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여행그램 012. From Bangladesh
한장여행그램 012.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세계최빈민국 방글라데시아보다
행복지수가 낮은 우리들
많이 가진 것이 과연 행복한 걸까.
상상해본 적 있나요?
당신의 행복한 순간을 말이죠.
저는 가끔 예기치 못한 행복한 순간을 맞닥뜨려요. 그래서 앗, 하고 놀랄 때가 종종 있어요.
퇴근하고 들린 시장에서 인심 좋은 할머니에게 구입한 숙주와 금방 나온 따뜻한 두부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어요. 직장이 먼 남편 대신 일터가 가까운 제가 주로 저녁상을 차리는데, 그 날도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였죠. 까만 봉지 속을 가득 채운 숙주를 절반 덜어 깨끗한 물에 헹구고, 두부는 반을 잘라 물에 담가 담수를 빼니 시곗바늘이 저녁 7시를 가리키더군요. 이제 밥을 안치면 얼추 시간이 맞겠다 생각하고 저녁상을 서둘렀어요. 그 날 반찬이 하나든, 셋이든 주방은 늘 바쁘게 돌아갑니다.
정신없이 두부를 굽고 숙주나물을 무치고 전기밥솥의 증기가 한 줌 사라지고 나니 퇴근을 알리는 현관문 소리가 들렸어요. 오늘도 열심히 일한 두 명의 맞벌이 부부가 집에서 상봉하게 되는 감격적인 순간이죠. 갓 지은 밥 냄새에 하루의 피곤이 조금이라도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 할 일들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요. 서로의 고충을 낱낱이 공유할 수도 없고 이해해줄 수도 없지만,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편파적인 심판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그럴 때 서로에게 편파적인, 편애하는 심판이 되어주는 것이 부부의 저녁 특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 발견했어요. 숙주를 담은 반찬 그릇에서 행복의 조각을 말이죠. 저는 정말로 제 행복을 숙주나물을 수북이 담았던 반찬 그릇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어요.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힘들게 견뎌온 시간을 보상해주는 합격의 소식이라든지 직장인의 애환을 녹여줄 승진 발표가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내 안의 갈증을 보상해 줄 물질적인 결과가 행복의 방아쇠 역할을 할 거라 늘 생각했어요. 보통 우리들은 무언가를 해냈다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매년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고 막 그러잖아요. 목표가 달성되면 우리의 욕망도 달성되고 행복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나는 네가 해준 숙주나물이 제일 맛있더라"
이 한마디와 텅 빈 반찬 그릇에서 '아, 행복하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어요. 고작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행복을 느껴도 되는 걸까. 행복은 보다 더 크고, 더 반짝이고, 더 기념적인 순간에 느껴야 하는 거 아닐까. 행복하다고 말하고 바로 묘한 죄책감이 들더군요.
"나 방금 굉장히 쓸데없는 부분에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말았어"
"응? 어느 부분에서?"
"오빠가 내일치 숙주나물까지 다 먹어버렸잖아. 그냥 그게 되게 나를 행복하게 했어"
"그야 맛있으니깐"
"행복이라는 건 좀 더 특별한 순간에 느껴야 하는 게 아닐까? 숙주나물이 아니라"
남편은 싹 비운 밥그릇을 설거지 통에 담그면서 제 진지한 질문에 피식 웃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게 문제야.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아.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어딘 줄 알아? 바로 방글라데시래. 우리보다 가진 게 없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행복해. 행복의 기준은 물질적인 게 아니라 개인의 정서라는 거지.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냥 행복한 거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나저나 숙주나물에 행복하다면 넌 좋겠다."
"왜?"
"내가 매일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잖아."
아, 방심하다 또 행복하다고 생각해버렸다.
행복이란 건 사람들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의 기준을 제 마음속에 둔다면 어쩌면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행복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모두들, 행복하세요.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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