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는 이제 비워버린 접시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맥주병을 들었다. 웨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식사의 흔적을 치우기 시작했다.
"담배는 같이 피우실까요?"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얌전히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월요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 부대의 정문에 가 보았던 몇몇 마을 사람들은, 톰 웨인의 사형 집행이 비공개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한 성질 하는 웨이드 대령일지라도, 톰을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총살시키지는 못했다. 집행 시간은 오전 열 시였고, 아홉 시 삼십 분부터 마을 사람들이 연대의 정문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밖에서나마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미스터 웨인! 이런 사건들과 135 연대가 사라져 버린 것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나는 드디어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을 드러냈다. 웨인은 담배를 뻐끔 뻐금 피웠다.
"미스터 녹스! 나도 직접 현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살아남은 병사들에게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홉 시 삼십 분이 되자, 하얀 밧줄에 묶인 채 톰 웨인이 연병장에 끌려 나왔다. 연병장 한가운데 세워진, 높이가 2 미터 정도 되는 십자가 형태의 나무 기둥에 그가 묶이는 데는, 채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홉 시 오십 분이 되자, 맥스 그린 중사를 선두로 하여, 열 명의 병사들이 일렬종대로 걸어 나와, 이십오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톰 웨인을 마주보았다. 눈이 붕대로 가려진 톰은 벌벌 떨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이 죽음의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발머리에 화장이 진한, 그리고 사향 향기를 풍겼던 여자. 톰은 재판 받는 내내, 그 여자 얘기를 했고, 그게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금화들은 무시해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 여자의 향기는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마 선글라스를 낀 그 남자도 그것을 노렸을 것이다. 아홉 시 오십오 분이 되었다. 맥스 그린 중사가 탄통을 가져와, 병사 한 명 당 한 발씩 총알을 지급했다. 맥스도 자기 몫의 한 발을 챙겼다. 병사들은 신중한 자세로 탄창에 단 한 발의 총알을 끼워 넣었다. 맥스 그린이 명령했다.
"탄창 결합!"
찰칵! 찰칵! 찰칵!
일렬로 나란히 선 병사들이 탄창을 소총의 아래 부분에 장착했다.
"장전!"
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놓자, 철컥 소리와 함께, 한 발의 총알이 약실로 들어갔다. 이제 사격할 준비가 되었다. 맥스 그린과 병사들 뒤쪽에, 다른 장교들과 함께 있던 티모시 웨이드 대령이 말했다.
"시작해!"
병사들의 뒤쪽 한가운데에서 연대 부관 참모가 맥스 그린과 군인들에게 명령했다.
"앞에 총!"
데이빗 루이스 대위의 명령에 따라, 열 정의 소총이 병사들의 가슴팍에 딱 붙었다.
"사격 준비!"
맥스 그린은 소총을 들어 톰 웨인을 겨눴다. 그는 곁눈질로 왼쪽을 흘끗 보았고, 나머지 아홉 명 병사들도 전부 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바짝 붙이고 있었다.
"사격!"
탕! 탕! 탕!
총 소리가 연병장에, 부대 안에 울려 퍼졌다. 부대의 정문에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의 귀에도 이 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나는 존 웨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입술을 꽉 다물고 있었다.
톰 웨인의 고개가 한쪽으로 축 처졌다. 그의 몸 여기저기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검시!"
다시 루이스 대위의 목소리가 울렸다. 연대장 이하 고급 장교들과 함께 있던 연대 검시관, 로버트 웨이드가 루이스 대위의 뒤를 돌아서, 맥스 그린의 옆을 지나쳐, 연병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톰 웨인의 바로 앞까지 온 로버트는 목을 한쪽으로 축 늘어뜨린 남자의 육체를 잠시 쳐다보았다. 검시관은 천천히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손목을 잡아보기도 하고, 목에 손을 대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손바닥을 톰의 코에 대어 보았다. 공기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로버트 웨이드는 돌아섰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맥스 그린은 총을 쏘았다.
탕!
로버트 웨이드가 풀썩 쓰러졌다.
"휴! 일이 그렇게 되다니…….
나는 땀이 난 손바닥을 문질렀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맥주병을 들어 허겁지겁 한 모금 마셨다. 웨인을 보니, 그의 눈에 눈물이 촉촉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스터 녹스! 그렇게 맥스 그린은 복수를 한 겁니다. 자기 동생 아론 그린을 죽게 놔둔 외과의사에게 복수를 한 거지요. 나 역시 그 복수에는 동감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동생 톰이 엮이게 된 것입니다만, 그것도 톰의 운이 그랬으려니 합니다. 이제 다 지나간 과거 일이니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지요? 총알은 한 발만 지급되었는데……."
존 웨인은 꽉 차버린 재떨이를 치우고, 카운터에 새 재떨이를 놓았다. 그는 천천히 담배를 말기 시작했고, 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보았다.
"아마, 맥스는 총을 안 쐈을 겁니다. 그래서 한 발이 그대로 남아 있었겠지요. 그래요. 맥스는 톰을 쏘지 않았습니다. 난 그래도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군요.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맥스 그린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웨인은 나에게 다 말아진 담배를 건네주었다. 우리 둘은 서로에게 불을 붙여준 다음, 한 모금씩 피웠다.
"아들이 죽는 것을 본 웨이드 대령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아무리 망나니 자식이어도, 그래도 자식은 자식이잖습니까? 맥스 그린과 병사 아홉 명, 총 열 명이지요. 모두에게 또 사형 선고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는 그렇게 안 되었습니다. 군인들이, 젊은 부사관들과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킨 겁니다. 그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한 거지요. 결국 전 부대원들이 두 패로 갈라져 서로 총질을 해댔습니다. 아주 격렬히 싸웠답니다. 반란군들은 건물마다 불을 질렀고, 거기에 대항해서 장교들은 대포까지 발사했답니다. 말 다했지요. 나중에 마을 사람들이 부대에 들어가 보니까, 알아볼 수 없는 시체도 꽤 많았답니다. 결국 우리가 전부 묻어 주었습니다."
"맥스 그린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아마 죽었겠지요. 웨이드 대령은 살았답니다. 그는 살아남은 장교들과 남은 병사들을 데리고, 사막을 건너갔습니다. 분명 산적이 되었거나, 아니면 어디론가 가버렸겠지요.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샌드 클럽 웨이터이자 주인인 존 웨인의 이야기가 끝났고, 내 돈은 모두 그의 주머니로 빨려 들어갔다. 웨인과 작별한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이제는 무너져버린 대나무 철책 문 밖으로 나갔다. 여기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지만, 갈 때는 아니다. 나는 손목시계를 보았고, 그때 부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자동차 한 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정지한 자동차의 문이 열리며, 금발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내렸다.
"다 끝났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까지 쓰고 있던 암갈색 안경을 벗었다. 그녀는 나를 보면서, 자신의 머리에서 금발을 벗겨내었고, 그러자 그 아래에서 갈색 머리가 드러났다. 재키 샌더스는 머리카락을 두어 번 흔들더니, 손에 있는 금발의 가발을 흙바닥에 버렸다.
-끝-