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에서 나는 소리가 맞습니다. / 드래곤 플라이
사람들의 시선이 버나드 박사에게로 향했다.
버나드 박사는 사람들이 쳐다보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옛날처럼 그런 원자력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아시죠?
원자력을 사용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냉각장치나 냉각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때 기술로 원자력을 우주선에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캔서 하우루스에는 방사성 원소가 파괴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보조 전력체계(RTG)’를 사용하였습니다. 플루토늄 238 7킬로그램이 탑재되었죠. 당연히 방사성 위험도 있었고 말입니다. 그래서 임무를 마치고 마지막에는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토성 대기권으로 들어가서 불타 없어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제이콥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했다.
“지금은 화성기지도 그렇고 ISS에도 그렇지만 모두 ‘킬로파워(Kilo Power)’라고 하는 20킬로와트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량의 우라늄으로 핵연료봉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시키는 ‘스털링 엔진(stirling engine)’이죠.”
“그런데, 전력이 끊어져서 벌써 수십 년 전에 죽었던 하우루스가 어떻게 되살아났죠?”
제이콥이 묻는 말에 버나드 박사는 머리를 저었다.
“그것은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이콥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미리 감독!”
제이콥이 이번에는 토미리를 쳐다보았다.
“가이아가 확인했다는 ‘이상한 소리’에 대해서 말씀해 보시죠?”
토미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먼저 하우루스가 보내온 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토미리가 신호를 하자 레이먼드가 노트북에 있는 소리 파일을 틀었다.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웅-
노트북에서 나온 소리는 조용한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웅- 웅- 웅- 웅- 웅……
토미리가 눈짓을 하자 소리가 꺼졌다.
“하우루스가 보내온 소리입니다.”
사람들은 토미리 말을 들으면서 놀란 표정이었다.
“하우루스 자체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까요? 뭐 기계 고장이라던지 하는 것 말입니다.”
윙 소장이 말했다.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토미리는 즉답을 피했다.
하우루스가 살아있다는 사실과 하우루스가 보낸 소리라는 게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억측과 추측이 난무할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확인이 우선이었다.
보좌관 제이콥이 말했다.
“새턴라이즈에 도착한 가이아에서 타이탄에 탐사선을 내려보내면 하우루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
“하우루스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소리에 대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우루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초에 계획했던 착륙지점을 변경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타이탄 탐사계획이 수정되는 것입니까?”
헨리가 물었다.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하우루스가 있는 지점에 탐사선을 내려보내기 위해서는 그곳 지형도 확인해야 하고, 면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토미리는 신중한 눈빛이었다.
정말로 하우루스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벌써 수십 년 전에 임무가 끝난 하우루스가 고장이 나서 내는 소리인지 아니면 다른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우루스를 찾으려고 하다가 잘못하면 타이탄 탐사계획이 그르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토미리는 회의를 하는 중에도 가이아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저,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그때 뒤에 앉아있던 레이먼드가 손을 들면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이콥이 누군가 하는 표정으로 레이먼드를 쳐다보았다.
“음향분석실에 근무하고 있는 레이먼드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하우루스에서 보낸 이상한 소리는 행성에서 보낸 소리가 맞습니다.”
그러자 모두 놀란 표정으로 레이먼드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이콥이 묻자 레이먼드는 토미리를 한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토성 궤도를 돌면서 토성을 탐사하던 캔서에는 여러 장비가 실려 있었습니다. 우주 입자를 관측하는 ‘CRS’와 가스 행성 표면을 분석하는 ‘PPS’, 행성의 밀도를 측정하는 ‘PWS’ 등이 실렸는데, 그중에 하나가 ‘PRA(Planetary Radio Astronomy Investigation)’라고 하는 행성에서 방출하는 전파를 탐지하는 장치입니다.”
제이콥이 브루스 윙을 쳐다보았다.
“맞습니다. 캔서에 실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이콥이 물었다.
“이상한 소리를 PRA가 탐지했는데, 이상한 소리를 보낸 발신지가…….”
레이먼드는 쉽게 말을 못 했다.
“말해보시오.”
제이콥이 재촉했다
“타이탄입니다.”
사람들은 레이먼드의 뜻밖의 말에 모두 놀랬다.
‘이상한 소리’의 발신지가 타이탄이라니?
토미리가 놀란 눈으로 레이먼드를 쳐다보았다.
“회의에 들어오기 전에 확인한 것이라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레이먼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소리’의 발신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타이탄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하우루스가 가이아로 보냈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
제이콥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혹시 그 소리가 ‘더스트 데빌(dust devil)’이 아닌지 모르겠네?”
그렇게 말한 사람은 버나드 박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버나드 박사에게로 향했다.
“화성을 탐사했던 퍼시비언스 로버가 모래언덕에서 부는 바람 소리, ‘먼지 악마(dust devil)’를 포착한 적이 있는데 타이탄에서 나는 소리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버나드 박사는 테이블 앞으로 의자를 당겼다.
“태양계 내에서 모래폭풍이 일어나는 곳은 지구와 화성, 그리고 타이탄입니다. 타이탄에도 메탄이기는 하지만 구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도 내리고 호수도 있고 모래언덕도 있습니다. 토성을 탐사할 때 캔서가 보냈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타이탄 적도 부근에서 먼지 폭풍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증거는 모래언덕의 형태가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 들은 ‘이상한 소리’도 모래폭풍이나 모래 먼지 소리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너무 이상한 소리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소리는 늘 있었습니다. 이상한 소리 하나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면서 모일 필요가 있습니까? 아무리 타이탄에서 나는 소리라도 말입니다.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윙 소장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필요 없는 소리’로 바뀌는 분위기였다.
회의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제이콥은 머리를 의자 뒤로 젖히고는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냥 단순한 소리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에드워즈가 입을 열었다.
“소리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람의 세기를 통해서 대기 밀도를 측정할 수 있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수분이라던지, 기타 대기 속에서 여러 가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다 아는 내용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토성 옆에 가 있는 가이아에서 탐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소리’는 앞으로 ‘ASST(a strange sound of Titan)’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는 가이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토미리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머릿속에 가이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로봇 팔을 뻗어서 임무 중인 가이아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