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스테이블코인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전한 혁신’이 된다
지난 15년간 디지털 금융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은행 앱이 생기고, 간편결제·간편송금이 등장하면서 금융은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졌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기존 금융 위에 ‘UI를 얹은 혁신(Interface Innovation)’에 머문 측면이 컸다.
카드·PG·VAN·정산망·해외송금망 등 금융의 근본 인프라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다만 더 빨라지고, 더 예뻐지고, 더 모바일화됐을 뿐이다. 즉 절반의 혁신이었다.
그 결과, 블록체인·디파이·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지만 이들 역시 세 가지 중요한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트코인이 “중앙 없는 화폐”를 표방했지만, 실제 시장은 정반대였다. 전 세계 거래의 60% 이상이 몇 개 거래소에 집중됐고, 99%의 사용자는 개인키조차 관리하지 못했다.
탈중앙화 대신 새로운 중앙집중형 중개자가 만들어진 셈이다. 디파이가 꿈꾼 세계는 이상이었고, 현실은 언제나 타협을 요구했다.
테라의 실패는 “신뢰 없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줬다.
코드·알고리즘·수학적 모델만으로는 금융의 신뢰를 대체할 수 없었다.
결국 준비금이 없고, 책임 주체가 없고, 규제가 없는 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핀테크라 불렸던 서비스 대부분은 기존 카드·PG·VAN망을 그대로 쓰면서 ‘겉모습(UI/UX)’만 바꾼 경우가 많았다. 정작 금융의 가장 비효율적인 중개 구조는 바뀌지 않았고 사용자는 ‘더 편리한 앱’을 얻었을 뿐 더 효율적인 금융을 얻지는 못했다.
필요한 만큼의 제도·감독·수탁·준비금을 인정하면서 나머지는 기술로 자동화하는 절충형 설계가 필요하다.
중앙이 모두 하는 것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도 아닌 현실적인 균형 모델이 정답이다.
준비금 공개, 실시간 증빙, 규제 준수, 회계감사 등 금융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뢰의 원리가 디지털 자산형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보다 보이는 투명성이 더 큰 신뢰를 만든다는 교훈을 얻었다.
결제–정산–송금–수탁–신원체계
이 모든 것이 서로 통합되고 상호운용돼야 진짜 혁신이 시작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PG 구조를 그대로 두고 겉만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의 실패는 소모적 경험이 아니다. 오히려 왜 혁신이 절반만 성공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교과서’가 되었다.
탈중앙화의 환상
신뢰 없는 시스템의 붕괴
중개 구조를 건드리지 않은 UI 혁신
이 세 가지를 철저히 학습한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이상(DeFi)과 현실(전통금융)의 중간지점, 가장 실용적인 금융모델을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바로 StableBaking 이란 새로운 영역이다.
AI가 금융의 두뇌가 되고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정산의 표준 레일이 되며, 신뢰 시스템은 기존 금융의 규제·감독 체계를 흡수하면서 더 투명하고 빠르게 작동하는 구조.
AI는 고객의 의도를 듣고 거래를 대신 실행하고 스테이블코인은 AI가 처리하는 금융의 속도·비용·글로벌성에 최적화된 결제 수단이 된다.
지난 15년 디지털 금융이 ‘반쪽짜리 혁신’이었다면 앞으로의 15년은 AI + 스테이블코인이 결합해 금융 인프라 자체를 재설계하는 본질적 혁신의 시대가 될 것이다.
UI가 아니라 인프라를 바꾸고 속도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고, 기존 금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상호운용성을 갖춘 새 금융 질서를 만드는 시대.
이제 한국도스테이블코인의 현실적 설계 위에서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AI뱅킹 그 너머의 시대”가 의미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