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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Oct 25. 2024

건강(?)하게 재판 이혼하는 법








재판 이혼.



협의도 조정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재판 이혼. 사실 피고의 유책이 너무 확실하기에 이 방법은 시간과 절차가 많이 소요될 뿐, 심플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은 나의 과정들을 보면서 재판 이혼은 할게 못 되고 정말이지 피말리는 일인데 어떻게 해내고 있느냐, 과정 하나하나 지나갈 때 마다 참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협의나 조정이혼도 마찬가지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기도 하지만 피를 말리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빨리 끝내기 위해, 그리고 조정위원들의 성과를 위해 내가 원하는 사항들을 어마어마하게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재판 이혼보다 빨리 끝날 뿐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협의나 조정 안 하지, 할 이유가 없는데. 기껏 고생해놓고 이불 킥 하긴 싫거든.














대단하지 않다.

단순하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 내가 협의나 조정으로 권리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2. 시간의 힘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3. 견딜 경제력과 멘탈도 준비되어 있다.


= 사회적인 판결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건강하게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 몇가지 있다. 무언가 날라올 때 빡침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 잘 해소할 곳이 없으면 안된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쌓아두고 결혼 생활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쎄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이 입을 틀어 막아줄 공감자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힘이 된다. 쉽지 않은 과정을 공유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개인의 인성"이 문제이지 "모든 사람"이 나쁜 게 아니구나 깨닫고 있다.


여러가지 판단들에 도움을 보태고 공감하며 격려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건, 참으로 우울한 일일 테다. 진심어린 지지자는 많을 수록 좋다. 늘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기보다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다양한 시야로 사건을 분석할 수 있고, 그 분들의 과한 감정이입 스트레스가 줄기에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고민은 약점이 아니다.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그러지 않고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병이 된다. 병이 되면 안 되니까.


거지 같은 상황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식을 한 후에, 해결 할 수 있다. 인식조차 못하거나 알고도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를 지지해 줄 좋은 지인들과 함께, 반드시 관련 전문가도 필요하다. 외도전문상담사, 심리상담사, 때에 따라서는 정신과에 방문하는 것. 몸에 지독한 병균이 들어오면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하는 것 처럼. 이 정도의 사건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 엠비티아이는 ENTJ인데, 엔티제들은 도움을 받으면 죽는 줄 안다고 한다. 정말 자립적이다. 맞다. 왠만하면 아닌 척 하지만 그냥 혼자서 다 하고 있다. 그랬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괜찮은 척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내 틀을 굉장히 많이 깨부쉈고, 도움을 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아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들 속으로 계속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남편의 바람, 경제적 학대, 거기에 양육권까지.. 이것은 분명 힘든 일이 맞다.


건강하게 재판 이혼을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을 찾고 지인들과 자주 통화하며 삶에서 소소한 즐거움들을 느끼려 계속 노력하자. 나의 소송은 끝나지 않았고 내년 봄이나 되어야 마침표가 찍어질 것이다. 길다. 그 시간을 소송만 하며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그러니까 강렬히 맞서되, 그것과 별도인 지금의 내 시간과 아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소송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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