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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백

디지털 급여·정산 시대, 한국이 잃어가는 주도권

by 꽃돼지 후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자산이 결제·정산 구조를 다시 쓰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빅테크와 결제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급여 지급·정산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노동·크리에이터·프리랜서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블록체인 기반 정산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 하나, 그리고 가장 치명적이다.
한국에는 아직 원화(KRW) 스테이블코인이 없다.
이 공백은 단순한 기술 부재가 아니라, 노동·소득·자본 흐름 전체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빨려나가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지금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은 ‘코인 한 종류’가 아니라, 국가 결제 인프라의 주도권이다.

비자 다이렉트.jpg

글로벌 결제 혁신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자(VISA)는 최근 Visa Direct를 사용하는 기업이 직원 급여를 **USDC(달러 스테이블코인)**로 지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파일럿이 아니다.
→ 세계 어디에서든 즉시 지급,
→ 수수료는 기존 송금 대비 90% 이상 절감,
→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는 실시간 정산,
이라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 크리에이터 시장은 매년 수억 명 규모로 확대되고 있고, 유튜브·틱톡·아마존·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은 빠른 정산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이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코인’이 아니라 정산 수단이다.


특히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기반 광고 시장은 수십만 건의 소액 정산이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느리고 비싼 기존 송금 시스템(SWIFT)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이 파일럿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과 달리,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글로벌 지급(특히 통화 변동성이나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시장에서)을 가능하게 하며, 기업은 법정화폐로 선지급(prefunding)이 가능하고 수취인은 스테이블코인 월렛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다. Visa Direct는 이미 전 세계 195개국, 은행계좌·카드·디지털월렛 대상으로 실시간 자금 이동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지급 등 기능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이미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검토 중이며, 메타(Meta)는 CLARITY Act·GENIUS Act 등 미국 디지털 자산 법안 통과 이후 다시 스테이블코인 사업 재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은 하나다. 글로벌 플랫폼은 스테이블코인 정산 없이는 앞으로 경쟁할 수 없다.


한국: 273만 외국인·프리랜서·크리에이터, 모두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종속된다

2025년 상반기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73만 명(전체 인구의 약 5.3%) 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라이더·크리에이터·K-콘텐츠 종사자 등 한국 내 디지털 노동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빠르게, 싸게, 즉시” 지급받기를 원한다.

외국인 노동자 수.jpg 연도별 체류외국인 증감 추이 - 출처: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기업도 AI 기반 자동정산을 도입하면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문제는 단 하나. 한국에는 원화(KRW) 스테이블코인이 없다.

따라서 기업이 디지털 기반 급여 지급을 하려면 선택지는 하나다.


� USDC · USDT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급여를 지급
→ 노동자의 소득이 원화 시스템 밖으로 빠져나감
→ 환전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와 세무 리스크 발생
→ 국내 금융 레일을 우회하는 구조가 대규모로 확대

이는 단순한 기술 이슈가 아니라,

국가 경제·통화 정책·외환 시스템 전체에 위협이 되는 문제다. 한국은행이 염려하는 ‘자본 유출’, ‘환율 변동성 증가’, ‘통화정책 약화’는 USDC가 한국의 급여·정산 레일을 대체하는 순간 바로 현실이 된다.


국내 기업과 금융사는 준비를 끝냈지만… ‘법’만 없다

대선 이후 규제 기조 변화로 국내 여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카페24: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

네이버·카카오: 은행·카드와 컨소시엄 준비

삼성전자: 삼성월렛 기반 디지털 금융 확장

KB·신한·하나·우리: 스테이블코인 조직 신설 및 투자

하나금융: 회장 직속 디지털자산 TF 신설

신한: 글로벌 원화 스테이블코인 실험 진행

KB국민은행: KRW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즉, 한국의 민간·금융·빅테크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 하나.


�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합법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다. 국회와 금융위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한국은행은 가치안정·금산분리·통화정책 리스크를 제기하며 법안 제출이 연기되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시장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정산 표준’을 만들고 있다.
한국만 표류하는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을 때 한국이 잃는 것들


① 250만 외국인 노동자의 급여가 모두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

→ 한국 내 노동을 하고, 소득은 미국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으로 이동


②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정산 경쟁력 하락

→ 아마존·틱톡·유튜브는 스테이블코인 정산
→ 한국 플랫폼은 종이계약·지연정산을 유지해야 함


③ 국내 프리랜서·크리에이터가 환전 리스크를 떠안음

→ 소득 수령 → 달러 스테이블코인 → 환전 → 원화
→ 과정마다 수수료·세무 부담 증가


④ 한국 금융사의 결제 인프라 주도권 상실

→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의 미래
→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결제의 ‘KRW 레일' 자체가 사라짐


⑤ 국가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약화

→ 국민 소득의 일부가 국가 통화 체계 밖에서 움직이는 구조
→ 통화정책·자본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지대 형성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니다. 국가 통화 주권의 문제이며, 전 세계 노동·정산 패러다임 변화에 한국이 합류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일본은 JPYC 인가를 통해 이미 실험 단계에 진입했다. 홍콩은 e-HKD를 적극 추진하며 토큰화 결제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EU·미국은 이미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시장을 키우는 중이다. 한국만 멈춰 있다. 이 공백이 길어질수록 한국은 “원화가 없는 디지털 금융 시장”의 변방 국가가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 필수 인프라’다

앞으로 노동 소득은 AI·플랫폼·디지털 생태계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소득은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지급·정산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다면 한국 경제의 거대한 소득 흐름이 원화 시스템 밖으로 흘러나간다. 이제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권의 문제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언제 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가?”의 문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한국은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재는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비우는 공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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