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경영대학 13기 산악부대장 서소연 대표
안녕하세요 행경산악회 산악대장 이정훈 입니다.
등산과 비즈니스에 대한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도움을 요청 드립니다. 대표님들의 인터뷰 내용은 제가 작업 중인 등산과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 답변은 격 없이 서술형으로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행경 CEO들의 등산/트레킹 경험과 인사이트를 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인터뷰 질문 20개 입니다.
1.등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운동아 로서의 등산에 매력을 느껴서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몸이 많이 망가졌다. 체력이 떨어졌음은 물론이고 근육이 없어져서 몸의 균형이 틀어지고 체중도 늘었다. 거북목이나 불면증 등 실제로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
해결책으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자세교정과 스트레칭을 목표로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스트레칭만으로는 운동이 부족한 것 같아 체력이 좋아져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했다.
그러던 중 지인들에게 등산을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등산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기에 망설였는데, 운동이 많이 된다는 말에 홀리듯이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작 북악산을 오르는데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게다가 그날 밤에는 다리에 쥐가 나고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렸다.
별로 힘들게 올라간 것 같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근육을 키우고 몸의 균형을 잡겠다며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고통받던 기억, 팔 근육이 터질 것 같은데 억지로 데드 리프트를 하던 기억에 비하면 큰 고통이 없음에도 내 몸이 매 순간 운동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등산이 정말 운동이 많이 된다고 느꼈다. 게다가 올라가서 본 서울의 풍경은 어찌나 아름답고,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했던지. 그때의 좋은 기억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리하여 그때까지 하던 실내 운동을 서서히 그만두고, 등산을 주력 운동으로 삼게 되었다.
2. 본인만의 특별한 산행 스타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애초에 운동을 위해 등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기 위해 등산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 보다는 아무 말도 안하고 몇 시간씩 내 숨소리와 내 몸을 느끼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끝없이 산길을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그 순간이 좋다.
그러다 보니 너무 험하거나 돌이 많은 등산코스는 긴장이 되어서 선호하지 않고, 평탄하고 순한 흙 길을 오래 걷는 코스가 좋다.
3. 주로 혼자 등산하시나요, 아니면 동행과 함께 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적지만 그럼에도 혼산은 피하는 편이다. 산에서는 독충이나 뱀, 낙상사고, 심장마비처럼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사고뿐 아니라 외길에서 만나는 큰 짐승이나 악한 마음을 품은 사람까지, 일상생활과는 다른 종류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동행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 신고해 줄 수 있고, 응급조치를 취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4. 평균적으로 월 몇 회 정도 등산을 하시나요?
처음 몇 년간은 주말마다 산행을 하고도 모자라 평일 야간산행을 즐겼는데, 최근에는 월 2회 정도만 하고 있다. 등산 초반에는 가고 싶은 산이 많았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산 몇 개만 반복적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접근성이 좋은 산이 주거지나 회사 근처에 없다 보니 평일 등산도 점차 줄이게 되었다.
5. 지금까지 등산 및 트레킹 했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남 알프스라고도 불리는 재약산이 가장 아름다웠다. 억새와 바람이 만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다지 힘들지도 않고 그토록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 1순위는 설악산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을 거쳐 남교리로 하산했던 산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설악산 공룡능선보다 힘들었던 곳으로 눈이 별로 좋지 않은 나에게는 너덜겅 너덜길이 무척 어려웠다. 바위 틈에 발을 헛딛지 않으려고 조심하느라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서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귀때기청에서 본 일출만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6. 국내외 등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나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운동이든 부상의 위험이 있지만 등산은 광범위한 산이라는 공간에서, 새벽 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랜 시간 하게 되는 운동이라 특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어두워질 때를 대비한 랜턴, 체온 조절용 의류 등이 그것이다.
물품의 준비뿐 아니라 몸의 준비도 필요한데, 산행의 난이도에 맞춰 미리 체력을 만들어 두어야지 의지로 산행하려고 하는 마음은 잘못된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운동, 예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러닝 같은 경우는 한계까지 몸을 써서 근육의 발달을 한 단계 도모하는 것이지만 산에서 그랬다 가는 탈진하기 딱 좋다.
등산을 시작하고 여러 산악회에서 활동해왔다. 산행 중 누군가에게 사고가 있었을 때는 항상 비슷한 이유였다.
첫째로, 준비 부족. 둘째로 과욕이었다. 자신의 체력이나 능력이 되지 않는데 “의지로” 이겨내려고 한다 거나 너무 무거운 짐, 너무 먼 거리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산에서 문제가 생겼다.
7. 등산 중 위험했거나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여럿이 팀을 꾸려 화대 종주를 하러 지리산에 갔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중간에 지쳤다. 모두가 하산을 권했으나 당사자는 강행을 고집했다. 다리를 절며 억지로 걷다가 결국 중도에 119 구급대를 부르고, 하산을 위해 헬기를 요청한 적이 있다.
일단 대피소까지는 자력으로 가야 했는데 다른 일행들이 그 사람의 짐을 나눠지고 부축해서 이동했다. 진행 속도가 굉장히 느렸고 중간에 해가 졌다.
반달곰이 등로에 나타날 수도 있는 시간대라 일행들의 신경이 곤두섰고 새벽부터 산행을 했기 때문에 랜턴의 배터리도 없는 상황이라서 실족의 위험까지 있어 더 위험했던 상황이었다. 대피소에 도착한 것은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원래 목표했던 곳까지 가지 못해서 다음 날 종주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자신의 체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준비에 소홀했던 한 사람 때문에 몇 달 전부터 목표를 세우고 성실히 대비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부상자는 과거 운동선수였다는 자만심으로 산행을 쉽게 생각해서 사전에 훈련도 하지 않았고, 근육이 피로 해져서 본인 상태가 안 좋아졌음에도 자존심을 부리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일행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8. 자주 가는 등산 코스가 있다면 어디이며, 그 코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산세권에 살지 못해서 그나마 가까운 산이 계양산이다. 계양산은 비록 낮지만 올라가서 보이는 김포공항과 인천시내의 풍경이 무척 아름다운 산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오르기 좋은 산으로 주로에 암석이 없고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야간 등산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아 주말이면 등산 인구가 북적인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한시간 반이 걸리지 않아 짧은 시간 운동을 하기에도 좋아 지역 주민들에게 하루 한번 계양산을 오르는 동백이(동네산 백번 오르기)코스로도 인기다.
9. 등산이 경영활동이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는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등산이 차별점이 있다면 산에서는 작은 고민이나 일상 생활을 산 아래 두고 왔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나무가 아니라 숲 전체를 보는 시간이 된다고 해야 할까?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 삶의 작은 고민거리들은 한낱 찰나의 번뇌로 느껴진다.
10. CEO로서 등산을 통해 배운 리더십이나 경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표 설정이나 과정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성향과 능력,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은 어찌 됐건 함께 올라간 일행들이 함께 내려와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이 메워야 하고, 협동해야 하는 부분이 회사와 유사한 것 같다. 구성원 개개인이 자기 능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목표를 정하면 이룰 수 있도록 협동하여 노력한다.
11. 다른 CEO들에게 등산을 추천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운동의 측면에서 주는 장점이라면 꼭 등산이 아니어도 좋다. 어떤 운동이든 좋다. 스트레스 해소나 체력단련은 다 비슷할 것.
다만 실내에서 근무하는 현대인들에게 등산은 평소 일상에서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자연과 계절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여름에 에어컨 덕에 더운 줄 모르고, 겨울에는 온풍기와 온돌 덕분에 추운 줄 모르는 것이 현대인이다. 등산을 하는 동안에는 그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찬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물들고, 봄 햇살이 내리쬐면 싹이 움튼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리, 여름철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고요한 침묵이 내린 겨울 눈꽃 산행. 그 모든 경이롭고 아름다운 계절을 경험하는 것을 권해본다.
12. 등산과 기업경영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등산은 인생과도 같다. 올라갔으면 내려오고, 정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국은 내려온다. 인간의 삶이나 기업의 생애주기도 마찬가지 같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고, 일출은 경이롭다. 따스하고 밝은 햇살은 곧 뜨거워진다. 더위가 영원할 것 같아도 금세 해가 지고, 해 진 후의 여명은 일출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순식간에 까만 어둠이 온다.
이 과정이 삶의 주기를 연상시켜서 그런지 산에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큰 흐름을 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내려오게 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의 크고 작은 일들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갈 것이다.
13. 등산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블로그, 유튜브, 카페 등)
철마다 적절한 산행은 좋은 사람들이나 다음 매일, 알레버스 등 안내 산악회를 참고하면 가장 빠르고 정제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등산 코스, 소요시간, 준비물 등도 잘 나와있다.
각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면 최신 정보를 빠르게 볼 수 있다.
등산 카페는 고인물들이 많고 유의미한 정보도 많지만 마찬가지로 광고성 글이나 잘못된 정보도 많다.
가고 싶은 산을 정하면 해당 국립공원 홈페이지와, 네이버 카페 최신글 검색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후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등을 추가로 참고하면 될 것 같다.
14. 사용하시는 등산 앱이 있다면 어떤 것이며, 주로 어떤 기능을 활용하시나요?
트랭글, 램블러, 가민. 길 잃지 않게 방향 추적하는 용도. 현재 얼마나 이동했는지 확인.
15. 본인만의 특별한 등산 준비 루틴이나 필수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등산은 체력이 중요. 장거리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가능하면 무조건 숙면한다. 안내 산악회나 심야 고속버스를 이동하며 생긴 버릇이다.
필수품은 체온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여분의 옷과 양말, 마그네슘 등 응급약 등을 반드시 챙긴다.
16. 등산 장비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안전이다. 등산화나 스틱은 내 생명을 담보한다고 생각한다.
의복도 마찬가지. 기능성을 중시한다. 더해서 무게와 색에도 신경을 쓰는데
무거우면 산행하는 내내 짐이 되고, 색이 화려해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혹시라도 조난당할 때 눈에 띌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
멀리서도 나만 잘 보인다.
17.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산이나 트레킹 코스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대만의 옥산&설산 투어를 하고 싶다.
18. 등산 문화나 환경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몇 년간 붐이 일었던 등산 인증은 좀 아쉽다.
물론 앱이나 스탬프를 통한 인증은 등산 동기와 성취감을 주는 좋은 수단이 되지만 인증만을 위한 인증은 산을 존중하고 즐기는 마음을 조금 저해하는 듯 느껴졌다.
또한 단체 등산객들의 경우 개인보다 남에게 피해 주는 행위를 조금 더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연령대가 높은 분들의 경우에는 산에서 술이나 홍어 등 냄새나는 음식 먹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최근 등산을 시작한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무리를 이루어 산행하면서 좁은 길에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단체로 추월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길을 막는 등 연령대별로 피해를 주는 행동 양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19. 바쁜 일정 속에서 등산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고, 모임에 가입한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약속을 잡는다.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고 억지로 등산을 가지면, 다녀와서는 기분이 좋아 다음 등산 약속을 또 잡게 된다. 선순환이다. ㅋㅋ
20. 등산을 시작하는 CEO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산에 있는 시간만큼은 자기 자신이 되어 보면 좋겠다.
등산을 하면서까지 무언가를 얻어가려고 마음먹지 말고, 그저 그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인간, 자연인으로서 자연 속의 자신을 깊이 누리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삶의 한 페이지에 새기고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