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쁘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산다. 말 못 할 사연들. 시간을 거슬러 올가면 거기 내가 있다. 우두커니 서 있는 그때 나. 돌아서서 쳐다보며 웃는다. "나를 만나러 왔구나." 그 말에 다시 가슴이 찡하다. 콧등이 시큰거린다. 사진에서 본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그때는 이런 말씨였구나. 꾸미지 않아도 예쁜 내 모습에 소리 없이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른이 되기 전 내 모습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얗게 웃는 모습에 다시 가슴에 눈물이 맺혔다.
"울지 마,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가는 거야." 내 생각을 아는 듯했다. "보고 싶었다."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힘들구나?" 그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난, 너를 늘 보고 있었단다." 그랬구나, 그래서 보고 싶었던 거였다. 꿈에도 나타나고, 생각 속에서도 보이고, 잘 보여주고 싶었는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잘하려고 했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 쓰윽 하늘을 헤치자 어릴 적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아이들과 소풍 가는 모습, 친구들과 수영하는 모습, 여고시절 세일러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모습, 그리고 지금 내 모습이 나타났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사는구나.'
다시 왔으면 하는 시간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약해진다. 즐겨 입었던 빨간색 반코트. 검은색 구두는 나를 단아하게 만들어줬다. 눈을 떴을 때 나는 그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나는 내가 봐도 여전히 미소가 예뻤다. 웃으면 살짝 드러나는 치아. 사람들은 그게 매력이라고 했다. 눈으로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 말에 또 웃으면 정말 궁금해했다. 나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우산을 찾지만, 그래도 바람 부는 날이 좋다. 이때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어려지는 것 같다.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