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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런: 배울점을 기록하라

일잘러의 어휘력

by 이승화
왜 일기를 쓰라고 할까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그림일기를 배웁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아래 글을 씁니다. 말 그대로 하루를 기록하며 되돌아보는 과정이죠. 어려서부터 우리는 계속 일기를 쓰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 외에도 책을 읽으면 감상문을 남기라고 하고, 여행을 다녀 오면 기행문을 쓰라고 합니다. 경험한 내용을 어떻게 해서든 쥐어 짜서 남기도록 요구해요. 피곤한 일이지만 이를 해냈을 때, 우리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일기는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도록 이끄는 좋은 도구입니다.


학교 다닐 때만 쓰는 것이 아니에요. 전 인스타그램을 처음 보았을 때 그림일기 같다고 생각했어요. 인상 깊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그 밑에 짤막한 글을 남기니까요. 그래서 SNS에 꾸준히 일상이나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장려합니다. 나아가 일 하면서도 우리는 기록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어요. 그 과정이 레슨런입니다.


일하면서 배운다


레슨런(Lesson-Learn)은 레슨(lesson)의 ‘수업, 교훈’이란 의미와 런(learn)의 ‘배우다, 학습하다’의 의미가 더해져 배울점이란 뜻으로 쓰입니다. 비즈니스 상황을 생각하면 학교처럼 누군가 정규 레슨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업무하는 그 자체가 레슨이에요. 그래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나 느낀점, 배울점을 뜻해요. 어마어마한 통찰력이 필요한 교훈이 아니라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됩니다. 이런 방식을 적용했더니 이런 오류가 나고, 소비자는 이런 불만사항을 제시했다와 같은 요소도 중요한 피드백이죠.


비슷한 비즈니스 용어로 ‘회고(回顧, Retrospective)’가 있어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의미인데, 결국 업무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레슨런을 공유하는 자리를 ‘회고 미팅’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박수치며 끝나는 것을 넘어 잘한 점, 개선이 필요한 점을 공유하고 나중에 임하는 프로젝트에 반영합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담으면 더 좋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본보기 삼아 실수를 줄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지속적인 성장과 향상을 이루는 유익한 과정입니다.


*공유해주신 레슨런 잘 보았습니다.

*정기적으로 레슨런을 남겨 주세요.


배울점을 기록하라


강의 때 수강생들과 함께 보기 위해 인터넷 영상 링크를 준비했는데, 강의 장소가 인터넷 접속이 안 되어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마음 속에는 ‘요즘 인터넷도 안 되는 곳이 어디있어! 짜증나!’라는 불만이 생깁니다. 담당자한테 화풀이하고 속시원하게 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음 강의 때 또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두 가지를 교훈점으로 삼았습니다. 1. 강의 담당자에게 인터넷이 되는지 확인하기 2. 인터넷 링크가 아니라 파일을 다운 받아 챙기기. 이렇게 대비를 하고 나니 더 이상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배웁니다. ‘강의 중 한 콘텐츠를 보여드렸더니, 불편해 하는 분이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제외해요. ‘강의원고를 USB에 담아 갔는데, USB 인식이 잘 되지 않아 고생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부터는 메일로 강의 원고를 함께 보내 놓아요.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마무리가 미흡했다’는 경험을 통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집에 돌아와 이불킥을 할 정도로 아쉬웠던 순간들이 있지만, 빨리 잊지 않고 오히려 디딤돌로 삼아 개선합니다.


좋았던 점도 피드백이 됩니다. 시력은 좋지만 지적인 모습을 위해 안경을 쓰고 강의를 했는데,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빠르게 인정하고 안경을 벗습니다. A 자료를 활용했더니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았을 때, 그 경험으로 해당 자료를 계속 활용해요.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는데,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을 때 그 에피소드는 꼭 저장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자취를 남겨 놓고 수시로 반영해요.


기록의 틀 활용하기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때 이용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 기법인 P.M.I를 소개할게요. 고정된 틀에 빈칸을 채운다는 마음으로 기록하다보면 차곡차곡 쌓이고 기록의 근육이 생깁니다. 심지어는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순간도 올 거예요.


우선 P(Plus), 잘한 점부터 남겨 보세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칭찬 받은 점, 반응이 좋았던 점, 성과가 드러났던 점들을 적습니다. 이런 결과물들을 통해 나의 강점을 파악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앞으로 일의 방향을 정할 때, 나의 강점을 살려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누군가 나의 장점을 발굴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기록하며 찾아보세요.


다음은 M(Minus), 일을 하면서 매 순간마다 미흡한 점이 있고, 아쉬운 점이 있어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와 같은 후회도 들죠. 그런 순간들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압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부족한 점을 숨기지 않고 ‘문제’로 정의했을 때,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도 떠오릅니다. 가능하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적어 봅니다. 다음부터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I(Interesting), 흥미로운 점, 인상 깊은 점, 새롭게 꺠달은 점을 정리합니다. 프로젝트에 임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하나하나 긁어 모아요. 예상치 못한 소비자의 반응, 우연히 알게 된 좋은 정보, 새롭게 알게 된 업무 패턴 등.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점들 속에 깨달음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기록을 동료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문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부끄럽고 민망할 수 있지만, 이 과정 또한 업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지나온 발자국은 누군가에게 안내판과 같습니다. 나의 기록을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생명력을 갖게 돼요. 같은 패턴의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 직원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해결 방법, 개선할 점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또한 의미 있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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