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과 바람, 악질 유책과의 소송일지 (18)
상간녀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특이한 게 있었다. (아직) 내 남편 친구 와이프와 1:1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대화 내용을 내 남편한테 받아서 자신의 명예훼손 자료로 제출했다. 남편 친구의 아내니까 결혼식도 갔었고, 2번인가 3번 만난 적이 있다. 부부 동반 모임. 우리 집에 와서 잠을 자고 가기도 하고 서로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후에도 서로 SNS로 이야기도 주고 받으면서 관계를 유지했고, 그쪽보다는 나랑 지인이지. 근데, 이 대화를 받아서 제출했어? 이정도로 멍청하다고?
아내가 되고 싶은 건가. 새로운 본처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게 왜? 그 대화는 6월에 나눈 대화다. 지금은 10월이다. 희한하네. 그러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걸, 6월에 했어야지. 시점이 안 맞잖아. 어쨌든 이 자료를 친히, 법적으로 내 남편인 인간한테 전해 받은 것도 이상하다. 이걸 굳이 상간녀한테 보내서 고민 상담을 할 정도면 엄청 친밀하다는 거고 둘이 연락을 계속 주고받고 있었으며, 아직도 주고받고 있다는 걸 광고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경찰관분께 질문을 드렸다. 아니, 제가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이걸.. 자료로 제출했다구요?
상상 이상의 무식함에 치가 떨린다. 와. 시바, 이게 뭐야. 뭐하자는 거야, 가만히라도 있지. 둘이 연애하고 있다고 광고해? 변호사 왜 고용했어? 너네 왜 그러고 다니니. 그쪽 변호사는 자료들을 필터 없이 제출하고 있는데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이전 브런치에 달린 구독자분의 댓글 중에 상간녀가 멍청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신 말씀이 위안이 됐다. 그래요, 맞아요.. 근데 이런 무식하고 뭣도 아닌 것들 사이에서 고귀한 내가, 있어야 하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새끼랑 이만큼만 살고 끝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요. 경찰조사를 끝나고 나서, 상간녀를 셀프로 고소하려고 고소장을 받으러 민원실에 갔는데 나를 엄청 반가워하는 경찰관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라며 막 너무 반가워하면서 두유 줄까? 두유 먹고 가라고 빨대를 꽂아 줬다. 여긴 왜 왔어? "응, 나 상간녀 고소할려고" ..."어?" 잠깐만. 친구는 버퍼링이 좀 있었다. 그러니까, 어. 니가. 여기. 고소를 당해? 아니 고소를 해? 상간녀. 그러니까 니가 남편이 있는데, 손이 막 왔다, 갔다. 혼란해 보였다. 그리고 혼자 몇 바퀴 맴맴.
충격적이지? 응. 너는 경찰이 됐네. 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고, 그러다가 야, 내가 뭐 보여줄까? 히히 거리며 조사관님께 보여드리려고 챙겨간, 내가 맞았던, 누가봐도 가정폭력을 당한 여자의 사진을 꺼내서 보여줬다. 친구는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야.. 이런 일까지 당하고.. 진짜 고생 많이 했네. 니가 옛날에도 긍정적이긴 했지만.. 되게 밝은 에너지를 가진 아이기는 했지만, 니가 지금 웃고 있는 게 진짜 대단하다. 하길래 고마워, 근데 뭐 울 순 없잖아. 웃어야지. 그랬다.
야. 니.. 니는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니잖아. 야, 니 똑똑했잖아. 니 진짜 공부 안 했는데 공부도 잘 했잖아. 왜 이러고 살았어? 질문하길래, 나는 말했다. 아 그 말 요즘 진짜 많이 듣고 있어. 근데 나 그 사람 좋아했어. 내가 좋아해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많이 참고 그냥 다 보듬고 살았어. 근데 결과가 이렇네. 그래서 뒤집고 있어. 탈세 신고 갈기고. 킥킥. 하니, 친구는 웃었다. 그래, 지금은 니가 그렇게라도 풀어야겠지만 나중에는 꼭 예쁜 것만 보고 예쁜 것만 그리고 예쁜 것만 눈에 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주었다.
고마웠다.
오늘 나는 말을 잘 하고 왔고 조사는 2시간이나 되었다. 나는 판사님이 다 보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충분히 입장 표명을 했고, 앞서 상간녀와 내가 전화통화를 했던 녹음파일을 경찰관분들 앞에서 틀었다. 응, 그 괘씸한 년이 딴 말 할 수 있기 때문에 녹음했었거든. 녹음파일에서 상간녀는 불륜을 저지른 주제에 나를 "조롱"하고 있었고, 그걸 들은 조사관이 아닌 다른 경찰분은 너무 기가 찼는지 깊은 빡침의 추임새가 절로 나오셨다. 누구나 감정이입이 될 법한, 한 마음 한 뜻으로 열받을만한 그 녹음 파일.
변호사님은 명예훼손 고용을 거절하시면서 내게 말씀해주셨다. 가서 말하세요, 남편이랑 바람난 거 알아서 화가 나 죽겠는데 상간녀한테 전화해서 좋은 말 하게 생겼냐고. 그래, 그렇지. 그래서 난 조사관님께 이야기했다. 뭐, 상간녀한테 전화해서,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럴까요? 조사관님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해주셨다. "그렇..지는 않죠" 이어 말했다. 네. 그러면, 이 화를 누구한테 낼까요? 저는 상간녀한테 화가 났고, 그 사람이 제가 화 날 행동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정확하게 화를 내야 할 사람한테 화를 낸 거예요. 그게. 잘못됐어요?
불안감을 조성한 것이냐고 묻기에 대답했다. 어.. 상간녀가 불안하대요? 불안이요? 왜 불안하죠?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는데, 나의 마음에 타격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무시하면 되는 거잖아요. 불안하고 상처받고 이런 거는 스스로가 그러겠다고 동의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근데 제가 그 사람한테, 불안하라고 했어요? 불안에 떨라고 했어요? 자기가 불안한 거잖아요. 나는 불안하라고 한 적 없어요. 본인이 지은 죄가 있으니까 불안한 거지. 애초에 본인이 불륜을 안 저질렀으면 되는 거잖아요.
"조사관님. 명예훼손을 당한 건 저예요.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고, 애들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행사했고. 그런 주제에 쌍방 폭행으로 몰고가고, 그 와중에 절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잖아요. 같이 운영하던 직장인데 축출당하고 돈도 못 벌게 상황을 만들어 놨다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그업장에서 돈 벌어서 상간녀한테 쓰고 있어요. 지금요. 저 만큼 명예가 훼손된 사람이 있어요? 지금 누가 누구보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거예요? 명예훼손을 당한 건 저예요. 상간녀가 아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