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이 형은 어릴 적에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을 짚고 다녔습니다.
햇볕 잘 드는 양지 한 귀퉁이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었다. 겨울 날씨 치고는 퍽이나 포근한 날씨였다. 어제까지 윙 윙 거리며 불던 겨울바람이 그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집 밖으로 나와 모였다. 따뜻한 햇볕이 아이들 등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일찍 나온 아이들은 벌써 여기저기 모여서 구슬치기를 하면서 벌써부터 소리가 요란했다.
한쪽 눈을 살포시 감고 조준을 해서 구슬을 던지자 이내 ‘딱!-’하는 소리와 함께 뭉쳐져 있던 구슬들이 삼각형 밖으로 우르르 흩어졌다. 그러자 맞힌 아이의 입에서 미소가 번졌다. 아이들은 그 놀이를 ‘삼각구’라고 했다. 삼각형 안에 구슬을 모아 놓고 멀리 떨어져서 구슬을 던져 맞혀서 삼각형 밖으로 나오는 것을 따 먹는 놀이였다.
아이들은 흙먼지와 깨끗이 씻지 않은 탓에 손이 텄다. 마치 어른들 손가락 마냥 손은 굵었고, 때는 정체를 숨긴 채 굳은살처럼 보였다. 저렇게 하루 온종일 놀고서 또 집에 들어가면 또 그다음 날도 여전히 그 옷에 그 모양으로 아이들은 나타났다.
그렇게 놀고 있는 아이들 중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준이 형’이다.
남준이 형은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을 짚고 다녔다. 나이는 동네 아이들보다 두서너 살 더 많았는데, 같은 또래 형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아마도 형들이 산으로 시내로 돌아다녔기 때문에 소아마비 걸린 다리로는 같이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이가 한참 어린 동네 동생들과 어울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참 그렇게 놀던 아이들 사이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선 밖으로 나왔잖아.”
“어째 그게 선 밖으로 나온 거야?”
“옆에서 보면 다 보이는데 뭘.”
“아니다니깐?”
“맞잖아?”
구슬치기를 하던 중에 남준이 형보다 나이가 적은 창수가 남준이 형에게 대들었다.
아이들은 남준이 형에게 그렇게 크게 높임말을 쓰지 않았다. 어떻게 들으면 높임말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친구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남준이 형은 목발 팽개쳐 두고 두 팔로 땅을 짚고 힘없는 다리를 질질 끌며 구슬치기를 했다. 옷은 늘 흙먼지 투성이었다. 손에도 뿌옇게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아이들은 가끔 남준이 형은 놀렸다. 남준이 형은 그런 아이들을 잡으러 가다가 목발을 헛짚어 넘어지기도 하였고, 목발을 들고 공중에 대고 다음에 잡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창수가 화가 났는지 가져가라는 듯이 구슬을 멀리 세차게 던져버렸다. 구슬은 남준이 형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져 또로록 굴렀다.
“야!”
“왜요?”
“니, 지금 날 놀린 거지?”
“놀리긴 뭘 놀려요.”
창수는 조금 전 행동을 감추려는 듯 애써 태연 한척했다.
“빨리 주워와.”
“줬잔아요.”
“저게 어떻게 준거야? 던진 거지.”
“…….”
남준이 형과 창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창수가 도망치듯이 뒤돌아서서 뛰었다.
“야! 어디가. 빨리 안 주워와?”
남준이 형은 앉은 채로 손으로 땅을 짚으며 창수를 잡으러 갔다.
그렇지만 뛰어가는 창수를 잡을 수 없었다.
남준이 형은 주머니에서 구슬을 한주먹 꺼내어서 도망가는 창수 뒤를 향해서 세차게 던졌다.
그러나 구슬은 창수를 맞추지 못하고 후드득 창수 뒤에서 여기저기 떨어지고 말았다.
형은 도망가는 창수를 향해 악다구니를 쓰면서 고함을 질렀다. 목에 핏줄이 섰다. 얼굴은 물론이고 손과 다리에 흙먼지가 가득했다. 소아마비 걸린 형의 다리는 바지 아래에서 형이 움직이는 대로 힘없이 끌려다녔다.
“너그들도 내 놀리제?”
형이 갑자기 아이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형은 아이들이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속으로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아마비만 아니었으면 벌써 창수를 따라가서 흠씬 패 주었을 것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목발 한 짝이 마치 형의 다리 하나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더 이상 구슬치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소리 없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서자 으스스 찬 기운이 느껴졌다. 산에서 바람이 불었다.
“대영아!”
“…….”
“자, 이거 니(너)해라.”
형은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불러서 주머니에서 구슬을 한가득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집에 많다. 이거 다 니해라.”
아이들이 모두 다 가버렸지만 나만 남아서 형 옆에 있어줘서일까, 형은 그런 내가 고마웠던 모양이다.
형은 앉은 채로 다리를 끌며 목발을 집으러 갔다. 나는 얼른 목발 있는 곳으로 가서 목발을 집어 건네주었다. 형이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남준이 형은 옷을 툭툭 털어 먼지를 틀어 내고 목발을 짚고 집으로 향했다.
형은 느린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절뚝거리며 집으로 갔다.
“대영아! 고맙다.”
형이 뒤돌아서서 말했다. 형의 흙먼지 묻은 얼굴에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목발을 짚고 할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바지 아래에서 형의 한쪽 다리가 덜렁거리며 형을 따라갔다. 형은 절대 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형을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형은 이를 악물고 싸웠다.
나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우연히 시장에서 좌판 위에 실이며, 고무줄이며, 방충체며 이것저것을 올려놓고 다리를 끌면서 장사하는 형을 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형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형!….’
나는 형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