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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수익은?

예대차 시대의 종언, 새로운 수익 구조의 시작

by 꽃돼지 후니
은행 모델.jpg

그림과 같이 은행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다. 예금을 모으고, 그 돈을 대출해 이자차(스프레드)로 수익을 내는 구조.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조가 지난 100년간 금융의 뼈대를 지탱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은행 창구 대신 스마트폰에서 금융을 경험한다. 결제는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송금은 국경을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신뢰는 남고, 물리적 은행은 사라진다.”


스테이블코인은 바로 그 신뢰를 ‘디지털 코드’로 구현한 자산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어떤 구조로 수익을 낼까?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이자마진 중심의 금융모델이 수수료+운용 수익 중심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전환” 이다.


스테이블코인 수익의 4가지 축


1. 준비자산 운용 — 국채에서 수익을 낸다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실물자산으로 1:1 담보되어야 한다. 즉, 고객이 1,000원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면 은행은 그만큼의 원화나 달러를 국채·MMF 등 안전자산에 예치한다.
이 자산을 운용해 연 3~5% 수준의 이자수익(Reserve Yield) 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조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평균 3%의 국채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000억 원 수준의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이는 대출 리스크 없이 가능한 ‘무위험 수익’에 가깝다. 은행 입장에서 이는 “새로운 예대마진”이라 할 만하다. 미국의 Circle(USDC) 도 이 구조로 운영된다. 2024년 3분기 기준, Circle은 약 5억 달러 이상의 연간 이자 수익을 기록했다.

이 수익의 대부분은 미국 단기 국채 이자에서 나온 것이다.


2. 발행·환매·이체 수수료 — 디지털 시대의 수익 파이프라인

스테이블코인은 매번 발행, 환매(법정화폐로 전환), 이체 시 소액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은행은 이 과정에서 0.1~0.3% 수준의 수수료를 취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거래량이 커질수록 의미 있는 매출이 된다. 특히 국경 간 송금, 수출입 결제, 외국인 급여 정산 등 대규모 트랜잭션이 활성화되면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수수료 수익은 기존 송금 수수료(평균 3~5%) 대비 10배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


JP모건의 JPM Coin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이 코인은 다국적 기업 간 실시간 달러 결제에 활용되고 있으며 JP모건은 거래 당 수수료 대신 네트워크 접근료·정산 서비스 요금 형태로 꾸준히 수익을 확보한다.


3. 유동성 공급 및 서비스 연동 — 플랫폼의 핵심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API 다.
은행이 이를 활용하면 B2B 거래소, 핀테크, 커스터디 서비스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수익(Service Fee) 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DeFi 플랫폼에 유동성 공급 시 거래 수수료 배분

B2B 정산·회계 SaaS와 연계한 이용료 모델

지갑 서비스·토큰 커스터디 수수료


이 모든 흐름이 “은행이 결제망에서 플랫폼으로 진화”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 HSBC는 2025년부터 ‘Tokenized Deposit Service(TDS)’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외화 정산과 토큰형 예금 결제를 지원하며,

이 과정에서 API 이용료 + 정산 수수료 모델을 운영 중이다.


4. 부가 디지털 서비스 — 생태계 확장을 통한 수익 다각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관문(Gateway) 이다.
결제·송금·투자·NFT·게임 등 모든 디지털 활동의 중심에 “신뢰 가능한 가치 저장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투자 플랫폼 운영

결제 네트워크(오프라인/온라인) 통합

NFT 거래, 리워드 결제, 소액 투자 서비스

B2C용 글로벌 송금·정산 솔루션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상품이자 플랫폼 비즈니스의 ‘연료’ 가 된다. 은행은 고객이 토큰을 사용하는 모든 순간마다 “결제·보관·연동 수수료”라는 형태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전통 은행 모델 vs 스테이블코인 모델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대출을 통한 신용창출(이자마진 구조)이 불가능한 대신, 운용할 자산 규모와 효율, 그리고 네트워크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결정

은행과 스테이블코인 비교1.png

요약하자면, 기존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곳’이었다면, 스테이블코인 은행은 돈의 ‘흐름을 설계하는 곳’으로 바뀐다.


글로벌 사례로 본 수익 가능성


1. J.P. Morgan – JPM Coin

미국의 JP모건은 폐쇄형 블록체인 ‘Kinexys’를 통해 JPM Coin을 발행했다. 현재 6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간 결제가 이 코인을 통해 이루어지며 JP모건은 정산·유동성 관리·데이터 연동 수수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2. HSBC – Tokenized Deposit Service (TDS)

홍콩과 싱가포르 간 실시간 결제를 가능케 한 HSBC의 토큰예금 모델은 기업 정산 효율성을 높이며, 네트워크 사용료 기반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 중이다.


3. Standard Chartered & ANZ Bank

이들 은행은 아시아-태평양 구간 무역결제에서 USDC 기반 송금을 테스트 중이다.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거래량에 기반한 정산 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의 수익 모델을 “이자에서 흐름(flow)”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금융혁신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한계와 리스크

물론 모든 변화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첫째,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준비자산 운용 수익은 즉시 줄어든다.
둘째,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활발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수수료 수익도 제한적이다.
셋째, 규제 리스크 — 각국의 발행 한도, 회계기준, 자금세탁 방지(AML) 요건이 수익성을 제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은 단기적인 문제일 뿐, 은행 입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신뢰 자본” 을 새롭게 정의할 기회이기도 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신뢰를 코드로 만든 새로운 통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만드는 디지털 신뢰의 시대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는 건 ‘은행이 직접 디지털 신뢰의 설계자가 된다’는 의미다.

예대차 기반의 전통 금융에서, 데이터·유동성·결제 인프라 중심의 디지털 금융으로 이동하는 이 시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의 생존이자 기회다.


결국 은행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스테이블 뱅킹(Stable Banking)” 구조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금융은 더 이상 금고에 쌓아두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네트워크 위에서 신뢰를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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