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갈 땐 스카프를 챙겨가세요

한장여행그램 007. From. United kingdom, London

by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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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여행그램 007. 런던에 갈 땐 스카프를 챙겨가세요.


런던은 스카프가 잘 어울리는 도시야.

뜨겁게 햇살이 내리쬐다가도 무섭게 비 바람이 몰아치지.

제멋대로 오락가락하는 날씨 덕에 감기가... 에이취!

그러니깐, 런던에 갈 땐

꼭 스카프 챙겨가... 에이취!





이런 미친 날씨!


런던에 도착하고 사흘이 흘렀다. 사흘 동안 내내 5월과 6월 사이의 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강풍과 비 바람이 불었다. 슈퍼마켓을 갔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내 얼굴은 마치 한겨울 바람을 혼자서 차지한 사람처럼 빨개져있었다. 런던 촌년. 그런 게 있다면 이 구역의 런던 촌년은 바로 나다. 추위에 벌벌 떠는 나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마담이 뜨거운 핫초코를 끓여주었다.


"고마워요. 마담. 이제 퇴근해요?"

마담은 한국 사람이었지만, 모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한 런던 30년 차 엄마였다. 그녀는 '가장 즐거운 퇴근시간'이라며 런더너 답게 버버리 코트를 야무지게 여미고 스카프를 둘렀다. 찬 바람과 빗방울이 모두 도망갈 만큼 빈틈없는 버버리 코트였다. 런던 사람들이 왜 버버리 코트를 입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마담은 진짜 바람과 싸우러 가는 멋있는 전사처럼 보였다. 마담의 코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걸 눈치챈 것일까. 씽긋 웃은 마담은 내게 말했다.


"킴, 그렇게 입고 다니다간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 거야."

"나도 알아요. 하지만 이제 곧 6월인걸요. 유럽은 따뜻할 거라 생각해서 가지고 온 옷들이 모두 얇아요."


지금 내 배낭 속에서 얇은 카디건과 화려한 여름 원피스들이 나를 원망하며 울고 있었다. 내 신상 옷들은 런던 공기를 한 번 맡아보지 못한 채 가방 맨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얇은 옷들만 챙겼냐면, 바로 친구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그녀는 내게 지금 런던은 '끝내주게 좋은 날씨'니 '겉옷'은 짐만 될 뿐이라고 말했기에 챙겼던 겉옷을 두고 출국한 것이다.


"사실 런던이 항상 이렇게 추운 건 아니야. 지난주만 해도 따뜻해서 공원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었지."


친구의 말이 맞긴 맞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지금 내가 공원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지를 못하니!


"말도 안 돼. 지금 공원에 나가서 샌드위치를 먹는다면 샌드위치가 모두 얼어버릴 거예요."

"맞아. 사람들은 지금의 런던 날씨를 "Crazy"라고 불러"

"미친 날씨라. 그거 딱이네요. 지금 이 날씨를 'Crazy'단어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런던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줘. 그 변덕스러움이 내일 해를 너에게 가져다줄 수 있지도 모를 테니"



사흘 내내 런던을 미워만 하고 있었던 나는 마담의 마지막 말에 마음이 살짝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담이 준 핫초코가 얼었던 내 몸도 녹이고, 내 마음도 같이 녹여주었다. 이미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미워하고 투정만 부린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따뜻한 런던이면 더 좋았겠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도 런던의 일부분이었다. 이미 투정 부리며 미워한 지나간 사흘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의 런던 여행은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부터 런던의 날씨가 예전보다 '덜' 미웠다.



갑자기 해가 뜨겁다가도 비바람이 치는 곳, 그곳이 런던이었다.

바람이 불면 스카프를 하면 돼!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돼!

조그만 기다리다 보면 런던의 구름은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쬘 거야.

런던은 그런 곳이니깐.

변덕스럽지만 결국은 해를 너에게 보내줄거야.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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