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여행그램 006. From Japan, Tokyo
한장여행그램 006. 나는 맛집이 싫어
지도 하나 들고 걷다 지쳐 들어온
허름한 우동집에서 '미미(味味)'를 외치다!
꼬르르륵.
여행자의 배는 언제나 배고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먹어도 먹어도 무서운 속도로 먹어치우니 당할 재간이 없다. 도쿄의 우에노 거리를 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먹은 조식을 얼마나 바쁘게 소화시켰는지 호텔을 나선지 2시간 만에 밥 달라고 아우성쳐대는 통에 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우리는 시부야에 가기 위해 걷고 있었지만 목적지를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내 손에 들린 가이드북에는 시부야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리스트가 별표 쳐져 있었다. 그러나 가이드 북에 인쇄된 음식 사진으로 위안 삼기엔 우린 너무 성미가 급한 위를 가지고 있었다.
꼬르르륵.
친구와 나는 시끄러운 우리의 배를 한번 더 바라본 후 망설임 없이 가이드 북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우에노 거리 한편에 자리 잡은 작고 허름한 우동집에 들어갔다. 그곳은 주문과 조리를 동시에 받는 작은 주방을 디귿자 모양으로 테이블이 감싸 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작은 식당이었다. 우리는 면이 스팀 샤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짧은 일본어로 더듬더듬 주문했다. 외국인 여자 둘이서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일본어로 주문하는 모습을 보던 주인아저씨는 '하이!'라는 기분 좋은 톤으로 웃으셨다. 이 집의 우동은 안 먹어도 맛있겠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열 평 남짓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포함해 넷이었다. 신문을 보면서 우동을 먹는 아저씨와 안경을 쓰고 조용히 볶음밥을 먹는 한 청년 그리고 이 곳에 제일 어울리지 않는 관광객인 우리 둘이 그곳에 있었다.
그릇까지 싹싹 먹는 아저씨와 청년을 보니 이 집은 진짜 맛있는 집이다!라는 느낌이 한번 더 왔다.
우리는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을 들고 주인아저씨의 손을 쫓아다녔다. 면을 삶고 야채와 고명을 볶고 육수를 부어 팔팔 끓인다. 뜨겁게 달궈진 기름 위로 교자 만두들이 들어가 기름의 춤을 춘다. 쫄깃하게 담긴 면 위로 하얀 짬뽕 같은 국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윽고 우리 앞에 놓인 하얀 우동 = 하얀 짬뽕과 교자만두. (나중에 나가사키 짬뽕이라는 하얀 국물 라면이 유명해진 후 우리가 먹은 것이 하얀우동이 아니라 나가사키 짬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국물을 먼저 먹어보자! 아아. 눈 앞에서 볶아진 야채와 새우의 육즙을 모두 머금고 있는 국물 맛은 가히 최고였다. 이번에는 면을 먹어볼까? 후루루룩! 진짜 너무 맛있다. 내 느낌이 맞았어! 친구와 나는 정말 정신없이 눈 앞의 음식을 먹어치웠다. 허기가 조금 가신 후에 나는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만족스럽게 끝낸 빈 그릇들을 보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난 정말 맛집이 싫어."
"왜??"
맛집에서 맛있는 우동을 먹고있던 내가 갑자기 맛집이 싫다고 하니 친구의 눈은 궁금증으로 차올랐다.
"맛집은 항상 줄을 서야 하잖아. 배고픔을 참으면서 한 시간씩 줄 서는 거 정말 최악이야. 기다리는 동안 허기져서 이 음식이 맛있는지 아니면 진짜 맛집이라 맛있는지 모르겠더라."
"맞아. 나도 배고플 때 바로 먹는 게 좋더라. 기분 좋게 왔는데 결국은 지쳐버리더라고"
"내 말이 그거야. 나는 맛집을 찾아가기 보다는 배 고플 때 딱! 들어가서 맛있게 먹는 한 그릇이 더 좋아. 오늘처럼 말이야. 이런 허름한 우동집이 맛집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 의미라면 나도 맛집이 싫어!"
"오! 그럼 마음도 맞았으니 볶음밥 추가?"
"콜!"
우동집 이후 우리는 가이드북의 별표를 신경 쓰지 않고 우리의 위장 알람이 울리는 대로 움직였다. 맛집을 위해 일정을 수정하는 것도 좋은 여행 중 하나겠지만,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었다. 행운의 여신이 따른 것처럼 우리의 선택은 실패가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떤 음식을 먹든, 어디를 가든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에 다 즐겁게 느껴졌던 것 아닐까.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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