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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May 05. 2024

외국인 매니저가 면접을 보겠다고 한다

어쩌다 이직, 외국계 A to Z

"안녕하세요

DK님 이력서 보고 실제 면접을 진행하기 전에 잠시 통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시스코의 채용 담당자(리쿠르터)와의 통화는 그렇게 시작 됐다.


링크드인을 통해 시스코 채용 페이지로 연결이 되어 접수했던 내 이력서를 봤고, 이를 토대로 몇가지 확인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이 통화 자체가 면접 프로세스의 일부인지 궁금했으나 그건 아니었다.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이력서의 경력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통화를 마쳤다.


"DK님 이력서를 매니저에게 보내서 매니저가 면접을 보겠다고 하면 다시 연락 드릴께요"


우선 리크루터는 나와의 통화를 통해 면접 대상자로 올려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고, 리크루터에게 연락이 왔다.


"DK님, 매니저가 면접을 진행하자고 합니다.

 

곧 시스코에서 메일이 갈테니 가능한 일정을 보고 회신해 주면 앞으로 면접 절차가 시작될 겁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인과 영어 면접을 보게 됐다.

우선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해야했기에 직업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최근 1년간 주요 매체를 통해 보도된 기사를 섭렵했다.


특히 도움이 되었던 기사는 회사의 매출과 포트폴리오, 전략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증권부 기자의 시각으로 작성된 기사였다. 덕분에 회사의 방향성과 현재 미래를 한눈에 알 수 있었고 실제 면접에서 큰 덕택을 봤다.


그리고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은 아무래도 영어였다. 한번도 영어 면접을 본적이 없었기에 가장 걱정이 되는 영역이라 고심 끝에 지인에게 영어 모의 면접관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지인은 필자의 이력서를 토대로 예상 질문을 정리하여 나의 예비 면접관이 되어 주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면접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들을 가감없이 던졌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다.


드디어 면접일,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때라 모든 면접은 비대면 화상으로 진행했고 시스코의 협업 솔루션 ‘웹엑스’를 통해 집에서 직속 상사와의 1차 면접을 진행했다.


대략 30-40분 내외로 면접이 진행되었는데 미리 지인과 했던 모의 면접이 큰 도움이 됐다. 


예상했던 질문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내 이력서를 보고 이전 직장에서 홍보 담당자로서 어떻게 미디어(기자) 관계를 구축했냐는 부분이었다. 


당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홍보 대행사 없이 1인 홍보담당자로서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미디어 리스트를 콜드 메일을 보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구축했던터라 이 부분에서 솔직히 답변했고 크게 공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돌아보면 이 질문을 통해 내가 어떻게 기자들과 관계를 맺고 홍보 업무에 임하는지 태도나 업무 방식에 대해서 간파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긴장했던 매니저와의 인생 첫 영어 면접이 끝났고,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필자의 채용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직속 상사와의 면접을 통과하게 됐고, 이후로 총 3번의 면접을 더 진행했는데 정리해 보면 전체 면접 과정은 아래와 같이 진행 됐다.


ㅇ 폰스크리닝 (리쿠르터)

ㅇ 1차 면접 (직속 매니저 : 영어 면접)

ㅇ 2차 면접 (한국 임원)

ㅇ 3차 면접 (한국 임원)

ㅇ 4차 면접 (본사 임원 : 영어 면접)


모든 외국계가 동일한 절차와 순서, 횟수로 면접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지인들의 경험을 들어볼 때 최소 3-4회 이상의 면접은 필수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직속 매니저가 한국에 있는지 혹은 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면접관의 국적도 달라지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채용 담당자와의 전화 통화를 제외하고 4번의 면접을 본 것이다. 


필자는 직속 상사가 싱가폴에 거주하고 있었고, 내 역할이 아태 지역 내 한국 홍보 담당자였기 때문에 소속 자체가 한국이 아니라 아태 커뮤니케이션팀 소속이었고, 이러한 조직 구조 때문에 최종 면접은 내 직속 상사의 상사인 시스코 본사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VP와 진행했다. (*이 분은 현재 SVP로 승진하여 본사 CCO : Chief Communications Officer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VP와 최종 면접을 보던 날이 필자의 생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자연스러운 면접 분위기를 만들수 있을까 싶어 아이스 브레이킹 차원에서 서두에 TMI이지만 "사실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라고 밝혔는데 면접관인 VP는 깜짝 놀라했고 덕분에 면접 중 생일 축하를 받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몇일 뒤, 

담당 리쿠르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생일 선물을 받으셨네요. 최종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믿기 힘들었지만, 결국 최종 합격하게 된 것이다. 

링크드인 키워드 알람을 보고 무작정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했던 그 도전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이후 빠른 속도로 연봉 협상이 마무리 되고, 최종 오퍼레터를 받았다. 속전속결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이메일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되었고, 오퍼 레터에 서명 후 모든 것이 마무리 됐다. 남은 건 재직하는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고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외국계 IT 회사의 본격적인 커리어 여정이 시작됐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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