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구경하러 와서 미안해

한장여행그램.004 From. Malaysia, Taman negar

by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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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여행그램 004. 너를 구경하러 와서 미안해


"미안해"

돈을 주고 너희 집을 구경해서

"미안해"

돈을 주고 너네 가족을 구경해서

"미안해"

돈을 주고 슬픈 너의 모습을 찍어서

정말 미안해 ...



이미 이런 사진을 찍고 나서 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몇 자 끄적여 본다.


아시아 여행을 하다 보면 비슷한 관광코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현지 원주민 체험'이다. 짧지만 구수한 동남아식 영어를 하는 가이드 뒤를 졸래 졸래 따라가면 원주민들이 사는 움막에 다다른다. 가슴을 훤히 내놓은 원주민 여자들은 무심히 본인의 일을 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관광객들의 눈길에 발을 동동 구른다. 남자 원주민들은 나무로 창살을 만든다거나 공기총을 보여주며 가이드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준다.


서양 사람들 눈에는 현지 원주민들의 모습이 신기한 모습일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여러 가지 관광 상품을 패키지로 묶어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나는 원주민의 집을 훔쳐보는 게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들어 그들의 모습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그들이 불쌍하다면서 내 행동들은 철저히 나를 위해 움직였다. 원주민들의 자유를 돈으로 맞바꿔 장사하는 가이드를 욕하면서 내가 지불한 돈이 아까워 악착같이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을 주고 그들의 집을 훔쳐볼 수 있는 권리를 산 것일지도 몰라. 그러니 그들의 아이들을, 그들의 집을, 그들의 생활을 렌즈에 담아도 괜찮다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여행자들이 그런다고 나를 속이고 위로해본다.


우스운 위로. 어설픈 자기비판 글.

나는 원주민들을 사고파는 그들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

미안하다는 말로 여행을 포장하는 나는 그들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

나도 장사꾼들과 똑같다.

원주민들에겐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불쌍한 건 원주민이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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