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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Oct 29. 2024

이어지는 이야기

소송일지 일단락.






이 브런치북은 30화까지 미리 글을 작성해 두었고, 총 3번의 면접교섭을 진행하며 아동학대 고소가 가능했을 정도로 화제는 끊이지 않는다. 아들내미를 그렇게 갖다 붙이며 제발 며느리 해 달라 내가 예뻐 죽겠다던 시모는 우습게도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나는 쓸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시모의 애 셋 딸린 유부남 상간남 생일파티 사진과 그의 인적사항, 전화번호, 시모의 추잡한 불륜 상세 사항을 정리해 친히 경찰 조사관님의 요청으로 폴더를 만들어 보내드려야 했던 웃픈 사실도 있다. 그러나, 일단은 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림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글로 쓰지 않으면 도저히 풀 수 없을 정도인 상황을 넘어 이혼 소송과 상간녀 소송이 순항 중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서울에 함께 출장을 다녀오며 글에 쓰는 이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아껴 그림 작업에 더욱 힘써야 할 만한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고민을 지속해 왔고 이제 정말 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여전히 과정 중이기에 준비서면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 증거를 착착 붙여내면서 생각한다. 뭐.. 이건 쓸 수 있지. 근데, 나나 우리 아이들이 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증거를 대고 뒷받침을 해야 할 이유는 없지. 그래서 그냥 그렇게 잘 살기로 했다. 그리고 아직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다 알아버려서, 아빠가 진짜 쓰레기인 걸 알아버리는 것보다 차라리 보고 싶은 아빠로 남겨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본 건 나고, 경제적 학대와 가스라이팅, 목격된 미성년 자녀들의 가정폭력으로 시작된 이혼소송의 단계를 밟으며 아이들의 공포를 해소하고, 면접교섭을 통해 받은 아이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고스란히 겪고 해결해야 했던 것도 나다. 이건, 누가 됐든 어떠한 뒷말도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멱살 잡히고 싶으면 어디 한 번 뒤에서 씨부려 보라지.



내가 아빠를 뺏은 게 아니다. 저런 짐승보다 못한 더러운 것도 아빠라고, 2주마다 꼬박꼬박 만나면서 아이의 정신이 더럽혀져야 한다니. 많은 짐승분들께 죄송해 절을 올린다. 으휴, 가사조사관님이 계실 때만 필살기를 발휘해 최선을 다하는 척 30분을 때운 다음 법원 면접교섭실에서 나오자마자 “양육권 주장 모드”를 꺼 버리고 안아달라는 아이에게 앉아 있어.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쳐다보지도 않는 모습은 다시 한번 더 중요한 포인트를 확인하게끔 했다. 아이에게, 아빠가 돈 주기 싫어서 너를 이용한 거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다. 있는 사실을 아름다운 것처럼 왜곡해 전달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킬 수도 없다. 그저 아이가 앞으로 받을 심리적 상처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생부에게서 지켜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아이는 단단하게 클 것이다. 행복하게. 밝고 명랑하게 건강하게. 내면의 힘이 견고한, 그야말로 멘털까지 어마어마한 아이가 되겠지. 강인한 엄마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가며 주변 사람들과 합심하여 소중하게 키웠기 때문에. 그러나 마음 한편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결핍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아련한 그리움과 교과서적인 아빠, 사전적인 아빠에 대한 개념의 축 안에서 성장할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아빠를 훈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알아서 이유를 찾아내겠지. 나는 생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듣는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나의 올바른 가치관을 닮은 당돌한 딸들은 자라고 자라 추후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빠를 찾아가 따져 묻거나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을 낼 것이다. 아, 내 딸들이지만 실로 무서울 것이다.



아이 아빠라는 이유로 나를 괴롭히고 족쇄를 채우고 싶어 하지만, 우습게도 그가 크게 간과한 것은 아이들은 소유물이 아니며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럭무럭 자라 성숙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정신연령으로는 빠르면 2년 안에 생부를 뛰어넘게 된다. 지금의 소송에서 이미 입증된 잘못을 부정하고 위자료 감액만을 생각한다면 평생에 걸쳐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며 어딜 가나 얼굴을 떳떳이 들 수가 없을 것이다. 부부였던 나와는 돌아서면 끝이나 자신의 아이들과는 피가 섞였다. 혈연. 왜 무섭다고 하는가. 피로 섞였기에 무서운 것이다. 살아있는 한, 언제 찾아와 이 모든 것을 추궁할 두 딸을 기다리는 것은 지옥일 것이다. 추궁하지 않는 것도 지옥일 것이다. 나약하여 마주할 용기가 없기에 외면하거나 차마 거부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부터 단단히 자리 잡아 멋지고 쿨한 딸들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일 테니까.








이 브런치북은 완결을 냅니다. 그러나 글은 계속 씁니다. 매일 작가노트도 씁니다. 다른 브런치북은 매주는 아닐지언정 계속 업로드될 것이고, 가끔 구독자수가 제가 생각한 숫자가 되면 이벤트적으로 실제적인 정보랄지, 무언가를 올리기도 할 테고요, 정리된 작업노트도 올라올 것입니다. 제 근황은 인스타로 오시면 가장 빠르답니다. 응원은 가능하시다면, 작가 계정 팔로우와 마음으로 소소하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간 구독자님들과 소통하며 매우 즐거웠고 또 힘을 얻었습니다. 이 브런치북은 완결이지만 저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계속 구독, 그리고 팔로우하며 저를 응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다만 없기를 바라며, 그리고 있다면 조금의 해소와 위안 그리고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개인전 <내 이야기 아니에요>의 메인 작업 중 하나입니다. 브런치 글을 연재하며 몇 개월에 걸쳐 조금씩 화면을 채웠습니다.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짜라면 이 정도 욕먹는 건 다디단 밤양갱>입니다. 끔찍해 보이는 화면 그리고 내용과는 달리, 제목을 보고서는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도 되겠다는 안심이랄지 혹은 피식하고 이 와중에도 웃을 수 있거나 다른 의미로 입을 막을 수 있는 센스가 엿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는 사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예쁜 ㄴ을 만들자, 이 정도를 생각하며 계속 화면을 채웠던 것 같습니다.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어가는 자세로 한 글자라 하더라도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종이에 칼로 돌을 쪼아 조각하듯 글을 새겨야 하는 작업과정이 고통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작업을 하면서는 가장 괴로운 순간들이 존재해 있었지만 몸이 힘들어 (특히 무릎이 많이) 정신이 고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작업이 과연, 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야기의 갈래를 나누고 세분화하고 쪼개고 또 쪼개보아도 날카롭거나 고통이거나 슬프거나 처절한 이야기가 아니면 그림의 주제로써 떠오르지가 않는 지금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업들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며 지금의 아픔 속에서 다져지는 이야기는 제가 나중에 아름다움으로 서서히 눈을 돌리게 될 때 풍성한 이야기의 단초이자 근거를 이루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립니다. 그리고 글도 씁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인스타 작가계정과 앞으로 계속 전개될 브런치북의 작가노트에도 많은 관심 주시면 정말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모쪼록 다복하고 평안한 하루들이 모여가기를 두 손 모아봅니다.


작가계정  @park.hae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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