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하는 삶을 꿈꿔요

한장여행그램 011. From Melacca, Malaysia

by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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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여행그램 011. 두 사람


당신과 함께하는 삶을 꿈꿔요.

매일 아침, 당신의 품에서 깨어나

매일 밤, 당신의 품에서 잠들고 싶어요.

엉망으로 끓인 된장찌개도

맛있게 먹어주는 당신과 함께하는 삶은

꿈보다 더 행복할 거예요.



결혼하니깐 좋아?


올해 서른을 넘긴 그녀가 물었다. 결혼식 이후 만난 그녀는 궁금한 것이 많은 사춘기 소녀 같았다. 웃는 모습이 예쁜 그녀는 번듯한 직장을 다녔고 애인도 있었으므로 슬슬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할 때였다. 나는 대답을 해주기 전에 그녀의 마음이 먼저 묻기로 했다.


"그게 왜 궁금해? 결혼하고 싶어?"

"그럼. 이제 서른이잖아. 나도 안정감을 갖고 싶어."


주변 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 스타트를 끊은 나는 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질문들은 거의 비슷했다. 결혼하니 좋니? 왜 결혼하게 됐어? 결심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뭐야?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처음에는 성실하게 답했다. 내가 그를 만나게 된 연애의 시작점. 그에게 한번 더 반했던 이유.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 날.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느꼈던 생각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도돌이표였다.


"좋겠다. 그래서 결혼하니깐 좋아?"


맥이 빠졌다. 그녀들의 진짜 질문은 '결혼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해줘!'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결혼을 통해 불안한 현재를 행복한 미래로 바꾸고 싶어 한다는 마음은 잘 안다. 나도 그랬고, 우리 언니도 그랬으니깐. 결혼을 고민하는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마음일 테니 그녀들도 똑같았으리라. 그래서 나는 이제 그녀들에게 다른 대답을 해준다.




"내가 말레이시아의 작은 해안 도시 믈라카에 갔을 때 만난 신혼부부가 있어."

"응?"


그녀는 뜬금없이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는 나를 엉뚱하게 바라봤다.


"노을이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에 노을보다 더 멋있는 장면이 찍혀있는 거야."

"그게 뭔데?"

"그 신혼부부의 뒷모습. 그들의 뒷모습에서 행복의 아우라가 막 느껴지는 거지. 그래서 그들이 있는 모형 배 위로 올라가서 사진을 보여줬어. 너네 진짜 행복해 보인다고."


나는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말레이시아 신혼부부는 돈이 없어서 신혼여행을 믈라카로 왔대. 남자는 공장에 다니고 여자는 호텔에서 청소를 해. 나이는 어리지만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고 했어."

"멋있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너무 불안하잖아."


나도 그녀 생각에 동의한다. 처음에 그들을 봤을 때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으니깐.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신혼부부에게 '힘들겠네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실례였다는 사실을 그들의 대답을 듣고야 깨달았다.


힘들겠다는 말에 남자와 여자는 손사래 치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삶은 원래 힘들어요. 그러니 더더욱 둘이 함께해야 해요. 우린 둘이라 괜찮아요. 걱정마요. 우린 행복할 거예요-라고.


"A야. 나도 잘은 모르지만, 결혼은 행복의 종착점이 아니라 서로의 불안을 함께 겪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안정감을 찾으려고 결혼하면 오히려 더 불안할지도 몰라."

"너는? 너도 지금 불안해?"

"우리도 늘 불안해. 하지만 불안과 불행은 다르잖아. 우리의 미래는 늘 불안하겠지만 불행하지는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사실 그런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느끼고 있었다. 아침에 함께 깨고 밤에 함께 잠드는 사소한 일상에서 포근함을, 엉망으로 끓인 내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어주는 그 사람을 보면서 배려심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한 손엔 저녁 찬거리, 또 다른 한 손엔 즉석 핫바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우리 발걸음에 설렘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작은 감정들이 모여 불행이 들어올 틈을 모두 막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은 없지만, 우리는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어려운 줄 알았지만 결혼은 정말 어렵구나."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맞아- 정말 어려운 것 같아.라고 말하고 케이크를 하나 주문했다.


"머리가 복잡하고 어려울 땐, 당이 최고지."


우리는 탐스러운 딸기가 가득 올라간 케이크를 먹으며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눴다. 그녀는 아까와 다르게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웃음이 예쁜 그녀는 역시 웃는 게 사랑스러웠다. 아마 그녀의 애인도 그녀의 웃음을 사랑하겠지. 너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있다면, 그거면 충분해 A야. 너무 걱정하지 마.




한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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