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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대통령이 사과 안하는 이유 외

사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

22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한 관심은 높았습니다. 2024년 04월 1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 형태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와 방식의 부적절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은 대부분 공감합니다. 추가로 조금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투영된 민의를 반영한, 국민들을 향한 사과의 메시지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습니다. 대부분 언론과 국민은 사과로 판단하지 않았고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에 부정적 인식이 강했습니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다수 국민들과 야당, 언론이 요청한 수준의 사과를 하지 않았을까요?


기업이나 유명인들이 사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로 아래 다섯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법적) 책임 문제 때문입니다.

두 번째, 사과가 끝이 아닐 때 (아닌 것 같을 때)입니다.

세 번째, 이슈에 잘못한 점과 잘못하지 않은 점이 섞여 있을 때입니다.

네 번째, 타이밍을 놓칠 때입니다.

다섯 번째, 다들 사과를 요구하는데 1인(VIP)가 하기 싫은 경우 혹은 1명(VIP)은 하고 싶은데 나머지가 사과하기 싫은 경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은 이유는 이 다섯 가지 이유 중 몇 가지가 복합적이지만 그 중에서 두 번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판단합니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참패한 직후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과 관점에서) 과도한 사과를 할 경우 결국 급속한 레임덕이 올 것이라는 예상과 두려움이 컸을 것입니다. 국민과 야당, 언론의 사과 요구가 사과로 끝나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정치적 생존의 문제로 판단했을 것입니다. 권력자의 사과는 일반적인 기업의 사과, 유명인의 사과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사과를 시작으로 결국 남은 집권 3년간 대통령 권력이 약화되고 정국 주도권이 뺏긴 상황보다 많은 비난과 공분을 받으며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되지만 차라리 그 일관성을 유지하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 고민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과 결정은 과거 대통령들의 흥망성쇠 과정에서 학습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과 이후 결국 탄핵과 파면으로 이어졌던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근혜 회고록’을 통해 “(사과문 발표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각종 의혹에 대해 100%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민심은 순식간에 기울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진상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여론의 속성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 내 불찰이었다”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을 인정했던 사과가 급속히 탄핵과 파면으로 이어지는 빌미가 됐다는 평가들이 있고 저도 일정 부분 상관관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 관련 전략적 행위를 하나 더 언급해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는 전언이 보도됐던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공개 회의를 한 것인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라는 화자를 통해 일종의 백브리핑 형태로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을 보완하고 재해석해 주는 활동들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대기업의 총수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발생하는 현상들입니다. 대기업 총수가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직속 부서장이나 대기업 총수의 신임을 받는 전문 경영인이 총수의 발언을 재해석해서 전달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조직 내부에서 VIP와 조력 그룹 사이에 정보 공유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아니면 극소수의 사람만 공유하고 교감하며 소통하고 있다는 흔적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야당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겠다. 못 할 게 뭐 있냐'라고 말했는데 이 또한 VIP가 의지가 없더라도, VIP의 의중과 직접적 관련없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원론적인 발언이기에 내부 조력 그룹과 VIP간 원만한 내부 공유와 소통에 문제가 있다 추정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A but B 형태 문장, 정책 관련 여러 전제와 사실 관계가 정리된 이번 국회의원 선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 전문을 수차례 보면서 개인적으로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을 보는 듯했습니다. 장황하게 작성된 공소장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듭니다. 검사의 주장이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 주장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선입관을 만들어 내는 것에만 집중된다면 잘 작성된 공소장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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