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을 찢는 듯한 큰 소리가 귀에 울렸다.
“다른 소식은?”
제라드의 말에 에릭이 대답했다.
“‘이상한 소리’를 ‘ASST’로 부르기로 했답니다.”
“ASST?”
“‘뭔가 다르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럴 때면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까?”
“그런 이름이 한두 개가 아니잖아? 그 사람들 너무 예민한 것 아냐?”
“그럴지도 모르죠.”
“에릭! 천천히 움직여줘.”
스피커에서 비치 목소리가 들렸다.
우주선 밖에서는 비치와 니콜라이가 선외우주복(xEMU, eXploration Extravehicular Mobility Unit)에 MMU(manned maneuuering unit, 생명유지장치와 통신장비, 안전장치가 탑재된 기동용 로켓팩)를 매고 유영을 하면서 ‘새턴라이즈’ 모듈을 조립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길이가 20미터나 되는 로봇팔이 국제유닛 모듈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화물칸에는 조립을 기다리는 커다란 모듈이 적재되어 있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한 것은 우주인들의 작업을 돕기 위해 개발된 작업 로봇 ‘툴(Tool)’이 우주인들 옆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툴’은 방향 전환이 가능한 소형 추진장치와 빨판처럼 생긴 발로 새턴라이즈 외벽을 오르내리면서 작업을 도왔다. 우주인들은 조종간 없이 음성으로 ‘툴’을 조종했다.
“툴! 여기 잡아.”
그러자 툴이 날아와서 작은 팔로 니콜라이가 말한 것을 잡는 모습이 보였다.
“신기하군, 말을 다 알아들으니 말이야. 앉아서 이름만 짓는 사람들보다는 낫지.”
비치가 싱긋 웃었다.
“나 때는 말이야, 밖에서 작업할 때 길이가 8.5미터나 되는 ‘테더(tethers. 생명줄)’를 연결해서 밖으로 나갔지. 테더를 통해서 산소와 전력을 공급받았거든.”
“그러면 활동은 어떻게 했습니까?”
“활동은 고압산소 분사 장치가 달린 휴대용 조정장치(HHMU, 우주총)로 했지. 노즐 2개는 앞으로, 1개는 브레이크, 어쩌다가 잘못해서 몸이 빙글빙글 돌기도 했고, 방향을 제대로 못 잡아 애를 먹었지. 그러다가 로켓 팩이 개발되면서 자유로워졌지. 초당 24.4미터 속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말이야.”
“비치! 니콜라이! 작업에 집중해 주게.”
에릭이 말하자 니콜라이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니콜라이! 걱정하지 말게 다 보고 있으니까.”
밖에서 작업하는 우주인들도 헬멧 안쪽에 있는 입체 모니터를 통해서 우주선 안을 볼 수 있었다.
“대장! 음악 하나 틀겠습니다.”
에릭이 스위치를 켜자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1900년대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인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이 1967년에 부른 재즈 ‘What A Wonderful World’였다.
루이의 굵은 목소리가 새턴라이즈 선내에 가득 울렸다.
외계인이 지나가다가 듣고는 ‘정말 멋있어’라고 할 것 같았다.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잔잔한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즈는 정말 좋은 거야.”
그때 니콜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릭! 웬 재즈야, 루이가 살아나셨나?”
“아냐, 일하는데 힘들까 봐 한번 틀어봤어.”
“휴스턴에서 알면 어쩌려고?”
“괜찮아, 휴스턴에서는 들리지 않게 미리 꺼놓았네.”
“오케이.”
이번에는 두 팔로 크게 하트를 그려 보였다.
그 옆에서 비치도 따라서 하트를 그렸다.
“긴장한 것 같더니만 다들 여유가 있군.”
웃음이 나왔다.
작업은 느리게 진행되었다.
툴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작업을 도왔다.
툴의 몸통에 붙은 작은 추진장치 불꽃이 반짝반짝 보였다.
광학측정장치를 이용해서 미세한 간격을 확인하는데도 툴은 문제가 아니었다.
간격을 확인하기 위해 우주인이 날아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툴은 쏜살같이 날아가서 카메라로 상태를 보여주었다.
중력이 없으니 물건을 붙잡고 옮기는데도 꽤 유용했다.
니콜라이가 장난 삼아 스패너를 놓치면서 “툴! 스패너 주워줘”라고 말하면 쏜살같이 날아가서 스패너를 주워서 돌아왔다.
아마 툴이 제대로 AI 기능이 작동되었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바보같이 놓치고 난리야.”
니콜라이가 들었으면 한 주먹에 박살 났을 것이다.
툴이 니콜라이 옆에서 렌치를 잡고 있었다.
‘렌치에 맞을라.’
“대장! 오늘 작업은 어디까지입니까?”
니콜라이가 무전으로 물어왔다.
“국제유닛까지만 설치하고 끝내도록 하지.”
오늘 해야 할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우주인들의 임무는 나사를 조이고 푸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 단위로 상세하게 계획되었다.
언제 무슨 일을 하고, 휴식시간, 점심시간, 운동시간, 그리고 외부활동 EVA 시간까지 초 단위, 분 단위로 계산되었다. 우주인들이 이렇게 시간 관리에 엄격한 것은 시간은 곧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산소, 연료, 피로도 등, 그래서 출발 전에 똑같은 상황을 몇 번이나 연습하였다.
“자! 이제 슬슬 철수하지.”
“옛슬!“
니콜라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때였다.
“꽝-!”
고막을 찢는 듯한 큰 소리가 귀에 울렸다.
“뭐야?”
놀란 것도 잠시, 곧이어 새턴라이즈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거 왜 이래?”
에릭이 조종간을 붙잡았다.
진동은 로켓이 발사대를 떠날 때만큼이나 엄청난 크기였다.
“대장! 이게 뭐죠?”
화면을 보니 비치와 니콜라이가 놀란 얼굴로 모듈을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모르겠네.”
공포가 밀려왔다.
에릭은 조종간을 꼭 붙잡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진동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났을까… 조금씩 진동이 멈추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난생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비치! 니콜라이! 빨리 철수하게.”
비치와 니콜라이가 서둘러 움직이는 게 보였다.
MMU 불꽃이 보이면서 이쪽으로 날아왔다.
옆에서 로봇 툴이 나란히 같이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