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혜송 Oct 04. 2024

정직한 사람만, 벌을 쫓아 다니며 받는다.

가정폭력과 바람, 악질 유책과의 소송일지 (16)














와.. 단단히 미쳤구나.







증인석에서 그가 진술하는 것을 듣고 있는 내 심경이었다. 그는 증언하기 전에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가 어쩌고" 라는 선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음, 대단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 그러고 지인이 해 준 말을 떠올렸다. '아유.. 참 그렇다. 아직도 기대라는 걸 해? 뭘 기대해, 샘. < 아직도 사람이라는 > 기대까지 할 정도로 너무 높게 쳐 준다 샘이, 그 사람.' 그렇지. 그랬지. 그런 말을 들었지. 그래, 뭘 기대 하냐.



검사님의 질문도 날카로웠다. 사실 검사는 그의 편이어야 할 텐데, 날카로왔다.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심정은 그 작자를 빼고 같았을 것이다. 그는 결백을 증명하며 화이트 셔츠를 어디선가 줏어 입고 왔다. 깨끗해 보이거나 다림질이 되어 있지도 않은 그런 싸구려 화이트 셔츠. 검사님도, 판사님도, 변호사님도, 나도 검은 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자신만 결백을 주장해야 하니 옷부터 결백을 나타내는 흰 색으로 입고 온 게 웃겼다. 징하네 진짜, 작정하고 왔구나.








쟤는 뭘 지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더 이상 그 작자랑 살면서 다방면으로 나에게만, 교묘하게, 때로는 몰아서 접신한 사람처럼 드러내는 그의 폭력성을 받아주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지 않다. 아이들 앞에서 나를 결박하고 누가 봐도 가정폭력 당한 사람이라고 볼 만한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이 폭력이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하는데. 흠. 그의 엄마는 그러지 못해 시부의 폭력성이 그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고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니까.


나는 아이들과 나를 지켜야 하는 거지. 소송으로. 근데 쟤는 대체 뭘 지키는 걸까. 뭘 지키기 위해서, 팩트 : <가만히 서 있던 나에게 성큼 다가와 내 얼굴을 똑바로 보고 서서, 거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뺨을 짝/짝/짝 세 차례 때린 주제에, 내가 바로 정수리를 잡아 아래로 누르고 그의 몸을 ㄱ자로 만들어 더 이상 나를 때리지 못하게 만들고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짚고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주먹으로 내 상체 뼈를 끔찍할 정도의 세기로 강하게 수 차례 마구 때리면서 "놔라, 놔라" 소리를 지르다가, 내 손목을 잡고 나를 바닥에 넘어트린 다음 자기 무릎으로 내 양 허벅지를 결박한 다음 내 겨드랑이를 잡아 내 상체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 다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의 주먹으로 내 얼굴을, 뇌가 터지도록, 마룻 바닥에 있는 내 얼굴에 주먹을 어마어마하게 힘껏 갈겨서 뒷통수도 뺨도 얼굴이 터지도록 때려 놓고>







아니요 아니요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아내가 진정하라고 얼굴에 손을 잠시 갖다 댔는데
저 사람이 제 머리채를 양 손으로 잡고 마구 휘두르면서
제 복부와 가슴을 마구 발로 차서 가격해서 20분 넘게 
아내한테 두드려 맞고만 있었습니다.

손목 잡은 적 손 잡은 적도 없고,
저는 맞기 싫어서 그냥 밀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넘어졌고, 제가 저항을 피하기 위해서
손이 잘못 나갔는데 그게 실수로 얼굴에 맞아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와, c발..

사건의 재구성 

존나 잘 하네.



미친놈이 팩트 말고 상상만 믿는 거 아니야?

그게 아니면 저렇게 접신한 것 처럼

거짓말을 어떻게 저리 잘 하지?







검사님은 물었다. 사건이 4월 14일에 일어났는데, 

왜 피고의 진단서는 4월 17일일 날짜로 발급되었냐고.

아프면 왜 그 날 응급실 가지 않았냐고. 난 응급실 갔거든.

답변. "병원을 알아보고 갔습니다"    ->    (원하는 진단서를 떼 줄?)



변호사님은 물었다. 원고와 피고가 키가 10센치 넘게 차이나는데

서서, 머리채를 잡은 채로 마구 흔들었다면서, 발로 가슴을 어떻게 맞을 수가 있나요?

답변. "네 맞았습니다. 아무튼지간에 저는 계속 맞고만 있었습니다"

개새끼가... 맞은 건 나야.








진술이 자꾸 바뀐다. 기가 찬다. 변호사님은 이야기하셨다. 경찰에 가서 <머리를 잡았다> 라고 진술한 순간, 유죄에요. 폭행이에요. 그러니까 이해하자면 머리를 잡았던 적도 없고, 나도 쟤처럼 접신한 듯이 맞고만 있었다, 혹은 뒤로 물러서기만 했는데 다가와서 붙잡고 나를 두드려 팼다고 거짓말을 했어야 한다는 거다. 법이 뭐 이런가.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의 인정 폭이 매우 좁다. 아, 나는 정직하게 진술했다가 벌을 받는다. 저 새끼는 거짓말을 해서 면죄부를 받았고.


피고,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하세요. 판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반성하는 의미에서 벌금 냈는데 뭐 저렇게 재판까지 하는 지 모르겠다" 라고 말했다. 아오, 진짜, 대가리에 똥만 든 X끼. 벌금 내면 끝이구나? 면죄부 받았구나? 그래서 옛날에 면죄부가 그렇게 잘 팔렸구나. 참 내. 그짓말 하면서 죄 짓고 있는 생각은 절대 못하는 구나. 아, 쟤는. 자기를 지키는 구나. 왜냐면 사실이 드러나면 자기가 도대체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을 테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자기를 지키는 구나.













이해했다.

응. 앞으로도 그는 나를 때린 적이 없을 것이고

내가 일방적으로 자기를 폭행했기 때문에 

아내의 문제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된 거라 이해할 거다.


자신의 무단 가출, 아동방임과 학대 

가장의 책임을 지지 않고 가족구성원을 경제적 학대한 것

그리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그렇게 폭행한 것은 없던 일이 될 거다.















그래, 지워라 기억에서.

꾸며 내라, 머릿속에서.

진실은 나와 아이들이 기억할 테니



계속 도망만 가는 

비겁한 인간으로 

그렇게 외롭게 살아라.



























이전 18화 상간녀의 답변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