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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대리 Jan 10. 2019

그렇게 꼰대가 되어갑니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꼰대 징조



일 년에 세네 명 정도의 인턴을 만납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까지도 있습니다. 공채로 오는 친구들도 있고 교육기관이나 학교를 통해 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성격도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최근에 본 두 친구는 한눈에 봐도 다른 스타일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광고밖에 몰랐던 친구와 소위 말해 스펙 한 줄 만들러 온 친구. 그건 이력서에서부터 드러났습니다. 한 페이지가 훌쩍 넘는 자기소개서와 딸랑 다섯 줄만 적은 자기소개서. 함께 일할수록 제 편견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9시까지만 오라고 했다고 정말 9시 정각에 오다니. 2개 정도만 생각해보자 했다고 정말 2개만 해오다니. 저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턴만 꼬박 일 년을 했습니다. 정직원 전환이 되는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놓지 못한 건 그 당시 인턴 자리조차 하늘에 별따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놀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이런 자리라도 붙들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매일 가장 일찍 회사에 도착했고 가장 늦게 퇴근하려 애썼습니다. 선배들은 어차피 전환되는 자리 아니라고, 힘 빼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몸이라도 힘들어야 잠이 왔습니다. 그렇게 일 년을 인턴으로 지내다 겨우 다른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수십 번 고친 후에야 얻은 결과였습니다.


"새로 온 인턴 있잖아. 걔 좀 대충 하는 것 같아.
저 자리 오려고 노력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생각하면 진짜 저러면 안 되는 건데."



동기와 밥을 먹다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과거의 친구들과 지금의 친구들을 저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때는 저렇게 설렁설렁 못했다고. 스펙 한 줄이 아니라 귀하디 귀한 동아줄 아니었냐고. 제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동기는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하는데
'왜 저 사람은 내 생각대로 안 움직일까'하는 게 꼰대의 시작이랜다.
걔도 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네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동기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한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인턴 시절, 우리 전부가 꼰대라고 칭했던 어느 차장님의 모습과 똑 닮아 있었습니다. 매일 같이 '나 때는 안 그랬어' '나 때는 상상도 못 했어' 말하던 분이었습니다. 나만큼은 절대 꼰대가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게 절대 정답이 아닌데. 무심코 그 인턴이 오답일 거라는 말을 뱉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차장님도 꼰대가 되어가는지도 모른 채 꼰대가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 새로운 인턴이 온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새깁니다. '왜 저 사람은 내 생각대로 안 움직일까' 하는 마음만큼은 갖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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