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사랑에 빠진 후에

한 장 여행 그램 002. From Frace, Paris

by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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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여행 그램 002. 파리는 사랑에 빠진 후에


"파리는 사랑에 빠진 후에 가고 싶어!"

파리는 내게 늘 사랑에 빠진 후에 오라 말했지만

나는 그와 헤어진 후, 이별여행으로 에펠탑 앞에 섰다.

내가 꿈꾸던 로맨틱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였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 않을까.


우리는 헤어졌다.


여느 커플들처럼 자연스럽게 사랑을 시작해,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으며, SNS에 연애 중을 자랑도 하며 사랑을 가꿔왔다.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우리는 다른 커플들과 다른 길을 걸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처참히 우린 헤어졌다.


수화기 너머의 침묵이 시작되었고, 그 침묵은 헤어짐을 불러왔다. 너무 쉬웠다. 만남도 이별도. 우리의 지난 추억들을 한 순간에 묵살시킬 만큼 이별은 어느 순간 갑자기 흘러와 모든 것들을 부쉈다. 그 과정이 마치 눈꺼풀을 한번 떴다 감았다 하는 것처럼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눈물보다 웃음이 났다. 이토록 허무하게 끝날 사랑에 쏟은 내 열정과 마음과 시간들이 무엇인가 싶었다. 사랑을 많이 한만큼 이별도 해왔다지만, 이번 이별은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일이 터졌다. 엄마와 언니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과를 깎다 울어버린 것이다. 통곡의 사과였다.

"오...빠네..흐윽.. 집에 인사 갈 때... 사과를 선물로 흐윽..가져갔는데..."


그와 함께 보낸 시간 동안 나를 스쳐갔던 노래, 음식, 장소, 물건들이 이별 후에 나를 잠식해왔다. 눈물로 뒤덮인 채 생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와 엄마는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났다.


나는 늘 파리의 에펠탑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로맨틱한 도시에서 가장 로맨틱하다고 손꼽히는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라본다면 그보다 더 로맨틱한 것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별여행으로 에펠탑 앞에 섰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에펠탑의 조명과 길거리 악사들의 아름다운 선율도 내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에펠탑을 바라보며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왜 나는 그와 헤어졌을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곳에 그와 함께 왔을까. 지금쯤 그는 나를 그리워할까. 쓸데없는 질문들이 내 마음을 헤치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너무 예쁘다. 딸이랑 와서 더 예쁘다. 엄마가 나중에 또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는데, 나는 왜 바보 같은 질문들로 내 마음만을 헤치고 있었을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별의 아픔이 아닌 미련의 끝을 알리는 새로운 시작의 신호였다.


"다음에 같이 또 오면 되지. 나도 엄마랑 봐서 에펠탑이 더 예쁜 것 같아."


내가 꿈꾸던 그런 로맨틱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엄마와 함께였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 아닐까 싶다.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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