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알리는 사진

한장여행그램 001. from Japan, Otaru

by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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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여행그램 001. 여행을 알리는 사진


누구나 한 장쯤 폴더 속에 있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만국 공통의 사진

비행기 이륙 소리와 함께 내 심장도 두근두근



사람들은 비행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여행의 설렘을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비행기 이륙 소리가 들리면 진짜로 내가 떠나는구나 하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친구와 함께 떠난 일본행 비행기에서도


내 심장은 터질 듯 울려댔다.



한국을 떠나 첫 해외여행을 떠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휴학을 하고 시작한 알바비가 백 단위가 넘어갔을 무렵 해외여행을 결정했다. 여행을 위해 돈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는 그 돈을 꼭 여행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해외여행' 혹은 '한국을 벗어나는' 일탈의 씨앗이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씨앗은 알바비를 거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났고 나는 절친한 친구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의 첫 여행은 마치 평생 처음 요리를 시작한 사람처럼 서툴고 엉망진창이었다. 여권도 만들지 않고 무작정 예약을 했고, 사전 조사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여행지를 정했고, 상세 일정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은 비행기 안에서, 호텔 방에서 매일 밤 야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는 카페에서 여행책자를 들여보고 그렇게 정해졌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다.


온천행 기차 시간에 늦어 우리는 부랴부랴 디즈니랜드 행 열차를 탔고, 유명한 맛집을 몰라 지나가는 식당에서 주린 배를 채웠고,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면 요금이 부과되는 것도 모른 채 동네 구경을 다녔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것들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디즈니랜드에서 추위에 벌벌 떨었던 그 날을 추억하며 웃고, 블로그엔 나와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었던 식당들의 음식을 그리워하고, 이제는 체크 아웃 시간의 무서움을 알기에 꼬박꼬박 시간을 잘 지킨다. 엉망으로 망쳐도 즐거웠던 첫 여행지의 추억은 여전히 우리 둘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돌이켜보면 웃음부터 나는 그 모든 것들. 말도 안 되는 일정과 주체 못 할 흥분으로 뒤섞였던 우리의 첫 여행은 여행자 시선으로 보면 0점이겠지만,


우리에겐 점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여행이었다.



나는 여전히 비행기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면 가슴 설렌다. 이제는 떠남에 대한 설렘이 아니라 여행이 끝난 후 내게 남겨질 행복한 기억들이 기다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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