는 직장인의 삶을 사는 우리들. 어두운 도시에 살아남기 위해 새벽까지 빛을 밝혀야 하는 우리들은 때론 머리에 불을 모두 끄고 위로받고 싶다. 상사 눈치는 보이겠지만 몰래 모아둔 휴가를 몽땅 던지고 떠나는 여행의 통쾌함을 직장인들은 모두 알 것이다. 비록 통장잔고는 야위겠지만 내 머리 위의 전구에게 위로금을 전달해주는 거니깐 괜찮다.
재밌는 사실은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의 야경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는다는 것이다. 러시아워에 꽉 막힌 교통체증은 여행객인 된 나에게 아름다워 보이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지루한 귀갓길이 나에겐 낭만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이가 훌륭한 홀리데이를 보내기 위해선 다른 이의 일상이 워킹데이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인생의 힘듦과 위로는 돌고 돈다. 오늘 밤을 비춰주는 야경이 피로와 슬픔으로 물들지, 아름다운 하루의 마무리로 물들지는 어제와 오늘의 한 끗 차이다. 그렇게 돌고 도는 관계가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모두들 머리에 불을 끄고 위로를 받는 그런 날이 오긴 올까?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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