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산업의 재편과 IR의 방향

교육의 전환, 기업의 진화, 그리고 IR담당자의 사명

by 꽃돼지 후니

산업의 경계가 무너진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시대다

서울 종로 포장마차에서 지인들과 식사와 반주를 하던 날, 한 K대학 교수의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우리 애들,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


한때 취업률 400%를 자랑하던 카네기멜론의 컴퓨터공학 졸업생들도 이제 절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사고 능력을 빠르게 흡수하는 시대, 학위와 전공은 더 이상 보장된 길이 아니다. 팔란티어(Palantir)는 대졸자를 거치지 않고 고졸자를 직접 채용해 실무형 인재로 육성하는 ‘나노디그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 근무, 월 750만원 급여, 정직원 기회까지 제공한다.


이 변화의 본질은 ‘학위의 붕괴’가 아니라 ‘학습의 재구성’이다. 이는 교육과 노동, 산업 구조 전체를 다시 짜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경계를 다시 정의해야 하며, IR은 이 새로운 정의를 시장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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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스쿨이 던진 질문: 교육과 산업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미국 텍사스의 사립학교 알파스쿨(Alpha School)은 AI 기반 적응형 학습 앱과 개인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으로 전국 상위 2% 성과를 기록했다. 하루 2~3시간 수업으로 기본 학업을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패션 프로젝트(Passion Project)’에 몰입한다. 한 학생은 AI 연애코치 앱을, 다른 학생은 스타트업 아이템을 개발한다.


이런 교육 방식은 단순히 실험적 모델이 아니라, AI 시대에 요구되는 ‘문제 해결형 인재’를 키우는 실질적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인재들이 곧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된다. 즉,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교육의 방향을 먼저 읽어야 한다. IR담당자에게도 이 시야가 요구되는 시대다.


산업은 재편되고 있다: 신산업 vs. 익숙하지만 낡은 방식

AI는 산업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서, 다음과 같은 산업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AI 반도체/인프라: NVIDIA, AMD, SK하이닉스 등은 '새로운 정유사'가 되고 있다.

피지컬AI: 제조, 물류, 요식업 등에서 로봇과 AI가 결합한 자동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AI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유전자 분석 등에서 필수 도구가 되었다.

에듀테크: AI 튜터, 맞춤형 학습, 교육 콘텐츠 자동화 등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에너지: 기후 데이터 분석과 스마트 그리드 운영에서 AI는 필수적인 존재다.


이러한 산업은 기존 산업 구조를 무너뜨리며 탄생한다. 그리고 IR은 “우리 회사는 어떻게 이 구조 변화에 포함되어 있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적 역량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미래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득해야 하는 시대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익숙하게 반복해오던 방식과 설명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익숙하지만 변화에 뒤처진 방식, 즉 낡은 서사를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IR의 새로운 사명: 기술을 넘은 스토리텔링

IR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다. 이제는 기업의 전략과 철학을 시장 언어로 번역해주는 스토리텔러다. 특히 AI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산업 해석자: 기술의 겉모습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재편 흐름 속에서 우리 회사의 위치를 설명해야 한다.

내러티브 설계자: 기술, 조직문화, 비즈니스 모델을 연결해 설득력 있는 미래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터: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동화된 정보 분석과 문서 작성이 가능해졌지만, 진짜 차이는 해석력과 통찰에 있다.

교육 흐름까지 읽는 관찰자: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가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파악하고 기업 스토리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우리 회사는 AI 기반의 물류 서비스를 한다’가 아니라, ‘우리는 AI 시대의 배송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노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최적화 경로 시스템과 피지컬 로봇 자동화를 도입해 연간 20% 이상의 운영 효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스토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기술도 의미 없다

AI는 속도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방향은 인간이 결정한다(필자도 방향을 인간이 결정하길 바라지만.... 결국 누굴 더 신뢰할까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IR이 시장에 전달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 회사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이다. 교육은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어야 하고, 기업은 그 질문에 답하려는 문제 해결의 공간이어야 한다.


AI 시대의 IR은 단순히 실적 발표나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담당자가 아니다. 산업의 재정의와 기업의 정체성을 시장에 연결하는 전략가다.


우리는 지금, 기술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IR이라면, AI 시대에도 중심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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