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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라고 들었다

언니라는 말도 있는데.

by 이대영

언제부턴가 들었던 말이다. 그냥 세월이 흐른 줄만 알았는데, 말이 달랐다. 시간이 주는 선물인가? 그런 생각에 나를 돌아보았다. 나이가 듦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들. 이름 따라 기분도 달랐다. 다른 것은 기분만이 아니었다. 보는 눈도 달랐다. 내가 해야 된다는 책임 있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들. 언제부터인가 혼자라는 생각들. 생활이라는 단어가 찾아오고, 삶이라는 단어, 인생이라는 말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 소매를 끄집어 당기고, 내 발목을 잡았다. 때로는 나를 넘어 뜨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멀리하고 싶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물으니 "그냥 되는대로 살아"라는 말이 들려왔다.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것인가. 그것은 아닌데, 어떻게 마구 그렇게 살 수 있어? 그건 아니지. 그런데 다시 말이 들린다. "우리 나이 때는 그렇게 사는 거야, 인생 뭐 있어?" 그러면서 별시럽 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무렇게가 아니라, 아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듯이 살고 있다. 아무렇게나 살면 큰일 날 일이다. 속에서 말이 들렸다. '망한 놈의 여편네, 누구 인생 망치려고.' 그 말 들었다가는 큰일 날뻔하였다.


그래, 부인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보이는 티가 나겠지. 눈가에 주름살 지운다고 매일밤마다 문지르지만 자고 나면 여전한 실 주름살.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주름살 지우는 성형을 하겠지. 그래도 아직은 아니니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염치없는 짓을 하지는 않잖아. 줄이 밀린다고 새치기도 하지 않고, 백화점 세일한다고 하면 '오픈 런'도 하지 않고, 내가 하는 것은 시장 가서 값을 약간 깎는 것 밖에, 그것도 어떤 때는 하지 못한다. 마음이 약해서, 나는 늘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아줌마! 여기 손수건 떨어졌어요." 여학생 둘이 웃으며 하얀 손수건을 들고 흔들었다. "얘들아! 언니라고 불러주면 안 되겠니."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말하는 나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아줌마였다. 아이들 눈을 속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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