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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있어 DX를 넘어 AX로의 전환

AI와 스테이블코인이 만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후의 새로운 질서

by 꽃돼지 후니

지난 20년 동안 금융권은 끊임없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외쳐왔다.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클라우드, RPA, 앱 전환 등 많은 변화가 있었고, 과거 레거시 시스템 기반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편의와 속도가 구현되었다. 은행 업무의 상당 부분은 이미 디지털 채널로 이동했고, 고객 경험은 확실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DX는 아직 ‘레거시 시스템을 디지털로 포장한 단계’에 가까웠다.
표면적으로는 앱이 편리해졌지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1990~2000년대 방식이 유지된다.
코어뱅킹, 정산망, 계정계 시스템, 수탁·청산 구조, 규제 시스템 등 모든 기반은 여전히 전통적인 중앙집중 방식 위에서 움직인다.

문제는 오늘의 금융 환경이 DX만으로 감당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AI가 기존의 ‘디지털 업무 효율화’를 뛰어넘어 업무 자체의 개념을 바꾸고 있고,
블록체인·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STO)이 기존 정산·결제·자산 유통 구조를 다른 원리로 재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은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를 지나 AX(AI Transformation / Autonomous Transformation)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AI·스테이블코인·STO라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있다.


DX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 — 여전히 레거시 시스템의 벽

DX는 크게 다섯 가지 방향으로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Disruption – 혁신적 서비스 등장

Experience – 고객 경험의 디지털화

Operations – 운영 효율화

Workforce – 디지털 역량

Trust – 보안·규제·데이터 거버넌스

이 다섯 가지는 분명 금융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올렸다.

디지털기술.jpeg 디지털 기술이 경쟁우위를 만드는 5가지 방식

그러나 금융권 DX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기존 계정계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고

정산망이 하루 단위(D+1) 주기로 움직이며

카드 결제, 송금, 외환, 청산·수탁 구조가 바뀔 수 없었고

법·제도 역시 중앙집중형 금융시스템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DX는 금융 인프라의 겉면을 현대적으로 재단장한 수준이었다.
속을 뜯어보면 여전히 수십 년 된 구조 위에 디지털 기능을 덧입힌 형태다.

그래서 금융권에서 말하는 DX는 늘 “고도화”, “업그레이드”, “재정비”라는 단어와 함께 나타난다.
진짜 혁신이라기보다, 레거시의 생존을 위한 최적화 작업에 가깝다.


그러나, 갑자기 판이 달라졌다 — AI가 만든 ‘AX의 시대’

2023~2025년을 기점으로 금융권은 전혀 다른 충격을 맞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변화는 더 이상 ‘디지털화’라고 부를 수 없다.

이제는 AI Transformation, Autonomous Transformation — AX의 시대다.


왜 AX인가?

DX는 사람 중심이었다. 사람이 쓰기 좋은 UI, 사람이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자동화.

그러나 AX는 업무 자체가 AI에 의해 재구성되는 패러다임이다.

고객 상담 → AI가 70% 이상 처리

대출 심사 → AI 모델이 전 과정 자동화

내부 보고서 → AI Copilot이 작성

AML·FDS → AI가 실시간 패턴 분석

리스크 관리 → 예측 기반 자동 통제

컴플라이언스 → LLM 규제 해석과 자동 추론


즉,
AI가 금융 시스템의 운영자이자 보조자에서 ‘공동 의사결정자(Co-executor)’의 위치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I는 레거시 시스템 위에서도 작동하지만, 레거시를 대체할 새로운 금융 구조에서도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그 새로운 기반이 바로 스테이블코인·STO·분산원장(DLT)이다.


스테이블코인·STO — DX로는 절대 갈 수 없던 새로운 금융 인프라

은행권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STO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축으로 성장 중이다.

이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특징을 갖는다.


기존 레거시 시스템 기반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


즉, 지금까지 금융이 했던 ‘디지털 전환(DX)’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은 구조가 다르다

정산은 실시간(Real-time Settlement)

청산·수탁 기능이 자동화(스마트컨트랙트)

거래 장부가 분산원장에 기록

글로벌 자본 이동이 기존 SWIFT·카드망을 필요로 하지 않음

KYC/AML·리스크를 온체인에서 직접 반영

금융상품을 ‘자산 토큰’의 형태로 바로 발행·유통


이 구조는 레거시의 고도화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금융 운영 원리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순간 은행은 기존의 계정계 중심 금융기관에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발행기관으로 전환하게 된다. STO 발행 역시 기존의 수탁·청산·예탁원 구조를 우회하면서 발행-유통-정산을 하나의 원장에서 처리하는 금융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DX가 아니라 금융의 운영 체계를 재설계하는 AX의 세계다.


왜 이 흐름은 멈출 수 없는가 — 글로벌 금융 패권이 이미 AX로 이동 중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미 AX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JP Morgan: JPM Coin + 온체인 결제망 → 일일 거래 10억달러 돌파

BlackRock: RWA·온체인 ETF → 자산 유통 방식 자체를 재설계

Visa / Mastercard: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 확장

미국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규제(USDF, FDIC 기반 모델) 추진

싱가포르·홍콩: 은행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이드 제정

일본·EU: 미카(MiCA), STO·토큰 증권 제도화


이 흐름은 단순한 DX가 아니다.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해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재정의하는 AX 패러다임 전환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의 “인터넷 TCP/IP”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결제 네트워크를 대체할 공통 레일

금융상품의 글로벌 유통 통화

데이터·가치·계약이 결합된 ‘프로그래머블 머니’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순간 은행은 단순한 예금·대출 기관이 아니라 이동하는 디지털 가치 네트워크의 허브가 된다.

이것이 AX가 금융권에서 거스를 수 없는 이유다.


한국 금융권 — DX의 굴레를 넘어서 AX로 가야 하는 이유

한국 금융권은 세계에서 가장 IT가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시스템은 다시 말하지만 레거시가 완강하다.

여전히 D+1 정산

복잡한 수탁·청산 망

각종 기관 간 인터페이스가 분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온체인 금융 레일에 뒤처짐

AI를 “업무 보조 도구” 수준에서 활용

이런 구조를 깨지 않으면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중심이 될 수 없다.


AX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AI 기반 신용·리스크 자동화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 불가능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결제망이 열리면 기존 해외송금 수익 모델 붕괴

STO 기반 금융상품이 확산되면 기존 중개 구조 약해짐

글로벌 빅테크의 금융 진격이 AI·블록체인 기반으로 본격화

한국 금융이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DX로는 AX 시대를 버틸 수 없다.
AI·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금융 아키텍처로 갈아타야 한다.


금융의 판은 이미 바뀌었다. 이제는 ‘DX 이후’를 설계할 시간

DX는 과거 금융을 현대화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속도가 금융을 지켜주지 못한다.

AI는 금융의 ‘두뇌’를 재설계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과 STO는 금융의 ‘혈관과 신경 체계’를 바꾸고 있다.

DX 시대의 주제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다면, AX 시대의 주제는 “금융의 구조를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이다.

그리고 이 전환의 첫 번째 문은 바로 AI + 스테이블코인·STO다.

금융의 경쟁우위는 더 이상 앱을 예쁘게 만드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서 나온다.


한국 금융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DX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의 재설계 — AX로의 전환이다.
AI +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아키텍처를 선점하는 것이
앞으로 10년, 금융 생태계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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