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단계: 정확하게 듣고 따라하기_그대로~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하여

by 이승화

듣기 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대화를 주고 받는 구어는 글로 된 문어보다 불완전한 경우가 많아요. 단순한 문장이 소통을 편리하게 하지만, 오해의 소지도 많이 있어요. 발음이 잘 안 들리거나, 특유의 어투가 있거나, 소리가 작거나, 주변 소음이 심한 상황 등등 변수가 많이 있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대부분의 표준어로 고정된 글자 텍스트가 오히려 이해하기 안정적이에요.


*A씨: B야, 뭐해? 주말에 영화나 보러 가자!

*B씨: 아, 나 주말에 강의하러 가야 돼.

*A씨: 무슨 강의 듣는데? 시간 되면 같이 듣자!

*B씨: 강의하러 간다고~ 강사로!


B씨는 A씨에게 강의를 하러 간다고 했어요. 하지만 A씨는 강의를 들으러 간다고 이해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본적으로는 대충 들은 것입니다. 대충 듣고 의미를 만들다 보니 잘못 이해하게 된 것이에요. 좀더 심층적으로 따지면 심리적인 판단이 들은 내용을 왜곡했을 수 있어요. "B씨는 강의를 하러 갈 사람이 아니다."는 생각이 이미 깔려 있으면, 하러 간다고 들어도 왜곡해서 수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도 정확하게 듣는 것에 집중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정확하게 듣는 것의 시작은 소리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음운 식별하기라고 해요.


“물 가져와!”에서 자음 ‘ㅁ’을 ‘ㅅ’으로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술 가져와!”로 듣고 술을 챙기겠죠. 한 글자 차이인데 큰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르게 “술 가져와!”라고 했는데 모음 ‘ㅜ’를 ‘ㅣ’로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실 가져와!”라고 듣고 실을 챙기겠죠.


물론 지금 밥을 먹고 있으면 물을 찾을 수 있고, 잔치 중이면 술을 찾을 수 있고, 바느질을 준비하면 실을 찾을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이렇게 상황과 맥락, 눈치를 봐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매순간 위험 부담이 큽니다.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시작은 정확하게 듣기로부터 진행되어야 해요. 정확하게 듣지 않고 대충대충 흘려 들으며 직감으로 때려 맞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렇게 음운 별별 요소가 하나인 여러 단어들을 비교해서 듣고 구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물-불-술-줄-굴'에서 ㅁ, ㅂ, ㅅ, ㅈ, ㄱ의 차이를 식별하는 연습이에요. 엄청 쉬운 것 같죠? 헤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로 EBS에서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학생의 기초 문해력을 테스트했어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듣기 능력’에서 많은 출연진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방차”에서 “차”를 빼면 어떤 소리가 날까요? “소차”

“바”와 “구”와 “니”를 합치면 어떤 소리가 나나요? “다구리”

“가위”와 끝소리가 같은 것은 무엇인가요? “참외”, “키위”, “오이” 중에 고르면? “오이”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은 당연히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듣기 능력도 이렇게 부족할 지 몰랐던 거예요. 이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부족할 뿐이지, 일상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어요. 시각적 정보나 상황적 맥락에 힌트를 얻으며 그럭저럭, 눈치껏 생활해 왔던 겁니다. 하지만 이런 단서가 하나도 없이 오롯이 듣기에 집중했을 때, 듣기 능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기본적인 음절 변별도 되지 않았던 거예요.


듣고 따라 말하기.jpeg



초등학교 때 많이 하는 받아쓰기, 기억 나시나요? 듣고 받아쓰는 훈련은 쓰기 연습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듣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정확하게 들어야 들은대로 옮겨 쓸 수 있으니까요. 받아쓰기를 잘 못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대로 듣지 못한다. 둘째, 제대로 들었는데 쓰질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외국어 공부할 때, 듣기 훈련으로 많이 하는 것이 빈칸 채우기입니다. 문장을 듣고 부분부분 채워나가는 것이죠. 작은 부분부분 집중해서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듣는 훈련이 됩니다.


성인들이 받아쓰기 시험 보기 쉽지 않죠?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오디오북 필사입니다. 필사는 책의 좋은 구절을 옮겨 적는 것이죠. 이번에는 보고 적는 것이 아니라 듣고 적는 것입니다. 오디오북을 멀티태스킹 용도로 흘려 듣는 경우가 많은데, 듣기 훈련에는 좋지 않아요. 집중해서 듣다가 좋은 문구가 나오면 멈추고 따라 적어 보세요. 이런 훈련을 하기 좋은 것은 명언집, 잠언집, 좋은 대사 100개와 같은 책들이에요. 반복해서 듣고 따라 적고, 책의 내용으로 확인까지 가능합니다. 책을 읽는 간접 효과도 있죠.


쓰는 것이 힘들면 듣고 따라 말하기도 괜찮습니다. 듣기는 결국 소리의 입력입니다. 듣고 그 소리 그대로 말해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들었는지 알 수 있어요. 입력은 출력과 함께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들은 그 대로 말을 해봅니다. 잘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하려니까 머뭇머뭇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말해야 한다는 전제 속에서 들으면 집중력도 향상됩니다.


쓰는 것과 다르게 말하기에서만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쉐도잉(shadowing)이라는 방법입니다. 사전상 의미로는 “특정 외국어를 들음과 동시에 따라 말하는 행위, 그 행위가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동시에 이루어 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말 그대로 원어민의 말을 그림자처럼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라 외국어 공부에 주로 활용되지만, 부족한 모국어에도 도움이 됩니다. 들으면서 바로바로 따라하고, 행동과 억양, 표정 등도 최대한 모방합니다. 통역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하는 훈련 방법이에요. 통역 자체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해석해서 다른 언어로 전달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화자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 드라마 보시면서, 예능 보시면서 쉐도잉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확하게 듣는 능력과 기억력을 한번에 자극할 수 있는 초간단 일상 훈련법이 있습니다. 고객센터로 전화 해보신 적있죠? 나의 전화번호나 주소, 주민번호 등을 주고 받으면서 한 명은 제대로 듣고 옮겨 적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때 한번에 전화번호나 주소가 잘 들리던가요? 이런 순간순간 하나하나가 듣기 훈련이라고 생각하세요. 마음 속으로 “내가 집중해서 잘 들어야지! 한 번에 받아 적어야지! 듣고 확인차 다시 말해야지!” 마음을 먹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은 덤입니다.



keyword
이전 12화0단계: 태도 챙기기_들을 준비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