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도구가 아닌 경영 그 자체
이제는 IR이 ‘through’가 아닌 ‘with’로 움직여야 할 때다. IR담당자는 기업의 미래를 번역하고, 해석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AI 시대에는 이 역할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행위로 격상되었다.
흔히 주가는 ‘기업의 현재 가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가는 세 가지 층위로 결정된다.
과거의 실적: 매출, 영업이익, ROE 등의 정량적 지표는 과거의 성과를 반영한다.
현재의 전략: IR을 통해 발표되는 경영 전략, 기술 개발 방향, 조직 재편 등이 현재의 진정성을 담는다.
미래의 기대: 시장은 늘 ‘미래’에 가격을 책정한다.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이 회사가 어떤 위치에 설 수 있을지를 판단해 주가에 반영한다.
이처럼 주가는 단순 수치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해석한 결과물이다.
주가는 과거 실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술, 시장, 소비자 행동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기존 방식으로는 미래를 투영하기 어렵다. 이럴수록 시장은 ‘해석’과 ‘설득’이 가능한 기업을 찾는다.
AI는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며, 소비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 빠르게 반응한다. 이런 혼돈 속에서 기업이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확신은 “우리는 이 흐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메시지다.
따라서 지금 IR은 단순 보고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소통이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단지 기술을 갖고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기술로 어떤 시장을 설계하고,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현대차: 전통 제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현대차는 한때 ‘내연기관 중심 제조사’라는 한계를 지녔다. 그러나 전기차, 수소차,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명확히 하며, 전환 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IR을 통해 기술 비전과 글로벌 시장 전략을 적극 설명하면서, 주가는 실적보다 미래 산업 내 존재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실적보다 내러티브
테슬라는 수년간 적자를 이어왔지만, 일관된 비전 제시와 강력한 IR 활동으로 ‘기술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확립했다. 엘론 머스크는 단지 숫자 대신, 미래 산업 구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고, 시장은 그것에 반응했다. 이처럼 주가는 내러티브와 철학에 의해 설득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위워크: 정보 부족이 신뢰를 잃게 하다
화려한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위워크는 IPO 단계에서 실패했다. 실적보다 비즈니스 구조와 수익모델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에 대한 적극적 설명과 해명이 부족했다. IR의 실패는 투자자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고, 이는 곧 주가의 추락으로 연결됐다.
선진국 상장기업의 경영진은 IR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JP모건이나 MSCI, ASML 같은 글로벌 기업은 CEO가 주요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 비전을 설명하고, 사소한 질문에도 전략적 맥락을 담아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왜 우리 기업이 이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득 작업이다.
이런 IR 문화는 단기적 주가 관리가 아닌, 장기적 투자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된다.
첫째, 경영진이 직접 IR 활동에 나서야 한다. IR은 기업의 철학과 전략을 시장에 알리는 행위이며, 그 신뢰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말과 태도에서 나온다.
둘째, IR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단기 실적 하락, 비즈니스 모델 전환, 외부 규제 변화 등 시장이 우려할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설명하고, 그 대응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스토리텔링의 내러티브 구조를 갖춰야 한다. 단순한 숫자 나열이 아니라, ‘우리 기업이 왜 이 기술을 선택했고, 어떤 시장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 어떤 데이터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는 ‘실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의 철학, 기술, 비전이 시장에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IR담당자는 이제 더 이상 숫자를 전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번역하는 전략가"다.
주가는 과거의 성과를 반영하고, 현재의 스토리로 미래를 투영하는 복합적 구조물이다. 그리고 이 구조물의 핵심 키를 쥔 사람은, 바로 오늘 IR을 준비하는 당신일지도 모른다.
주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이 과거에 보여준 성과와, 현재의 전략,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뒤섞인 결과다. IR은 이 모든 시간의 축을 연결해내는 유일한 활동이다.
AI 시대,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을 해석하고 소통하는 자만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IR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결국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을 가장 먼저, 가장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IR담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