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IR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산업을 읽는 눈’이다
AI 시대 IR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산업을 읽는 눈’이다.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꿰뚫어야 한다. AI는 효율 향상을 넘어서 산업 자체를 바꾸는 원동력이다. 제조업에선 공급망을, 서비스업에선 고객경험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IR은 이 변화를 이해하고, 우리 기업이 이 구조적 변화에서 어떤 미래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해석의 힘이 시장을 움직인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우리 삶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는 ‘시대의 전환점’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것은 불과 2년 전이지만, 이미 수많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조직의 업무 방식은 물론 소비자의 기대치마저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로봇, 센서,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피지컬 AI’가 본격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술 변화는 이제 가상의 영역을 넘어 물리 세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은 산업혁명보다도 더 큰 구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산업의 재정의, 노동의 재배치, 가치의 재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산업은 이 흐름 안에서 살아남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기업의 IR 담당자에게 주어진 책무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처럼 재무 실적만 설명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우리 회사가 어떤 기술과 철학으로 미래에 연결되어 있는지, 얼마나 ‘AI 시대에 적합한 기업’인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시점이다. IR은 더 이상 후방 부서가 아니다. 기업의 앞날을 시장과 연결하는 전략 포지션으로 격상되었다.
AI 시대의 핵심은 ‘지능의 내재화’다. 다양한 산업에서 AI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산업 자체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야는 구조적 성장의 한가운데에 있다.
AI 인프라 산업 : 반도체, GPU,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 등은 모든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엔비디아, TSMC, ARM 등 기존 강자뿐 아니라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까지도 급부상하고 있다.
AI 솔루션/플랫폼 산업 : B2B SaaS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 생성형 문서 도구, AI 기반 마케팅/세일즈 플랫폼이 성장 중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비전문가들도 AI를 일상 업무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툴들이 대표적이다.
로보틱스 및 피지컬AI 산업: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로봇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물류, 간병, 요식업 등 전통적으로 ‘사람 손’이 필요한 분야에 침투 중이다.
AI 헬스케어·바이오: 의료 영상 판독, 신약개발, 유전자 분석 등에서 AI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이다.
AI 교육·콘텐츠 산업: 개인 맞춤형 교육, 자동 콘텐츠 생성, 디지털 휴먼 등 ‘맞춤형 경험’ 기반의 산업이 탄생하고 있다.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흐려지는 시대다.
이외에도 기후테크, 보안, 에너지, 농업 등 전통 산업에서 AI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단지 기술의 접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의미한다.
바로 여기서 IR 담당자의 부담이 시작된다.
투자자들은 이제 단지 “회사가 실적이 좋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 회사가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기존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궁금해 한다. 단순히 AI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 없다. 그 사업이 왜 지속가능한지, 어떤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 회사가 기존에 B2B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그 위에 어떤 AI 기반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지, 고객사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데이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스토리로 풀어야 한다. 그 안에 ‘AI 시대의 확장 가능성’이 녹아 있어야만 시장은 반응한다.
이것은 단지 경영진의 몫이 아니다. IR담당자야말로 이 스토리를 번역하고, 정제하고, 전파하는 사람이다. 투자자 대상 설명자료, Q&A, 기업 소개서, 미디어 인터뷰, 주주총회 보고서 등 모든 공식적 대화의 전면에서 이 전략을 전달해야 한다.
‘변화가 큰 시대일수록 IR의 중요성은 커진다.’ 지금처럼 시장이 격변기에 있을 때, 투자자들은 ‘확신’을 찾기 위해 기업의 스토리를 본다. 불확실한 미래를 맞아 각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지를 보고, 그 방향이 세상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지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IR은 단순히 ‘정보를 주는 역할’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팀’에 가깝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로 IR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렌드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 서비스, 경쟁자가 등장한다. 이를 IR담당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에 늦게 반응하거나,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IR자료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실적 수치 중심의 발표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의 방향성, 고객 사례, 글로벌 확장 전략 등까지 포함된 내러티브가 요구된다.
경영진과 시장을 잇는 ‘해석자’ 역할이 커졌다: 기술이나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에서 이해하지 못하면 가치로 연결되지 않는다. IR담당자가 이를 쉽게 풀어주고 설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AI로 인해 더 많은 분석이 가능해졌지만, 더 명확한 해석이 요구된다: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요약해주지만, 그중 어떤 것이 투자자에게 중요한지 가려내고 스토리로 연결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IR담당자는 단순한 전달자에서 전략적 스토리텔러이자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참여자로 진화해야 한다. 다음은 AI 시대 IR담당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다.
산업 해석력: AI 관련 트렌드를 피상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그 안에 숨은 구조 변화를 읽어야 한다.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술 리터러시: IT팀이나 전략기획팀의 언어를 이해하고 IR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을 단순화해도 본질은 잃지 않아야 한다.
내러티브 설계 능력: 숫자, 기술, 조직 철학을 연결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모든 발표자료에는 전략적 의도가 녹아 있어야 한다.
투자자 심리 이해: 거시경제와 기술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지점을 파악하고,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해야 한다.
“당신네 회사는 AI 시대에 왜 중요한가?”
이 질문에 우리는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전환에 맞는 진정성 있는 전략과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기업의 미래를 시장에 연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그 역할이 가장 중요해진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