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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May 26. 2024

가족, 개인의 삶, 다양성 존중... 기업 문화의 진수

어쩌다 이직, 외국계 A to Z

필자가 지난 3년간 경험한 회사는 4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만큼 좋은 기업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건강한 기업를 경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몇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좋은 복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에 회사가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말하려는 것이다. 


1. 가족(사람) 중심의 회사

필자가 느낀 경험에 따르면 미국 회사이다보니 문화 정서상 굉장히 가족을 중심에 둔다. 가족은 나 자신을 포함하여 배우자, 자녀, 부모 등 가족에 관련된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어떤 업무나 비즈니스 상황 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배려해 준다. 


2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필자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폐색전증 진단을 받고 2주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당시 매니저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서 매일 나의 안부를 물었다.


"오늘 상태는 어때? 컨디션은 좀 나아졌어?" 라며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받고 있는 나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았다. 


입원 직후 해당 사실을 알렸을 때는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일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하지마, 회복에 필요한만큼 시간을 쓰렴. 우리팀 모두가 너의 빈자리를 커버하고 있을게. 회복에만 집중해"


병상에 누워 이 메세지를 보며 울컥했다. 나라마다 1-2명 밖에 없는 포지션이기도 하고 (달리 말해 사실 백업이 없다) 수많은 미팅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아태 전역을 챙겨야 하는 바쁜 내 매니저는 그 와중에도 내가 일에 대해 걱정할까봐 나를 이메일 CC(참조)에서도 제외하고 한국에서 내가 파트너로 일하는 에이전시와 직접 소통하면서 2주간 나의 빈자리를 대신 커버해 주었다. 


코로나에 온 가족이 걸려서 고생할 때는 "How is the family?"라고 늘 물어보면서 나 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안위에 신경을 써주었다. 인사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의미있는 인사였고 즉 회사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매니저를 통해 간적접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2주간 입원 치료 이후 잘 회복하여 업무로 복귀할 수 있었고, 이렇게 가족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나에 대한 배려 덕분에 더 많은 애사심을 가지고 맡겨진 업무에서 더 많은 성과를 냈던 기억이 난다. 


2. 개인의 삶 존중

당연한 말이겠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준다. 

이는 직원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둔다고 생각되는데 현재도 코로나와 관계 없이 일상으로 모두가 복귀한 시점에 재택과 오피스 출근을 자유롭게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상황에서 언제 출근했는지 언제 퇴근하는지 지금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 조차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정말이다. 


휴가를 가는 것에는 별다른 사유가 필요 없다. 코로나 기간 중에 변경된 인사 시스템 상에서는 심지어 휴가를 승인 받는 과정이나 절차도 사라졌다. 그냥 시스템 상에 잔여 휴가를 직접 확인한 다음 캘린더 상에 등록하면 그걸로 끝이다. 물론, 매니저에게 예의상 언제부터 언제까지 휴가를 쓰려고 한다는 정도는 언지해 두는게 좋다. 왜 휴가를 가야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만큼 개인의 삶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준다. 


필자의 커리어 중 이 회사에서 휴가를 정말 휴가답게 보냈던 것 같다. 아웃룩 이메일 계정에서 자동 회신 메일을 설정하면 사내에서 쓰는 업무용 메신저와 연동하여 부재중 기간을 설정한 만큼 메신저 상에서도 비행기 마크가 떠있는데 이 사람은 현재 부재중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핸드폰으로 연락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만약이라도 휴가 중에 연락하게 되는 상황이면 상대방은 정말 미안함을 가지고 정중히 부탁을 한다. 특히, 여기선 연차 휴가를 PTO(Paid Time Off)라고 하는데 한글로는 유급 휴가와 같은 개념이다. 


이 휴가 기간에 대해서 정말 존중해 주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정말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기본 관례로 자리잡혀 있다. 이 회사에 온 이후로는 더 이상 휴가 기간 때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노트북을 챙기지 않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웃프지만 이전에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휴가가 대다수였던 것 같다. 


3. 다양성 존중

Diversity, 말 그대로 다양성인데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은 매우 달랐다. 

필자의 소속은 아태 지역 커뮤니케이션팀으로 한국과 가까운 일본, 중국부터 싱가폴, 아세안, 인도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까지 아시아 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일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태와 함께 피어 그룹으로 유럽/중동, 그리고 본사까지 확대해 보면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 남미까지 말그대로 전 세계에 동료가 있다.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기에 그 자체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서로 떨어져 일하고 있어 자주 만날 순 없어도 자사가 보유한 웹엑스라는 멋진 협업툴 덕분에 분기 혹은 반기마다 전체 타운홀 미팅을 하기도 하면서 경험하기도 하고, 2년 전엔 처음으로 전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직원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모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한국인은 오로지 나 뿐이었지만 소외감이라던가 불편함을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한국을 대표한다는 느낌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즐거운 교류를 나눈 기억이 있다. 막상 한국에만 있다가 전 세계에서 모인 동료들을 만나보니 정말 다양한 생각과 문화 속에서 배우는 점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내가 자라온 문화 그리고 상대방이 자라온 문화 그리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며, 오히려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져서 더 나은 방향으로 비즈니스가 펼쳐지기도 한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건,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존중 받는 곳에서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더 나은 업무 성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다보니 여러가지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아시아인들이 모임이라던가 라틴계 사람들의 모임, 여성 직원들의 모임, 특정 봉사활동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 등 종류도 많고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필자의 회사 비전이 Inclusive Future for All인데 번역하면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미래 실현'으로 이미 회사의 뿌리 깊숙히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다양함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 되도록 이를 명문화 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한 기업 문화의 진수를 3년간 경험하며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이 곳에서 겪게 될지 기대해 본다. 


다른거지 틀린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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