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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빠르게 실패하고 대응하라

일잘러의 어휘력

by 이승화
종이책 vs 전자책 콘텐츠


종이책 교재를 만들다가 처음으로 전자책 교재를 만들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종이책은 한 번 인쇄되면 다시 수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엄청 신중하게 교정 작업을 거치고 오탈자를 확인합니다. 인쇄하기 직전까지 눈알이 빠질 정도로 편집자들이 돌아가면서 체크해요. 하나의 실수를 찾기 위해 반복해서 시간을 투여해요. 그에 비해 전자책을 만들고 서버에 업로드하는 과정은 굉장히 간단했습니다. 업로드한 후에 오탈자가 발견되면, 수정해서 재업로드할 수 있으니까요. 신세계였습니다. 물론 오탈자나 내용 오류는 조심해야 하지만, 마음의 부담감이 완전 달랐어요.


점점 이 디지털 수업 과정에 익숙해지다보니 여러가지 면에서 경직되었던 부분을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었어요. ‘한 번 만들면 끝이다’라는 상황과 이후에 더 나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은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듭니다. 안전제일을 벗어나 조금 도전적인 기획도 꺼내고 반응을 볼 수 있었어요. 1차 결과물을 만들고, 현장 수업 테스트를 해본 다음에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2차 결과물을 완성합니다. 2차에서 또 피드백이 나오면 3차, 4차도 가능했고 의견이 반영될수록 선생님들의 만족도는 점점 올라갔어요. 디지털방식이었기 때문에 부담없이 가능했습니다.


워터폴 vs 애자일


애자일(Agile)의 사전적 의미는 ‘날렵한, 민첩한’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복잡한 개발 과정을 쉽게 나누고 유연하게 반응 중심으로 진행하는 업무 방식을 애자일 방법론이라고 해요. 우선 간단한 계획을 바탕으로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예를 들어, 어플리케이션을 우선 런칭하고, 수시로 고객들의 반응을 취합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며 하나씩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이와 대비되는 방법론이 워터폴(Waterfall, 폭포수) 방법론입니다. 폭포수 이미지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물이 계속 떨어지죠. 탑다운 방식으로 완벽한 계획이 내려오고, 이를 구현하여 결과물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짜잔’하고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문(2001)’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또 다른 사람의 개발을 도와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음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되었다: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

이 말은, 왼쪽에 있는 것들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것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애자일한 조직 문화


과거의 선형적으로 주어지는 업무 진행 방식과 비교하여 유연한 구조로 일하는 조직 문화, 유연한 순서의 업무 진행 방식을 ‘애자일하다’라고 이야기해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게,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업무 방식으로 평가 받습니다.


기업하면 떠오르는 관료주의적 조직도, 상명하달의 수직적 업무 지시, 중앙 집중된 의사결정의 권한 등을 바꾸고 직원들이 각각의 프로젝트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유연하게 고객과 시장의 목소리에 반응하도록 이끕니다. 개인의 업무 스타일도 애자일하게 바꿀 수 있어요.

(예) 이번 프로젝트는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할게요.

(예) 조금 더 애자일하게 업무해 주세요.


집중해서 달리고 자주 뭉쳐라


애자일 방법론의 핵심인 스프린트와 스크럼도 알아볼게요. 스프린트(Sprint)는 육상이나 수영 등 단거리 레이스에서 전속력으로 나아가는 일을 의미합니다. 기업에서는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해요. 규모가 커지면 빠르게 반응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완수하고 자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매일 모여 짧게 진행 과정을 확인하는 일을 일일 스크럼 회의(Daily Scurm Meeting)라고 해요. 스크럼(Scrum)은 팀의 개선과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애자일 방법론입니다. 럭비에서 반칙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을 때, 팀원들이 서로 밀집하여 팔을 꼭 끼고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대형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스크럼 회의 때도 규모가 작은 팀 단위의 활동을 반복할수록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팀을 관리하는 과정 또한 정형화되지 않고 유연하게 진행돼요.


빠르게 실패하고 대응하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스타트업과 파트너로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지식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콘텐츠를 발행했어요.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두 달 후 미팅 때는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좀더 짧은 호흡의 지식 콘텐츠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컨셉을 바꾸었어요. 이런 변화를 보고 누군가는 최초 기획 방향에서 벗어났다고 하며 거리를 두었습니다. 저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더 많은 구독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고객들의 니즈도 다양해지는 상황입니다. 변화에 맞추어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일하는 방식이 모두 민첩하고 유연해져야 해요. 그래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제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반응을 살피는 애자일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중요한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일단 시도하는 적극적인 태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적극 발전시키는 실천력이 중요해요. 팀원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때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적극 공유하며 유연하게 접근해야 해요. 요즘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협업툴이 활성화된 이유입니다. 만족스럽게 준비하지 못했으니 수많은 실패를 겪을 겁니다. 마음 편하게 반응을 지켜보세요.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하세요. 이런 작은 실패가 쌓이며 피드백을 반영하다 보면 점점 더 좋아지는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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